2014년 초 금융시장이 환율 충격을 크게 받았다. 1월 주가 등락이 연간 주가 등락을 예고한다는 소위 ‘1월 효과’를 감안한다면 연초 증시의 모습은 환율로 인해 혼란스러울 2014년 주식시장을 예고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ISSUE] 불거진 ‘환리스크’ 주식시장 뒤흔들까
연초 촉발된 외환시장의 혼란은 단기간 내에 수습되고 있다. 원·달러 환율이 달러당 1050~1060원대를 오르내리고 있고, 일본 엔화의 환율도 달러당 103~104엔대에서 안정적인 등락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연말 미국 양적완화 축소(테이퍼링) 실시 이후 미국의 통화정책 변화에 따른 우려를 반영하던 외환시장이 다소 부진한 미국의 고용지표 등으로 점차 안정을 찾아가고 있는 것이다.
[ISSUE] 불거진 ‘환리스크’ 주식시장 뒤흔들까
연초 한국 주식시장의 혼란을 초래했던 주요 원인이 급격한 엔 약세와 상대적으로 강세였던 원화로 인한 국내 기업의 경쟁력 상실에 대한 우려였던 점을 감안하면 최근 변화는 긍정적인 해석이 가능해보인다.

지금처럼 외환시장이 빠르게 안정을 찾을 경우 환율 변수의 영향으로 하락폭이 컸던 섹터, 업종의 주가 반등이 단기적으로 가장 탄력적인 모습을 보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단기적인 등락을 넘어 향후 외환시장은 주식시장의 등락을 좌우하는 중요한 변수가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일본 엔화의 추가 약세 우려가 여전한 가운데 선진국과 신흥국의 통화가치가 상반된 모습을 보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미국 출구전략과 달러 강세가 관건
최근 외환시장과 관련해 첫째로 주목할 변수는 ‘미국의 출구전략과 달러 강세’다. 지난해 12월부터 시작된 미국의 테이퍼링, 양적완화 규모의 축소는 미국 통화정책의 변화가 본격적으로 시행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출구전략은 그간의 정책과 상반되게 달러 강세를 초래할 것으로 예상된다. 본격적인 달러 약세를 표방한 적은 없었지만 초저금리정책과 양적완화정책이 결합하며 사실상 달러 약세를 유도했던 금융위기 이후 통화정책의 기조가 바뀌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일본 엔화는 물론 우리 원화를 포함한 상당수 신흥국 통화는 상대적인 절하 압력을 받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의 경상수지 흑자로 인한 원화 평가절상 압력에도 불구하고 달러당 1050원대 이상의 원·달러 환율이 유지되고 있는 점은 이러한 달러 강세의 영향으로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다.
[ISSUE] 불거진 ‘환리스크’ 주식시장 뒤흔들까
또 하나 중요한 외환시장의 변수는 아베노믹스와 엔 약세 움직임이다. 이미 2012년 10월 이후 본격적인 엔 약세가 진행된 점을 감안하면 아베노믹스의 영향은 새로울 것이 없다. 오히려 엔·달러 환율이 달러당 100엔을 중심으로 등락하면서 105엔 수준의 고점을 만들어놓은 것으로 판단되기도 한다. 따라서 현재 유지되고 있는 일본의 통화정책 기조가 변하지 않는다면 엔·달러 환율 역시 현재 수준을 유지하거나 달러 강세에 따른 환율 변화 수준을 크게 넘어설 가능성이 높지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 다만 추가적으로 고려해야 할 이슈가 있다면 올 4월 시행되는 일본의 소비세 인상이다. 아베노믹스의 일환으로 재정 개혁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선택된 소비세 인상은 민간소비에 매우 민감한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소비세율의 인상으로 소비가 급격하게 위축되는 현상이 발생한다면 경제성장을 목표로 하는 아베노믹스에 심대한 타격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소비세 인상의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서 추가적인 통화금융정책이 사용될 경우, 엔 약세가 한층 심화될 가능성을 고려해볼 수 있다. 현재 소비세 인상과 관련한 일본 경제 충격은 그다지 심각한 수준에 이르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시장의 일반적인 관측처럼 소비세로 인한 충격이 크지 않다면 엔 약세가 다시 외환시장의 핵심 변수가 될 확률은 높지 않아 보인다.


4월 이전 환율 변화 가능성 적어
마지막으로 선진국에 비해 취약한 신흥국의 통화가치와 한국 원화의 연계 가능성이다. 지난해 5월 출구전략 논의가 시작된 이후 글로벌 통화질서는 선진국 통화(미국 달러)의 강세와 신흥국 통화(브라질·인도네시아 등 취약지역)의 약세로 양분되는 모습을 보인 바 있다. 현재까지도 이러한 구도는 이어지고 있고, 달러 강세가 보다 지배적인 논리가 된다면 신흥국의 위축도 더욱 심화될 수 있다. 이러한 통화질서의 불안정성은 신흥국에서 유동성이 유출되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어 주식시장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다행히 한국 원화는 취약한 신흥국 통화와는 차별화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경상수지 흑자가 누적되는 가운데 여타 취약국과 차별화되는 경제 체력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원화의 경우, 여타 신흥국과는 다른 행보를 통해 지나친 약세는 피해갈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ISSUE] 불거진 ‘환리스크’ 주식시장 뒤흔들까
결론적으로 장기적인 관점에서 환율 변수가 시장의 방향을 좌우할 만큼 결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2012년 10월 아베노믹스가 본격적으로 시행되면서 엔·달러 환율의 급등(엔 약세)에도 불구하고 이에 따른 일본 제품의 시장점유율은 크게 늘어나지 못했기 때문이다. 미국 수입 시장을 기준으로 일본 제품의 시장점유율은 본격적인 엔 약세 이후에도 의미 있는 변화를 기록하지 못하고 있다.

최근 한국 제품의 미국 시장 내 점유율이 소폭 하락한 모습을 보이고 있으나 환율의 영향을 직접 받은 것인지 여부는 분명해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12개월 이동평균으로 구한 미국 수입 시장 내 한국 제품의 점유율은 단계적인 상승 추세를 보이고 있다. 따라서 환율의 변화에 따른 한국 제품의 경쟁력 우려는 현시점에서는 다소 과장된 측면이 있어 보이며, 단기적으로 엔·달러 환율의 하락이 두드러지는 동안 조정 가능성은 매우 낮다.

주요 산업별 미국 시장 내 한·일 제품의 점유율 추이에서도 환율의 영향을 찾기란 쉽지 않다. 자동차, 차량 부품, 반도체산업의 경우에도 엔·달러 환율의 상승이 본격화된 2013년 점유율 추이는 같은 방향으로 증감했기 때문이다. 점유율이 소폭 하락한 타이어, 건설 중장비 등에 대해서는 주의가 필요해 보인다.

연초 이후 주식시장의 혼란이 외환시장에서 비롯된 측면이 적지 않다. 하지만 증시 전망에서 환율에 대한 지나친 우려를 반영할 필요는 크지 않아 보인다. 엔화 환율 등락의 분기점이 될 수 있는 4월 이전까지는 동일한 혼란이 반복될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이영원 HMC투자증권 리서치센터 투자전략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