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리듬 기반 디지털 아트인 젠아트가 글로벌 트렌드로 부상하고 있다. 특히 기존 예술품의 특성인 가치 저장 수단의 역할을 넘어 디지털 기술을 접목한 맞춤화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신흥 자산가들 사이에 새로운 자산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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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아트 <Useless>. 사진=업라이즈 제공
젠아트 . 사진=업라이즈 제공
2015년 테슬라의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는 오토파일럿(자율주행)의 청사진을 밝히면서 “2030년에는 인간이 운전하면 불법인 시대가 온다”고 했다. 일부 논란이 있지만 결과적으로 오늘날 자율주행은 모빌리티 산업의 트렌드가 됐고, 머스크의 선구안으로 테슬라는 글로벌 자동차 1위 기업으로 성장했다.

예술 분야에서 머스크보다 반세기 먼저 선구안을 보인 예술인이 있다. 1967년 미국 출신 조형예술가 솔 르윗은 기계가 예술을 만드는 시대를 예견했다. 오늘날 기계의 범주를 어디까지 볼 것인지에 대한 이견이 있지만 알고리듬이 예술품을 만들고 있다. 바야흐로 제너레이티브 아트(Generative ART, 이하 젠아트) 시대가 열린 것이다.

소더비, 젠아트 전용 플랫폼 설립

사전적으로 젠아트는 컴퓨터 기반 예술품이다. 알고리즘을 통해 무작위로 생성된 예술품은 시각적 표현, 음악적 작곡, 유형적 오브제 등 다양한 매체를 포함한다. 젠아트는 고유한 세 가지 특징을 가지고 있다.

첫째, 미술사적 가치다. 젠아트는 컴퓨터를 기반으로 생성된 예술 장르로, 20세기 초 아방가르드 미술에서 기원한 디지털 아트의 한 분야다. 195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최근 블록체인 기술의 발전으로 세계적인 미술계 트렌드로 부상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미술품 경매 회사, 갤러리 등에서 젠아트를 수용하며 시장이 빠르게 확대 중이다.

글로벌 경매 회사인 소더비의 경우, 젠아트 전용 플랫폼인 젠아트 소더비스(Gen Art Sothebys)를 설립했다. 2023년 소더비스 디지털 아트의 경매 진행은 25번이며, 총 판매 금액은 460억 원을 기록했다. 아직 전통적인 예술품 규모의 10% 남짓한 수준이지만 빠르게 성장 중이다. <Dmitri Cherniak, Ringers #879> 작품은 약 81억 원에 낙찰되며 경매 기록을 경신했고, <Tyler Hobbs Fidenza #725> 작품은 약 13억 원에 낙찰되며 전통적인 미술 거장들의 작품을 뛰어넘는 성과를 보이고 있다.

세계적인 미술관들도 이러한 흐름에 적극적으로 동조하고 있다. 미국 로스앤젤레스 카운티 미술관(LACMA)은 지난해 상반기 디지털 아트 전시 기간에 상당한 공간을 젠아트에 할애했다. 이례적인 일이다. 전통 미술품의 메카인 프랑스 파리에 위치한 퐁피두 센터 역시 지난해 초 블록체인 기반의 젠아트를 전시했다. 시나브로 젠아트가 미술사적인 측면에서 비주류에서 주류로 자리매김한 것이다.

둘째, 예술적 가치다. 젠아트는 레픽 아나돌의 데이터 시각화 예술로부터 영향을 받았다. 레픽 아나돌을 간단히 설명하면, 그는 세계적인 인공지능(AI) 미디어 아티스트로서 AI를 통해 기술과 예술의 경계를 허무는 시도를 지속적으로 이행하고 있는 예술가다. 한국에서는 기억과 감정이라는 인간의 고유한 영역을 데이터로 환산한 후 AI에 학습시켜 제작한 작품들을 선보이며 예술계를 뒤흔든 예술적 모험가로 알려졌다. 또한 디지털 금융 스타트업 업라이즈는 금융 데이터를 새로운 미학적 영역으로 개척하고자 지난해 하반기 젠아트 <Useless>를 출시한 바 있다. 이 작품은 디지털 자산의 트레이딩 관련 데이터를 바탕으로 시각화한 예술품이다.

셋째, 투자적 가치다. 젠아트는 디지털 아트 분야에서 가장 안정적인 투자 성과를 보이고 있다. 디지털 자산의 성장과 함께 디지털 아트 시장 역시 괄목할 만한 성장을 보였다. 시장 규모는 2년 만에 10배 이상으로 증가했다. 대체불가토큰(NFT) 작품들을 주로 거래하는 플랫폼인 오픈시(OpenSea)에 따르면, 2021년 2월 700만 달러였던 시장 규모가 지난해 2월 60억 달러를 상회했다. 2022년 초에 비하면 디지털 아트 규모가 감소한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이 기간은 디지털 자산에 대한 재평가가 전방위적으로 일던 시기다.
신흥 자산가 유혹하는 생성형 아트 ‘젠아트’
젊은 MZ세대 컬렉터의 등장

올해도 이러한 상승 추세는 이어지고 있다. 디지털 세상의 불변성으로 인해 젠아트의 수요가 전방위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실제로 해외에서는 젊은 MZ 컬렉터들이 등장하며 컬렉터의 흐름과 취향의 전환기를 맞고 있다. 소더비에 따르면, 지난 5년간 베이비부머 중심이었던 컬렉터의 연령층이 MZ(밀레니얼+Z) 세대로 전환하고 있으며, 경매 시장에서 100만 달러 이상의 고가 작품 응찰률을 보면 베이비붐 세대는 48%에서 40.6%로 감소한 반면 MZ세대는 7%에서 16%로 증가세를 보였다.

자연스럽게 국내 젊은 자산가들에게도 디지털 아트를 투자의 대상으로 인식하게 하는 계기가 생기고 있다. 국내에서는 젠아트가 가진 미술사적 혹은 예술적 가치보다는 우선적으로 투자적 가치에 젊은 자산가들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특히 자산가들의 재테크를 담당하고 있는 금융 회사 자산관리(WM) 부서를 중심으로 단순한 관심을 넘어 사업적으로 접근하는 움직임이 눈에 띈다.

2024년은 디지털 자산의 해다. 수년간 논의돼 오던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가 2024년 초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로부터 승인됐다. 지난 4월 마지막 비트코인 반감기가 지났다. 반감기 이후에는 비트코인 가격이 초과 수요 국면에 진입한다. 수급적으로 가격 상승 가능성이 높다. 부침이 있지만 5월에는 비트코인에 이어 이더리움(ETH) 현물 ETF 승인에 대한 기대감도 있다. 디지털 자산의 긍정적인 기류는 디지털 아트로 점차 확대될 것이다.

알고리듬이 예술품을 만드는 시대, 그 선두에 선 젠아트는 예술품을 넘어 하나의 자산으로서 새로운 트렌드를 만들고 있다. 가장 먼저 선점하기 위해 자산가들이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언제나 그랬든 자산가들의 빠른 행보는 주목할 부분이다. 자산가들의 포트폴리오에 편입되는 젠아트에 관심을 가질 때다.

글 빈센트 업라이즈 MFO(Multi-Family Office) 총괄│사진 업라이즈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