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앙은행의 금리 인하 시점이 예상보다 늦춰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시장 전문가들도 수정된 전망을 속속 내놓고 있다. 연방준비제도(Fed)와 한국은행의 올해 기준금리 전망을 살펴본다.

[빅스토리] 복잡해진 금리 시나리오…전문가의 예측 ④
임재균 연구원 “한은 11월 한 차례 인하 예상…연내 안 내릴 가능성도”
임재균 KB증권 연구원은 Fed가 9월과 12월 두 차례에 걸쳐 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예상했다. 반면 한국은행은 올해 금리를 인하하더라도 11월 한 차례로 끝낼 가능성이 높고, 아예 연내 금리를 낮추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Fed의 금리 결정에 대해 임 연구원은 “물가가 가장 중요하다”며 “미국 물가가 전월 대비 반등하고 있지만 긴축 흐름으로 결국 진정될 것으로 본다. Fed 위원들도 연내 인하를 합리적인 시나리오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하반기 예상되는 Fed의 금리 인하가 1~2년 뒤 경기 상황을 고려한 보험성 인하의 성격은 아닐 것으로 예상했다. 연말로 가면서 추가적인 물가 둔화세가 확인됐을 때 금리 인하가 단행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임 연구원은 “가장 최근에 시장이 보험성 금리 인하를 경험한 시기는 미·중 무역분쟁이 원인이 됐던 2019년이다. 그때는 물가가 (지금보다) 낮았다. 당시는 금리를 내려 경기를 살리고 물가를 끌어올릴 필요가 있었다”며 “Fed 위원들이 1970년대와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겠다고 공개적으로 말해 왔기 때문에 물가가 높은 상황에서 보험성 인하를 하지는 않을 거라고 본다. 긴축 강도가 세진 것을 어느 정도 완화해주는 정도일 것”이라고 했다.

Fed는 1970년대에 금리 인상과 인하를 반복하면서 시장에 혼란을 줬고 이 때문에 물가가 잡히기는커녕 오르는 상황이 벌어졌다. Fed가 1970년대와 비슷한 실수를 경계하고 있는 만큼 섣불리 보험성으로 금리를 움직이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임 연구원은 “큰 틀에서 통화정책이 어떤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 시장참여자들이 알아야 하는데, 그게 모호해지면 경제가 더 위축되고 침체가 올 수 있다”며 “그렇게 되면 물가를 잡는 건 더 어려워진다”고 설명했다.

“한은, 경기만 보고 인하할 이유 없어”

한은의 경우 11월 한 차례 금리를 인하하는 데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아예 연내에 인하하지 않을 가능성도 고려해야 한다. 임 연구원은 지난해 말부터 한은의 금리 인하 시점을 빨라야 3분기 혹은 4분기로 예상해 왔다. 최근 들어 이 시점을 더 늦춘 것이다.

임 연구원은 “국내 물가가 생각만큼 잘 떨어지지 않고 있다. 원화 약세, 유가 상승 등 미국보다 (금리를 낮추기에) 좋지 않은 환경”이라며 “경기만 보면 금리를 내리는 게 맞지만 한은의 통화정책 목표는 경기가 아니고 물가 안정에 있다. 경기만 보고 금리를 인하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물론 경기 침체로 수요가 엄청나게 줄고 물가가 떨어진다면 금리를 인하하겠지만, 올해 한국 성장률 전망치가 2.1%로 잠재성장률 이상의 성장이 예상되고 있어 굳이 빠르게 인하하지 않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Fed와 한국은행의 통화정책 방향을 완전히 떼어놓고 볼 수는 없다. 하지만 Fed의 금리 인하 후 한국은행이 곧바로 인하에 나설 것이냐 하는 문제에 대해 임 연구원은 “둘은 별개의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기본적으로 미국이 금리를 내리면 한은의 부담이 많이 줄어드는 것은 맞다. 하지만 Fed가 실제로 금리를 내리게 되면 그때는 국내 요인이 더 중요해질 것”이라며 “한은 총재의 발언을 보면 국내 물가 경로가 2%까지 둔화된다는 확신이 필요하다. 하반기나 돼야 물가가 떨어질 수 있다. 유가, 환율에 따라 물가가 더 올라갈 수도 있어 3분기 인하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글 정초원 기자 cc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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