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치범 재건축 전문 변호사

부동산 시장 침체기에도 투자자들의 관심이 끊이지 않는 곳이 강남 재건축이다. 2014년 벽두 서울 부동산 시장의 최대 화두 또한 강남 재건축이다. 법조인 출신으로 개포주공1차 재건축조합장을 지낸 박치범 변호사를 만나 재건축 투자의 핵심을 짚어본다.
[Realty Interview] “도시재생은 모호한 정책… 재건축 사업 뒷받침이 현실적”
서울 강남 재건축은 2000년대 초반 분양 시장과 함께 부동산 가격을 이끌던 쌍두마차였다. 글로벌 금융위기의 직격탄을 맞은 곳 또한 강남 재건축이다. 상승 폭이 컸던 탓에 하락 폭도 컸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진정되고 부동산 시장에 대한 기대가 조금씩 살아나면서 가장 먼저 관심을 끈 곳도 강남 재건축이다. 외환위기 이후 부동산 가격 상승의 기폭제 역할을 했던 것과 비슷하다.

최근 강남 재건축에 대한 기대감은 정부 정책의 영향도 있다. 이전 정부의 주택 공급 정책이 신도시 등 신규 택지 개발에 주안점을 뒀다면 박근혜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기존 도시의 기능을 살리는 데 초점이 맞춰졌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강남 재건축에 대한 기대감은 이런 대내외적 환경에서 비롯된다.

전문가들은 강남 재건축에 대해 어떤 전망을 하고 있을까. 법조인 개포주공1차 재건축조합장을 지낸 박치범 변호사를 만난 이유다. 자문변호사로 재건축 아파트와 인연을 맺은 박 변호사는 재건축 조합장을 지내면서 2012년 ‘도시 및 주거환경 정비법’을 출간하기도 했다. 지난해 조합장에서 물러난 그를 법무법인 L.K.B&파트너스 사무실에서 만났다.


변호사로 재건축 아파트 조합장을 지낸 이력이 특이합니다. 재건축 아파트와 어떻게 인연을 맺었습니까.
“우연한 기회에 반포주공3단지 재건축조합의 자문변호사를 맡게 됐습니다. 2003~2006년의 일입니다. 자문변호사를 하면서 허름하기 짝이 없던 5층짜리 아파트가 반포자이라는 대한민국 최고의 아파트로 변하는 것을 현장에서 생생하게 지켜봤습니다. 그때의 강렬한 인상을 지울 수 없어 2006년, 재건축 전문을 표방하면서 개인 변호사 사무실을 개업했습니다.”


그 후 관계한 재건축 사업이 있다면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지역은 전국적입니다. 서울에서 인천, 창원 등지의 재건축 아파트 소송 사건을 맡았습니다. 상계동 주공아파트 재건축조합 추진위원장 직무대행도 하는 등 간간히 재건축 관련 일도 했습니다. 그러다 2011년 제가 재건축조합원으로 있던 개포주공1단지의 조합장 선거에 나가 당선됐습니다.”


개포주공 아파트는 강남 재건축을 말할 때 빼놓지 않고 등장하는 대표적인 사업지입니다. 현재 추진 현황은 어떻습니까.
“제가 조합장으로 있던 개포주공1단지는 현재 건축심의 단계입니다. 상가조합원들이 조합이 마련한 건축심의안에 이의를 제기하면서 개포동의 다른 저층 단지보다 건축심의가 지연되고 있는데, 조만간 해결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조합에서는 2014년 내에 관리처분계획인가신청을 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2015년에는 첫 삽을 뜰 수 있을 것이고 늦어도 2018년까지는 입주할 수 있을 겁니다.”


조합원이기도 한데, 투자자 입장에서 개포주공 재건축의 매력은 어디에 있다고 보십니까.
“높지 않은 진입장벽과 개포주공의 입지입니다. 개포주공은 재건축이 진행 중인 반포주공과 자주 비교됩니다. 반포주공은 주변에 반포자이나 래미안퍼스티지 등 사업성이 검증된 곳이 있어요. 그런 이유로 가격이 올라서 진입장벽이 높습니다. 99㎡(30평)대 아파트의 전세가 9억~10억 원에 이르니까요. 전세로도 진입하기가 쉽지 않죠. 반포주공은 중대형 위주로 구성돼 웬만한 사람들은 꿈도 꾸지 못할 시세를 형성하고 있습니다. 반포주공1단지 82.5㎡가 10억5000만 원, 99㎡가 약 16억 원입니다. 부동산 침체가 지속되고 있는 지금 같은 때 이런 금액은 더 크게 느껴질 수밖에 없죠.”


개포주공의 현 시세는 어느 정도입니까.
“개포주공은 대부분 소형 아파트로 구성돼 있습니다. 1단지 36.3㎡가 5억4000만 원, 49.5㎡는 7억7000만 원 정도입니다. 이것도 절대적으로 적은 금액은 아니지만, 그래도 반포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한번 도전해볼 만하다고 생각합니다.”


가격이 낮은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을 것 같습니다. 입지에 있어서 반포주공과 개포주공을 비교하는 건 무리가 있을 듯한데요.
“그런 지적을 많이 받습니다. 언뜻 보기에 개포동은 강남구의 제일 아래쪽에 있어 좀 외지다는 느낌이 있습니다. 하지만 교육특구라고 하는 대치동과 양재천을 사이에 두고 있고, 현재 재건축을 추진하고 있는 대단위 재건축 지구 중에서는 반포주공을 제외하고는 최고의 입지라 할 수 있습니다. 편의시설 접근성에서는 반포주공을 따라갈 수 없지만 재건축이 마무리되면 이 점도 개선될 거라고 봅니다. 쾌적한 주거환경 면에서는 개포주공이 반포주공보다 나을 수도 있고요.”
[Realty Interview] “도시재생은 모호한 정책… 재건축 사업 뒷받침이 현실적”
낮은 진입장벽 덕에 개포주공은 오래전부터 투자용 재건축으로 이름이 높았습니다. 지방 투자자들까지 투자를 했는데요. 조합원 구성은 어떻습니까.
“조합원이 전국에 걸쳐 있는 건 사실입니다. 개포주공 아파트가 재건축 사업을 시작한 반포자이와 거의 비슷한 시기였습니다. 당시만 해도 가장 확실한 재건축 단지였어요. 그런 이유로 예전에는 개포주공1단지 49.5㎡와 반포주공1단지 82.5㎡의 가격이 비슷했습니다. 지금은 반포 82.5㎡가 3억 원 가까이로 시세가 높습니다.”


그 이유가 어디에 있다고 보십니까.
“그 사이 변한 건 거의 없습니다. 그럼에도 이와 같은 현상이 발생한 이유는 반포는 반포주공2단지와 3단지가 재건축이 이루어져 시장에서 검증이 된 반면, 개포주공은 아직 검증이 되지 않았다는 점이 크게 작용하는 것 같습니다. 부동산 침체가 깊어지면서 검증되지 않았다는 점이 가격 상승에 걸림돌이 된 거죠.”


계속해서 개포주공을 반포주공에 비교하시는데, 거기에 반대하는 분들도 있을 듯합니다. 일각에서는 개포주공을 잠실주공과 비교하기도 합니다.
“시장에서는 개포주공이 자칫 잠실주공 수준에서 머무르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반포주공과 잠실주공 재건축이 비슷하게 추진됐지만, 가격 차이는 크거든요. 거기에는 여러 요인이 작용했다고 봅니다. 서초구와 송파구라는 입지, 반포주공은 단일 시공사였던 반면 잠실주공은 공동 시공이었다는 점 등 차이가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수요와 공급이 가격에 큰 영향을 끼쳤다고 봅니다. 반포주공은 2·3단지가 재건축이 됐지만, 잠실은 1~4단지와 시영까지 5개 단지가 거의 비슷한 시기에 재건축이 진행됐거든요. 개별 단지 규모만도 잠실이 훨씬 컸습니다. 제 주변에도 재건축 후 잠실로 이주한 분들이 많았지만, 공급이 너무 많다 보니 수요가 따라가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반면, 반포는 공급량도 과하지 않았고, 사실상 서초구에서 처음으로 공급하는 대단위 재건축이라 수요자가 풍부했던 거죠.”


그렇게 보면 개포주공의 상황도 그리 좋지만은 않은데요.
“그렇죠. 개포주공이 재건축 완료 후 어떤 시세를 형성할지는 향후 강남구 재건축 사업의 추이가 중요합니다. 개인적인 입장에서 수급만 본다면 잠실보다는 양호할 거라고 예상합니다. 도곡렉슬 이후 오랜만에 입주하는 대단위 아파트가 될 것이기 때문이죠. 개포주공 이후에 재건축이 될 압구정 현대아파트나 은마아파트보다는 시기적으로 유리하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박근혜 정부는 도시 재생에 관심이 높은 듯합니다. 향후 다른 재건축 시장은 어떻게 전망하십니까.
“박근혜 정부는 MB 시절 추진하던 보금자리주택의 공급을 중단하고, 행복주택 건설에 관심을 보였습니다. 하지만 실제 행복주택은 현실성이 부족한 게 사실입니다. 이에 최근 들고 나온 것이 ‘도시재생사업’입니다. 도시재생사업은 부동산 경기 침체와 사업성 등의 문제로 유명무실해진 뉴타운 사업을 대체해 낙후된 도심의 기능을 재활시킬 수단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도시재생사업이 창조경제처럼 모호한 것 같습니다. 이처럼 모호한 정책보다는 추진 중인 재건축 사업을 확고하게 뒷받침하는 게 현실적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나마 추진 동력을 가진 곳이 반포주공, 개포주공 등 강남 재건축입니다. 그런데 ‘강남’의 재건축사업이라는 이유로 역차별을 받는 듯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재개발, 재건축에 관한 책도 내셨는데요, 어떤 기준으로 투자해야 할까요.
“재건축·재개발 투자의 중요한 기준은 수익성, 사업 속도, 그리고 자신의 재정 상태입니다. 수익성은 입지, 대지 지분, 용적률, 주변 신축 아파트 시세, 현재 아파트의 가격 등입니다. 수익성은 사업 속도와도 직결됩니다. 수익성이 뛰어난 단지일수록 사업 추진도 빠르고 수익성이 떨어지는 단지는 추진 동력이 약해 사업이 늦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 여러 가지 면을 고려해서 투자를 결정해야 합니다.”


신규섭 기자 wawoo@hankyung.com│사진 김기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