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새해를 맞아 투자자들도 포트폴리오 교체 작업이 한창이다. 전형적인 장기 투자 상품으로 인식되던 ‘펀드’도 투자 환경이 급변하면서 주기적인 리밸런싱(갈아타기) 작업이 더욱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올 한 해 소비자들의 지갑을 두둑하게 할 유망 펀드를 알아봤다.
[FUND ISSUE] 2014년 당신의 입가에 미소를 머금게 할 펀드는?
전례 없는 글로벌 양적완화 정책에 따라 유동성이 풍부해진 상황에서 경기 회복세까지 가세, 올해는 ‘채권’보다는 ‘주식’에서 높은 수익을 기대해볼 만하다는 전문가 전망들이 쏟아지고 있다. 지난해 상승랠리를 펼친 미국, 일본 등 선진국 주식형 펀드는 올해도 견조한 성과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 유망 상품으로 지목되고 있다.

국내 주식형 펀드는 지난해 부진한 증시가 지속되면서 투자자들을 실망시켰지만 올해는 글로벌 경기 회복의 수혜를 업고 대형 성장주 펀드의 반등이 전망되고 있다. 하지만 환율 등 시장의 불확실성이 여전한 상황이어서 중위험·중수익형 펀드인 롱쇼트 펀드가 안정적 수익을 보완해줄 수 있는 상품으로 눈길을 끌고 있다. 반면 채권형 펀드에 대한 매력은 더욱 줄어들게 됐다. 올해 점진적인 금리 인상이 예상되고 있어서다.


올해를 주도할 국내 주식형 펀드는 가치주? 대형 성장주?
지난해 코스피 지수는 좁은 박스권을 오락가락하면서 0.73% 상승하는 데 그쳤다.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테이퍼링) 우려, 환율 등 각종 대내외 악재로 코스피 지수가 지난해 6월 25일 1770.53까지 빠졌다가 10월 23일 2063.28에서 최고점을 찍는 등 박스권에 갇혀 연초 투자한 인덱스펀드들이 수익을 내기 힘들었다. 하지만 일부 투자자들은 이 같은 박스권에서 상장지수펀드(ETF)나 인덱스펀드를 활용, 지수대별 매매와 환매 전략으로 10% 이상 수익을 얻기도 했다.

펀드평가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주식형 펀드가 지난 한 해 동안 올린 평균수익률은 1.22% (2013년 12월 31일 기준 1년 수익률)였다. 코스피 상승률(0.73%)을 소폭 앞서기는 하지만 절대적인 수치상으로는 시중은행 금리 수준에 못 미쳤을 정도로 저조했다. 그나마 펀드 스타일별로 가치주 펀드, 중소형주 펀드와 배당주펀드가 각각 7.33%, 7.78%, 9.62%를 기록하며 선전한 것으로 집계됐다.

개별 펀드로는 ‘베어링고배당’(20.42%), ‘신영밸류고배당A’(19.83%), ‘한국밸류10년투자1C’(19.41%) 등 가치주펀드 등이 20% 안팎의 수익률을 올리면서 지난해 펀드 시장을 주도했다.

올해는 미국, 유럽의 경기 회복에 힘입어 국내 기업들의 이익이 증가, 국내 증시가 반등할 것이란 전문가 의견이 많다. 가치주펀드보다 상대적으로 대형 성장주 펀드들의 수익률 개선 폭이 더 클 수 있다는 진단이다. 황진수 하나대투증권 웰스케어팀장은 “국내 주가가 지난 3년간 장기 박스권에서 횡보, 그동안 내수주 위주의 가치주와 중소형주가 강세를 보인 반면 대형 성장형 펀드는 상대적으로 부진했다”며 “글로벌 경기 회복에 힘입어 국내 수출이 늘어날 경우 저평가된 수출주, 성장주들이 빠르게 상승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배성진 현대증권 투자컨설팅센터 연구위원도 “한국의 지난해 경제성장률은 3%에도 못 미쳤으나 올해 연 3.8% 성장률을 전망, 국내 수출 경기 회복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삼성, 현대, 하나대투, 우리투자, 동양 등 주요 증권사 5곳의 펀드 전문가들도 올해 유망 펀드로 국내 성장형 펀드를 꼽았다. ‘KB그로스포커스’, ‘트러스톤제갈공명’, ‘신한BNPP좋은아침희망’ 등이 해당 펀드로 지목됐다. 김후정 동양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신정부의 정책 기대감이 부각되면서 중소형주 펀드들이 강세였으나, 올해는 선진국 경기 위주로 회복세가 가팔라지면서 국내 주식 중 대형주 위주로 수혜를 볼 것”이라고 예상했다.


중위험·중수익형이 대세…롱쇼트 펀드 주목
연초 기대와 달리 코스피 지수는 환율, 기업실적 우려로 1930대까지 고꾸라지면서 실망감을 안겨주고 있다. 이 같은 불확실성을 감안, 롱쇼트 펀드에 관심을 둬야 한다는 게 전문가 조언이다. 롱쇼트 펀드는 박스권 지수 흐름에 관계없이 상승이 예상되는 주식은 매수(롱)하고, 하락 예상 종목과 선물을 매도(쇼트)하면서 안정적인 수익을 추구하는 ‘절대수익추구형’ 펀드로서 지난해 이름값을 톡톡히 했다.

에프앤가이드의 집계에 따르면 2013년 코스피 지수가 0.73% 상승하는 사이 롱쇼트 펀드는 평균 9.10%의 수익률을 거뒀다. 기간별로 수익률 기복 없이 꾸준히 우상향 곡선을 그린 덕분에 자금 유입도 상당했다. 2012년 말 1800억 원대인 롱쇼트 펀드의 설정액은 2013년 말 1조4513억 원까지 급증했을 정도로 인기였다.

펀드 전문가 5명 중 4명이 2014년 유망 펀드로 롱쇼트 펀드를 꼽았을 정도다. ‘트러스톤다이나믹코리아50’, ‘마이다스거북이90’ 등이 대표 펀드들이다. 지난해 13% 넘는 수익을 거둔 ‘트러스톤다이나믹코리아’를 운용 중인 김주형 트러스톤자산운용 주식운용 AI본부장은 “롱쇼트 펀드는 시장이 2~3개월에 한 번씩 변곡점이 생길 때 롱쇼트 전략을 구사해 수익을 거둔다”며 “어느 시점에 가입해도 상관없이 한 달에 1% 정도 수익을 내는 것을 목표로 운용, 올해 ‘7%+알파(α)’의 수익을 거둘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공모형 롱쇼트 펀드는 안정적 수익을 우선순위로 둔 투자자에게 맞다는 게 김 본부장의 조언이다.
[FUND ISSUE] 2014년 당신의 입가에 미소를 머금게 할 펀드는?
국내 주식형 펀드가 코스피 지수대에 따라 환매로 몸살을 앓고 있지만 롱쇼트 펀드는 어떤 시점에 가입해도 절대수익을 추구하기 때문에 자금 유입도 견조한 편이어서 올해 안정적인 운용이 예상된다는 게 전문가들 분석이다. 배성진 연구위원은 “글로벌 유동성 확대로 시장 변동성이 커진 환경에서 상대적으로 낮은 변동성과 안정적 수익을 추구한다”며 “주가 하락 시에도 이익이 발생하기 때문에 유리하다”고 말했다. 이 같은 전망 속에서 다른 자산운용사들도 연말·연초 롱쇼트 펀드를 잇달아 출시하고 있다.


달리는 말…선진국 주식 펀드의 선전 ‘지속’
지난해 해외 주식형 펀드들은 투자 지역별로 수익률 희비가 크게 엇갈렸다. 일본 펀드(45.09%), 미국 펀드(32.40%), 유럽 펀드(20.32%) 등 선진국 펀드들이 20~45%의 수익률 랠리를 펼쳤다. 반면 브라질 펀드(-19.94%)를 비롯해 인도(-6.17%), 중국 본토 펀드 (-3.87%) 등 신흥국 주식 펀드들은 손실 폭이 컸다.
[FUND ISSUE] 2014년 당신의 입가에 미소를 머금게 할 펀드는?
국내외 전문가들은 올해도 선진국 주식시장의 선전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했다. ‘AB미국그로스’, ‘슈로더유로’, ‘피델리티미국’ 등 미국과 유럽, 일본 주식에 투자하는 펀드 등도 유망 펀드로 꼽혔다. 황진수 하나대투증권 웰스케어팀장은 “양적완화 축소가 점진적으로 시행되더라도 경기 회복에 따른 소비수요 증가와 셰일가스 혁명 등을 기반으로 미국 기업들의 이익 증가가 예상된다”며 “지난해에 이어 미국 주식형 펀드의 수익을 기대해볼 만하다”고 진단했다.

팀 스콜필드 베어링자산운용 글로벌주식 부문 대표는 “일본 정부가 디플레이션을 끝내기 위해 명확한 정책들을 내놓고 있어 올해도 엔화 약세에 힘입어 일본 주식이 견조한 성과를 낼 것으로 기대한다”고 내다봤다. 지난해 랠리를 펼쳤음에도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이 과거 평균치보다 낮아 상승 여력은 충분하다는 진단이다. 특히 실물자산 인플레이션에 힘입어 리츠(부동산투자신탁)주나 엔화 약세 수혜주인 수출주, 내수주인 유통, 소비자금융, 은행주 등에 주로 투자하는 펀드가 유리하다고 귀띔했다.

전문가들은 유럽 지역 역시 경기지표가 안정화 추세를 보이면서 시장의 신뢰도가 회복되면서 유럽 주식형 펀드들도 완만한 수익률 상승을 기대했다.


테마펀드…글로벌 소비재 펀드의 비상
지난해 20% 넘는 고수익을 낸 테마펀드가 있다. 글로벌 소비재 기업에 투자하는 소비재(컨슈머) 펀드가 그 주인공이다. 글로벌 명품, 화장품, 카드사 등 글로벌 소비재 기업에 투자하는 22개 소비재 펀드는 2013년 20.37%의 수익률을 거뒀다. 투자 기간을 늘려 최근 2년간 누적수익률도 37.86%, 최근 5년간 누적수익률이 129.14%로 장기간 우상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이에 따라 소비재 펀드 역시 지난해 롱쇼트 펀드와 함께 자금몰이를 하면서 전체 설정액이 1조1693억 원으로 불어났다. 선진국의 소비 경기 회복과 함께 아시아의 중산층 인구 급증에 따른 소비 성장 수혜를 동시에 누릴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개별 펀드로는 ‘미래에셋글로벌그레이트컨슈머자1’이 대표적이다. 공모형 펀드 설정액이 5190억 원으로 가장 크며, 지난해 수익률도 40.68%를 기록했다. 전체 소비재 펀드 중 1위 성적이다. 2년 수익률과 5년 수익률도 각각 60.02%, 152.41%에 달했다. 미래에셋 관계자는 “강력한 브랜드 파워를 보유한 기업과 이머징 소비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춘 글로벌 소비재 기업에 투자하는 테마펀드”라며 “글로벌 소비 트렌드를 분석, 투자 기업을 선별한다”고 설명했다. 올해도 미국의 성장성 회복과 이머징 국가의 중산층 확대에 따른 소비 증가로 글로벌 소비재 기업 성장이 지속되면서 성과를 기대해볼 만하다는 게 전문가의 전망이다.

이와 함께 투자자들에게 장기간 실망감을 안겨주고 있는 중국 펀드도 소비 테마로 접근해 볼 것을 조언했다. 내수소비 성장 쪽에 초점을 두고 관련 종목에 선별 투자한 중국 소비재 펀드들은 지난해 10% 넘는 수익을 내면서 선전했기 때문이다. 중국 지수를 추종하는 인덱스펀드들이 대부분 원금을 까먹은 것과도 대조적이다. ‘차이나컨슈머자’(25.71%), ‘미래에셋친디아컨슈머1’(24%), ‘삼성차이나컨슈머자1’(12.05%) 등은 12~25%의 수익을 냈다. 문수현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는 중국 정부가 과거 경기부양책들의 부작용을 해소하고 금융시장 개혁과 산업구조 재편으로 중국 증시의 상승 모멘텀이 있을 것”이라며 “내수 수요 확대에 따른 수혜를 노려볼 만하다”고 말했다.


신흥국 주식형 펀드…부정적 시각 여전
한편 외국인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여전히 신흥국 주식에 대한 투자 의견이 부정적이다. 따라서 올해도 신흥국 주식형 펀드는 보수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조언이 우세하다. 전문가들은 올해 아시아 증시는 중국의 정책과 경기회복세에 따라 향방이 갈릴 것으로 전망했다. 신흥국을 대표하는 중국은 지난해 말 3중전회(제18기 중국공산당 중앙위원회 3차 회의)를 통해서 구조적인 경제 개혁 의지를 확고히 했다. 올해 각종 개혁 정책들이 실행되면서 시장의 불확실성이 지속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FUND ISSUE] 2014년 당신의 입가에 미소를 머금게 할 펀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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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중국 펀드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의 조언이다. 킴 도 베어링자산운용 아시아 멀티에셋전략 투자총괄은 “중국의 경제활동이 ‘투자’ 중심에서 ‘소비’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다”며 “소비 증진, 도시화 확대, 중산층 급증 등 새롭게 진화한 ‘뉴 차이나’를 통해서 향후 수년간 투자 기회를 잡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저평가 상태인 지금이 장기적인 관점에서 진입하기 적절한 시점이란 진단이다. 다만 긴축 통화정책에 따른 금리 상승 등은 우려 요인으로 작용, 추가적인 조정이 예상, 올해 나올 중국의 경제정책 방향을 주의 깊게 모니터링하면서 접근해야 한다는 조언도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중국과 함께 아세안 지역은 소비 성장을 테마로 장기 투자 상품으로 볼 것을 추천했다. 아세안 시장 역시 6억 명에 달하는 인구와 중국과 가까운 지리적 위치 등을 감안, 향후 아세안 기업이익의 성장성은 선진국 대비 클 것으로 예상하고 있어서다. 비록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 우려로 지난해 조정 폭이 컸지만, 과거 대비 아세안 시장이 외국자본에 대한 의존도가 낮아진 것은 물론 기업들의 재무건전성도 개선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또 빠른 속도로 중산층이 부상하면서 금융 서비스, 레저, 아파트 등 부동산 관련 주식이 큰 폭의 수혜를 입을 것이란 전망도 덧붙였다.


안상미 한국경제 기자 sara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