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 모든 일에는 적절한 타이밍이 있다. 나아갈 때와 물러설 때가 있다는 얘기다. 투자도 때를 잘 찾아야 한다. 성공한 사람은 미리 준비하고 예측해 때를 잘 맞춘 사람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많은 사람들은 앞사람 뒤통수만 보고 따라다니다가 뒷북만 치는 경우가 많다.
[GOLF & INVEST] 투자도 골프도 타이밍의 예술
투자의 세계에서 타이밍은 정말 중요하다. 투자의 귀재로 불리는 구루(guru)들의 공통점은 대부분 시대의 트렌드를 앞서가는 선각자이기도 하지만 기막힌 타이밍에 행동에 돌입하는 동물적인 감각과 대담함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 투자는 어느 정도 운이 작용한다. 좀 폄하해서 말하자면, 큰돈을 가지고 있는 투자자가 위기가 닥칠 때마다 두 눈 딱 감고 한 종목에 푹 찔러놓고 한참 지나고 나면 몇 배의 이익을 내는 경우이거나, 운이 좋아서 얻은 것일 수도 있다. 그러나 좀 더 세밀하게 분석해보면 학원이나 학군이 부동산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를 예측하고 분석해 행동에 옮긴 강남이나 목동 투자자들을 우연이나 운으로 치부할 수만은 없다.

회사 입사 동기가 있는데, 가정환경도 비슷하고 월급도 비슷한데 30년이 지난 지금 한 사람은 일찌감치 은퇴해서 캐나다와 서울에 집을 두고 애들은 미국에 유학시키고 자산운용사 오너가 돼 있고 다른 사람은 아직도 헉헉대면서 일을 하고 있거나 인생 이모작도 설계하지 못한 채 방황하고 있다. 이처럼 함께 출발한 두 사람의 인생은 사소한 차이가 모이고 모여 세월이 흐르면서 크게 달라진다.


적절한 타이밍의 관건은 쉴 때를 아는 것
부동산 시장의 블루칩인 서울 대치동 아파트 가격에 대한 차트가 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주식은 분명 차트가 있다. 만일 한 시대를 주도할 주식을 골랐다면 반드시 급소가 있기 마련이다. 예를 들자면 스마트폰 시대의 주역 삼성전자,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시대의 대표주자 네이버 주가를 한번 보라. 숨이 멈출 것 같은 급소가 있다. 이는 모든 이동평균선이 하나로 수렴되는 ‘숨구멍’이다.

지나기 전에는 그게 급소인지 잘 모를 수도 있지만 분명 급소는 있다. 당시에는 잘 알 수 없기 때문에 동물적 감각과 함께 커다란 용기가 필요한 것이다. 그 급소에서 매수한 사람은 매도 신호가 오는 큰 흐름을 제외하고는 어떤 잔파도에도 흔들리지 않게 된다.

이런 급소를 스윙급소라고 한다. 맥이 되는 이 지점을 놓치고 타점이 높은 곳에서 매수를 하게 되면 불안해서 조금밖에 먹지 못하고 나와야 한다. 부동산도 마찬가지지만 주식은 그래프를 보고 있기 때문에 더욱 불안한 것이다.

필자는 차트 신봉자가 아니다. 하지만 그림이 나쁜 주식은 절대 주도주가 되지 못한다고 굳게 믿고 있다. 전설적인 투자자 중에는 차트를 무시하라는 사람도 많다. 그러나 신기하리만큼 시대를 주도하는 주도주는 그림 같은 차트를 만들어가면서 높이를 더해가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시대를 앞서가는 업종과 종목을 찾아서 급소에서 들어가기 위해서 오늘도 수많은 투자자들이 머리를 싸매고 발품을 팔아가면서 정진하는 것이다.

주식투자는 자신이 경험해보지 못한 사업을 찾아가는 여정이다. 그렇기에 설렘이 있고 떨림도 있다. 수익률은 의심과 회의의 벽을 타고 오르는 것이다. 확신이 있고 믿음이 있다면 과감하게 행동할 때 결과로 보상받는 것이다.

2010년 벤쿠버 동계 올림픽에서 우리를 행복하게 했던 피겨여왕 김연아가 흘렸던 눈물은 우리를 소름끼치게 했다. 연기로 운 것은 분명 아니었을 것이고 힘들었던 훈련 시절들이 생각나서 저절로 나온 눈물이겠지만, 시상대 위에서 애국가가 흘러나오는 타이밍에 흐르던 그녀의 눈물은 보는 이들을 숨 막히게 하는 급소였다.

반면 M증권사의 유명했던 펀드가 있다. 블랙홀처럼 돈을 빨아들였지만 많은 사람에게 고통도 안겨준 펀드에 대해 소속 임원이 “환매 타이밍을 놓친 것은 탐욕 때문이었다”고 말해서 논란이 된 적이 있다. 눈물은 같은 눈물이지만 질이 다르다. 전자는 환희의 눈물이고 후자는 고통의 눈물이다. 타이밍이 너무 빨라도 안 되지만 늦으면 경을 치른다는 뜻일 게다.

적절한 타이밍을 잘 잡는 사람들은 공통점이 있다. 바로 잘 쉰다는 점이다. 멈출 줄 알아야 달릴 수 있다는 뜻이다. 휴(休)테크, 즉 멈춤(止)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브레이크도 잘 달리기 위해서 있는 것인데 우리는 미련해 그것을 잘 모를 때가 많다. 부동산은 단타가 잘 되지 않는 것이지만, 주식투자를 하는 많은 사람들은 계속해서 뭔가를 얻으려고 달리기만 하기 때문에 손해를 보는 것이다.

환희는 짧고 고통은 긴 법이다. 적당한 때에 빠져나오지 못하면 절대 고수라 할 수 없다. 이익을 냈을 때도 마찬가지이지만 잘못 들어가서 손해가 났을 때 소위 손절매 과정에서 고수와 하수의 차이가 분명히 난다. 잘 쉬다 보면 기회가 온다. 그것을 고수들은 너무 잘 안다. 1년에 서너 번만 투자한다고 생각하고 지킬 수만 있다면 그 사람은 반드시 성공한다. 운동선수들도 무조건 훈련만 하는 연습벌레보다는 적절히 음악도 듣고 여행도 하고 책을 보거나 그냥 생각 없이 푹 자고 푹 쉬면 훨씬 느낌이 좋아진다고 한다.


톱에서의 가벼운 멈춤이 다운스윙에 도움
이제 골프 이야기를 해보자. 모든 운동이 타이밍의 예술이지만 골프는 작은 공을 멀리 보내야 하기에 접점에서의 조그마한 오차도 허용하지 않는다. 여기서 중요한 게 MOT(Moment of Truth·진실의 순간)다. MOT는 마케팅 용어로 고객들에게 최초의 이미지를 주는 주차장이나 매장 카운터, 콜센터 등의 접점을 잘 관리하라는 의미로 사용되는 용어다. 고객만족 경영에서 매우 중요한 용어다.

골프에서 MOT는 스위트 스폿(sweet spot)에 비유할 수 있다. 골프채의 페이스가 공과 처음 만나는 바로 그곳에서 운명이 결정되기 때문이다. 어떻게 만나느냐에 따라서 말이다. 에이밍이 된 대로 직각으로 공을 만나야 한다. 영어로 표현하면, 스위트 스폿에 스퀘어하게 어프로치가 돼야 한다는 말이다. 특히 아이언은 잔디 위에 있기 때문에 공을 먼저 맞추지 못해서는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없다. 그것이 바로 앞에서 말한 스윙급소다.

급소를 잘 맞췄다면 공을 보지 않아도 스스로 느낄 수 있다. 바로 손바닥으로 전달되는 짜릿한 손맛만으로도 멋지게 날아서 원하는 곳에 떨어짐을 알 수 있다. 물리적으로 표현하면, 쥐불놀이 하는 깡통을 원심력이 최대한 발휘되는 시점에 미끄러지듯 놓아서 회전운동을 직선운동으로 바꿔주는 것이다.

여기에도 어김없이 멈춤이 있다. 스윙 동작을 하나하나 조각내서 분석해보면 스윙의 톱(top)에서의 부드럽고 가벼운 멈춤이 다운스윙을 좋게 만드는 중요한 맥임을 알 수 있다. 초보시절 레슨 받을 때를 기억해보면 바로 알 수 있을 것이다. 프로 선수들은 반복된 훈련으로 거의 기계적으로 스윙을 하기 때문에 쉽게 멈춤이 보이지 않을 뿐이다.

이런 과정들이 원만하고 좋은 결과로 도출되게 하기 위해서는 행동의 주체가 되는 자신이 각각의 요소들을 잘 만들고 훈련해야 한다. 견고한 하체와 유연한 상체, 빈틈없이 견고하면서도 부드러운 그립, 찌그러지지 않은 양팔의 삼각형, 우아한 스윙 플레인, 멘탈과 집중력, 나만의 리듬과 템포, 꼬임을 풀어주는 멋진 타이밍 이런 것들이 조화를 이룰 때 좋은 결과가 나온다.

운동역학과 투자역학이 뭐가 그리 다르겠는가? 급소가 될 수 있는 타이밍에 숨 막히는 절정감을 느끼고 알 수 있다면 성공은 바로 당신 것이다. 지루하다고 생각지 말고 끊임없이 반복하고 성찰하면서 인생을 열심히 살다 보면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올 것이다.


도덕재 한국투자증권 상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