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머니 1월호, 기업분석전문가 심층 설문 조사
50대 그룹 오너리스크 평가


오너리스크 조사와 별도로 ‘오너리스크 증가 기업 vs 감소 기업’ , ‘지배구조 개선 기업 vs 악화 기업’ 등을 조사했다. 조사 대상 기업집단의 최근 오너리스크 변화상을 알고자 하는 의도였다.



동양그룹, 한화그룹, 효성그룹, SK그룹, 그리고 CJ그룹. 현재 오너가 구속돼 있거나 검찰조사를 받고 있는 대표적인 기업들이다. 당연히 이번 조사에서 오너리스크가 증가하고 있는 대표적인 기업으로 꼽혔다. 기업 평가 전문가 20명에게 ‘최근 오너리스크 증가 기업’ 3곳을 뽑아달라고 했더니, 동양이 15표로 가장 많았으며 그 뒤를 효성과 한화가 10표, SK와 CJ는 각각 8표씩을 얻었다.

오너리스크 증가의 이유는 거의 비슷했다. 동양의 경우 ‘회사의 사유화’, ‘투자자 신뢰의 실추’라는 답변이 많았다. SK는 ‘오너의 비리와 그로 인한 경영 공백’을 언급하는 이들이 다수였다. 두산그룹과 동부그룹을 오너리스크 증가 기업으로 거론한 전문가도 6명에 달했다. 두 곳 모두 무리한 사업 확장과 계열사 지원으로 오너리스크가 증가했다고 봤다.

한진그룹은 ‘대한항공의 한진해운 지원’을 이유로, 현대그룹은 ‘재무구조 악화’로 각각 5명의 전문가가 오너리스크가 늘고 있다고 판단했다. 삼성그룹도 오너리스크가 증가한 것으로 보는 전문가도 있었다. ‘1인 경영 체제’와 ‘이건희 회장의 건강과 지배구조 불확실성’을 그 이유로 들었다.

오너리스크가 감소한 대표적인 기업은 한국타이어와 신세계그룹으로 조사됐다. 각각 4명의 전문가가 이들 기업에 표를 던졌다. 신세계의 경우 2세 분할 완료에 따른 지배구조 확립을, 한국타이어는 지주사 체제 전환과 함께 수익 관리 능력을 이유로 들었다. 흥미로운 것은 SK와 CJ, 삼성이다. 이들 세 기업은 오너리스크가 증가하는 곳으로도 많이 언급됐지만, 동시에 오너리스크가 줄어든 기업으로도 각각 3표씩을 받았다.

삼성은 ‘후계 구도가 안정됐다’에 대한 언급이 많았다. SK와 CJ는 오너의 구속 이후 전문경영인 체제가 확립될 것이라는 기대감을 표하는 의견이 적지 않았다. SK는 수펙스추구협의회를 가동하며 최태원 회장의 공백을 메우고 있고, CJ 역시 2013년 7월 그룹경영위원회를 발족시키고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했다. 그 외에 경영권 승계가 가시화되고 있는 현대자동차, 총수와 관련한 특별한 스캔들이 없는 LG, 현대중공업 등도 오너리스크가 감소하고 있는 기업으로 언급됐다.



지주회사 전환, 지배구조 청신호

지배구조와 관련한 질문에서는 유독 빈칸으로 남겨둔 전문가들이 적지 않았다. 그만큼 국내 대기업집단의 지배구조와 관련한 변화는 찾아보기 힘들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지배구조가 악화되고 있는 기업에서도 동양은 대표적인 사례였다. 7명의 전문가가 답했다. 순환출자로 얽혀 있는 복잡한 지배구조와 최근의 기업어음(CP) 사태에 따른 지분율 감소를 근거로 들었다.

태광을 꼽은 전문가도 많았다. 모두 6명에게 표를 받았다. 총수가 배임·횡령 혐의로 구속돼 있는 만큼 주주 가치 훼손에 대한 우려가 높았다. 가족 간 상속 다툼 역시 부정적으로 작용했다. 효성과 한화, CJ 등도 각각 3표씩을 얻었다. 이들 기업 역시 총수 일가의 횡령 혐의가 불거진 곳들이다. 그 외에 복잡한 순환출자 고리를 지닌 한라, 롯데 등이 언급됐다.

지배구조가 개선된 기업에서 가장 많은 표를 얻은 기업은 한국타이어. 최근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을 마무리한 데 따라 모두 5명으로부터 지지를 얻었다. 두산과 동부도 3표씩을 얻었다. 그 외에 CJ, 한진, 아모레퍼시픽, 하이트진로 등이 거론됐다. 이들은 모두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을 준비 중이거나 안정적인 지주회사 체제를 유지하고 있는 기업들이다.


이정흔기자 verd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