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머니 1월호, 기업분석전문가 심층 설문 조사
50대 그룹 오너리스크 평가


투자자들이 주시해야 할 오너리스크 위험 기업은 예상에서 크게 빗나가지 않았다. 오너리스크 경계령을 불러 일으킨 동양그룹과 STX그룹, 웅진그룹 등이 나란히 1, 2, 3위를 차지했다. 효성그룹과 한진그룹, 태광그룹 등도 이미 오너리스크에 여러 차례 노출된 바 있는 대표적인 기업들이었다. 오너리스크가 높은 기업 톱 10을 정리했다.


[Owner Risk Attack] 오너리스크 높은 기업 톱 10 ‘위기의 한라·태광…경고등 켜졌다’
현재현 회장의 동양그룹은 이미 2000년대 중반부터 건설 경기 부진으로 인해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동양은 사업 포트폴리오를 조정하지 않은 채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를 맞았고, 그룹 전체가 위기로 내몰렸다. 강덕수 회장의 STX그룹은 안정적인 성장 전략을 취하기보다 외국 선사들로부터 해양플랜트와 초대형 선박을 수주하기 위해 성급함을 보인 것이 위기를 불렀다는 지적이다. 윤석금 회장의 웅진그룹 역시 이와 다르지 않다. 2007년 건설업황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극동건설을 인수한 것이 독배가 됐다. 이 과정에서 건설업에 경험이 없는 회사가 건설사를 인수하는 것에 우려를 표하는 시각이 많았음에도 윤 회장의 무리한 사업 확장 욕심이 발목을 잡은 셈이다.



치명타 된 ‘오너의 오판’

그래서일까. 나란히 오너리스크 1, 2, 3위에 오른 동양과 STX, 웅진은 경영 전문성과 지배구조, 그리고 윤리 경영 평가에서 모두 참혹한 성적표를 받았다. 그중에서도 경영 전문성 항목인 ‘위기관리 능력’에 대한 평가가 유독 낮았다. 동양은 1.45점, STX는 1.48점으로 박빙이었고, 웅진은 1.95점이었다.

특히 동양은 그룹의 유동성 위기에 대처하는 과정에서 개인투자자들에게 ‘사기성’ 회사채를 발행했다는 의혹을 받으며 윤리 경영 평가 항목에서도 낮은 점수를 받았다. 전문가들은 주주와 채권자 보호에 1.68점, 준법 경영에 1.82점의 점수를 주었다. 지배구조 항목에서는 소유 구조의 투명성과 책임 경영 1.73점, 이사회 구성과 의사결정 구조 2.05점, 내부거래의 투명성과 공정성 1.95점, 오너 지분율의 안정성 2.36점을 기록했다. STX 역시 최근 강 회장의 10억 성과금에 대한 논란이 일며 주주와 채권자 보호 1.97점, 준법 경영 2.20점을 받았다. 웅진은 윤리 경영 항목에서 준법 경영 2.23점, 주주와 채권자 보호 2.27점으로 낮은 점수를 받았고, 지배구조 항목에서도 오너 지분율의 안정성에서 2.27점을 받았다.

4위는 정몽원 회장의 한라그룹이 이름을 올렸다. 정몽원 회장은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주의 바로 아래 동생인 고 정인영 한라그룹 명예회장의 2남이다. 1997년 한라 회장에 올랐다. 한라는 경영 전문성 평가 중 비전 제시와 수익 창출 능력에서 낮은 평가를 받았다. 한라건설의 부진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자동차 부품을 전문으로 하는 만도 역시 기술 경쟁력에 앞서지 못하고 있다는 위기감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이뿐만 아니라 지배구조 항목에서는 내부거래의 투명성과 공정성, 소유 구조의 투명성과 책임 경영 등에서도 혹평을 들었다. 윤리 경영 항목에서는 주주와 채권자 보호와 준법 경영에서 평균을 밑돌았다.

오너리스크 5위는 현대그룹이었다. 현대는 주력 계열사인 현대상선의 자금난으로 본격적인 구조조정에 돌입했다. 하지만 세계적 해운 경기 불황으로 쉽게 돌파구를 찾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이 같은 우려가 반영돼 경영 전문성 평가 중 위기관리 능력과 수익 창출 능력에서 모두 2.18점을 받았다. 합리적 의사 결정 2.27점, 비전 제시 2.36점이었다. 내부거래의 투명성과 공정성은 2.64점, 소유 구조의 투명성과 책임 경영은 2.86점이었다. 윤리 경영 항목도 준법 경영, 주주와 채권자 보호, CSR 등이 모두 낮은 점수를 받았다.

2012년 횡령·배임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은 이호진 전 회장의 태광그룹은 오너리스크 6위에 올랐다. 특히 최근에는 실적 부진까지 이어지며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경영 전문성 항목 중 비전 제시에서 2.36점, 위기관리 능력에 2.55점을 받는 데 그쳤다. 합리적 의사 결정은 2.59점, 수익 창출 능력은 2.82점을 받았다. 지배구조 항목에서는 오너 지분율의 안정성에서 3.09점을 받았으나 이사회 구성과 의사결정 구조에서 2.45점이 나왔다. 내부거래의 투명성과 책임 경영은 2.50점이었고 소유 구조의 투명성과 책임 경영도 2.50점이었다. 윤리 경영 항목에서는 주주와 채권자 보호 2.45점, 준법 경영 2.59점, CSR에서 2.36점을 받았다.



위기감 키운 ‘형제의 난’

태광과 함께 오너리스크 6위에 선정된 이중근 회장의 부영그룹은 민간 임대주택 전문 건설업체다. 최근 전세난 등 임대 수요가 급증하며 주목받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총수 일가의 지분이 30%를 넘는 10개 계열사 간의 내부거래다. 따라서 지배구조 항목 중 오너 지분율의 안정성에서는 3.05점을 받은 반면 소유 구조의 투명성과 책임 경영에서는 2.36점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경영 전문성 항목에서도 비전 제시에서 비교적 낮은 평가를 받았다. 윤리 경영 항목은 주주와 채권자 보호가 2.64점이었으며, 준법 경영과 CSR도 점수가 낮았다.

최근 횡령·배임 혐의로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인 조석래 회장의 효성그룹은 8위였다. 장남 조현준 사장, 차남 조현문 변호사, 전문경영인 이상운 부회장 등 그룹 고위 경영진이 잇달아 검찰 조사를 받으며 장기적인 사업 추진에 차질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 같은 영향으로 효성은 윤리 경영 항목에서 유독 낮은 평가를 보였다. 준법 경영 2.41점, 주주와 채권자 보호 2.50점을 받았다. 경영 전문성 항목에서는 위기관리 능력 2.45점을 받았으며 지배구조 항목에서는 오너 지분율의 안정성에서 3.18점을 받아 비교적 높은 점수를 기록했다.

오너리스크 9위는 한진그룹, 10위는 한진중공업그룹이 나란히 이름을 올렸다. 창업주인 고 조중훈 회장의 타계 이후 장남인 조양호 회장은 한진을, 차남인 조남호 회장은 한진중공업을 맡고 있다.

한진은 2013년 8월 지주사 체제 전환을 위해 대한항공을 한진칼과 대한항공으로 분할했다. 그러나 최은영 회장의 한진해운의 자금 지원 문제가 불거지며 지배구조 개선 항목에서 우려의 시선이 적지 않았다. 그 때문인지 지배구조 항목 중 소유 구조의 투명성과 책임성, 내부거래의 투명성과 공정성에서 상대적으로 저평가 받았다.

조선업 불황 속에 노사 갈등까지 지속되며 경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한진중공업은 경영 전문성 항목에서 좋지 않은 평가를 받았다. 수익 창출 능력에서 2.14점을 받는 데 그쳤으며, 비전 제시 또한 2.36점에 머물렀다. 지배구조 항목에서는 소유 구조의 투명성과 책임 경영에서 비교적 높은 점수를 받았지만 이사회 구성과 의사결정에서 총점이 깎였다. 윤리 경영 항목도 CSR에서 점수가 만족스럽지 못했다.

박삼구 회장의 금호아시아나는 한진중공업과 함께 공동 10위였다.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대표이사와의 오랜 ‘형제의 난’이 반영된 결과다. 지배구조 항목 중 오너 지분율의 안정성에서 2.64점으로 평가를 받았으며, 소유 구조의 투명성과 책임 경영에서도 2.95점을 받는 데 그쳤다.


이정흔 기자 verd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