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자가 한 자녀를 두었다면 승계에 따른 의사결정은 간단하다. 그러나 경영자가 두 명 이상의 자녀를 둔 경우가 훨씬 더 많다. 이 경우 승계를 앞둔 경영자는 경영권 이전과 소유권 분배에 관한 문제를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일러스트 전희성
일러스트 전희성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김 모 사장은 아들 둘을 두고 있는데, 둘 다 학업을 마치고 몇 해 전부터 회사에 들어와 일하고 있다. 지금은 자녀들이 사이도 좋고 서로 협력해서 일을 잘 하고 있지만, 김 사장은 가끔씩 자신의 사후에도 형제들이 협력해서 회사를 잘 운영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앞으로 회사를 공동으로 경영하도록 해야 할지, 아니면 사업부를 분리해서 각자 회사를 하나씩 따로 운영하게 해야 할지 고민이다.

또 다른 중소기업의 강 모 회장은 딸만 셋을 두고 있다. 아들이 없어 예전부터 승계 문제로 고민했는데, 다행히 첫째와 둘째 딸이 회사에 들어와서 열심히 일하고 있다. 강 회장의 고민 또한 김 사장과 비슷하다. 그의 고민은 첫째 딸이 적극적이고 능력이 있으니, 책임지고 경영을 맡아서 할 수 있도록 해야 할지, 아니면 형평성을 고려해 세 딸에게 똑같이 소유권을 분배해야 할지 하는 문제다.


동등한 혜택과 책임을 공유하는 형제 경영
일반적으로 1세대에서 2세대로 이전될 때의 승계 방식은 두 가지로 구분된다. 하나는, 한 자녀가 책임지고 회사를 맡아 운영하는 단독 경영 방식이다. 다른 하나는 형제자매가 공동으로 소유하고 공동으로 경영하는 형제 경영 방식이다. 여기에서 3세로 이전될 때는 사촌들이 협력해서 함께 일해야 하는 사촌 경영으로 발전한다. 그러면 단독 경영과 형제 경영 방식 중 어느 것이 더 합리적 선택인가. 그것은 각 가족이나 기업의 상황이 다르므로 정답이 없다. 단, 어떤 방식을 택하든 장점과 함께 필연적인 도전 과제가 있기 마련이다. 그러므로 각 방식의 특성을 살펴보고 자기 가족이나 기업에 맞는 최적의 방식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나라 경영자들은 한 자녀가 책임지고 회사를 운영하도록 하는 단독 경영 방식에 더 많은 관심을 보인다. 이러한 상황은 자녀가 한 명만 있는 경우나 자녀 중 한 명만이 가족기업에 관심이 있는 경우, 그리고 경영자가 가장 능력 있는 한 자녀에게 승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할 때 발생한다. 두 명의 자녀가 함께 가족기업에서 일하는 경우, 어떤 경영자는 회사나 계열사를 분리하거나 다른 회사를 만들어서라도 자녀들이 각자 단독으로 자신의 회사를 경영할 수 있도록 한다. 이는 가족들이 한 회사에서 함께 일하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경영자의 생각이 반영된 것이다. 단독 경영 방식의 장점은 의사결정이 신속하고 한 사람이 책임 경영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즉, 자녀들 간 회사 경영에 따른 의견 차이 등으로 인한 갈등을 사전에 예방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장점이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아니다. 여기에는 도전 과제도 산적해 있다.

우선 빠른 의사결정과 책임 경영이 가능한 반면, 독단적인 경영으로 인해 잘못된 판단을 내릴 경우 회사에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 둘째, 형평성의 문제다. 만일 자녀가 여러 명인 경우라면 회사를 맡지 않는 자녀들을 위해 최소한 유류분에 해당되는 자산이 별도로 준비돼 있어야 한다. 만일 승계 과정에서 형평성이 깨지면 상속 문제로 인한 가족 분쟁은 피할 수 없게 된다. 셋째, 회사를 분리하는 경우 기업의 장기적인 경쟁력이 약화될 수 있으며, 때로는 자녀들 간 경쟁 관계가 되기도 한다. 또한 분리 과정에서 감정 문제가 발생한다면 이것이 향후 분쟁의 불씨가 되기도 한다. 그리고 만약 능력 없는 자녀가 단지 자식이라는 이유로 회사를 맡게 되는 경우, 회사뿐만 아니라 개인의 삶도 어려움에 처하게 된다. 그러므로 단독 경영을 선택한다면 동시에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대안도 마련해야 한다.

단독 경영 방식과 대별되는 것은 자녀들에게 소유권을 공평하게 배분하고 서로 협력해서 회사를 운영하도록 하는 형제 경영 방식이다. 예를 들어, 자녀가 두 명이라면 두 자녀에게 각각 지분을 50%씩 나누어주고, 3명이라면 3분의 1씩 공정하게 배분하는 것이다. 그리고 형제자녀들이 한 팀으로 협력해서 회사를 이끌어간다. 이 방식은 형평성 문제를 해결하고, 자녀들이 각자의 장점을 살려 협력하고 약점을 보완할 수 있다면 시너지를 극대화할 수 있다. 물론 이 방식에도 몇 가지 도전 과제가 있다. 첫째, 형제자매간 경영 방식이나 미래의 전략 방향 등에 대해 서로 다른 입장이나 견해를 갖는 경우 갈등이나 분쟁의 소지가 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자녀들 간 주도권 경쟁이 발생할 수도 있다. 둘째, 형제자매의 자녀들이 회사에 참여하는 사촌 경영 시기가 되면 지분 구조에 따른 경쟁 관계가 더 심화될 수도 있다. 그러므로 형제 경영 방식을 선택하기 위해서는 사전에 형제들끼리 합의가 돼야 한다. 그리고 예측 가능한 다양한 문제에 대해 사전에 협의하고 협약을 마련해 문서화하는 등 대비책이 마련돼야 한다.


가족이 함께 미래를 계획해야
이상과 같이 한 명의 자녀가 지배적인 소유권을 갖고 단독으로 경영하는 방식과 자녀들에게 소유권을 공정하게 분배하고 서로 협력하게 하는 방식 중 어떤 소유권 구조가 가장 적절할지 어떻게 알 수 있을까. 이를 확인하기 위한 가장 현명한 방법은 가족들이 함께 미래 계획에 참여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두 사람이 하나의 오렌지를 놓고 서로 갖겠다고 싸운다고 가정해 보자. 가장 현명한 해결책은 무엇인가. 대부분 정확하게 이등분해서 반씩 나누는 것이 가장 공정하다고 생각할 것이다. 또 어떤 사람은 게임을 해서 이긴 한쪽이 다 갖도록 하자고 할 수도 있다. 그런데 그 전에 각자에게 왜 오렌지가 필요한지 물어보니, 한 사람은 알맹이로 오렌지주스를 만들려고 하고, 다른 한 사람은 껍질을 활용해 잼을 만들 계획이라는 것을 알았다면 어떤가. 공평하게 반씩 나누거나 누군가 한 명이 다 갖는 것보다는 알맹이와 껍질을 각각 필요한 사람에게 나누어 주는 편이 가장 현명하지 않은가. 이처럼 어떤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 서로의 생각을 솔직하게 교환할 수 있다면 더 효과적이고 현명한 의사결정을 할 수 있다.

그러면 앞서 소개한 김 사장과 강 회장은 어떻게 고민을 해결했는지 살펴보자. 필자가 컨설팅 과정에서 각각의 자녀를 만나본 결과, 김 사장의 자녀들은 형제가 서로의 장점을 살려 함께 공동으로 경영하는 형제 경영 방식을 선호했다. 그리고 강 회장의 자녀들의 경우, 첫째 딸이 회사 경영에 대한 책임과 열정을 가지고 있었고, 둘째 딸은 남편과 유학을 다녀와서 다른 분야에서 일하기를 원했다. 그리고 셋째 딸은 회사에는 별다른 관심이 없었다. 그러므로 가족회의를 열어서 첫째 딸에게 지배력을 가질 수 있는 정도의 지분을 이전하고 다른 자녀에게는 지분 일부분과 경영자의 개인 재산을 증여하는 방식으로 결정했고 이에 대해 모두가 만족했다.

그리고 김 사장이나 강 회장 가족 모두 가족회의를 개최해서 단독 경영이나 형제 경영에 따라 발생할 수 있는 도전 과제에 대해 논의하고 이에 따른 다양한 규정을 사전에 마련했다. 그리고 가족들이 지속적으로 좋은 관계를 유지할 수 있도록 정기적인 가족 모임도 갖기로 했다. 이와 같이 의사결정에 가족이 함께 참여한다면 경영자가 혼자 고민하고 결정한 해결책보다 모든 사람들이 더 만족할 만한 결과를 얻을 수 있다.

자신이 죽은 뒤에도 자녀들이 싸우지 않고 협력해서 기업을 잘 이끌어 가기를 바라지 않는 부모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대를 이어 회사를 맡아 책임질 가족의 의사를 반영해 승계 계획을 세우는 경영자 또한 거의 없다. 그러므로 경영자가 혼자 아무리 고민하고 계획을 세운다고 하더라고 여전히 갈등이나 분쟁의 소지는 남게 된다. 대를 이어 영속하는 기업을 꿈으로 갖고 있는 경영자라면 김 사장과 강 회장과 같이 승계 계획을 경영자 혼자만의 문제가 아니라 가족 전체의 문제로 인식하고 준비해야 한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김선화 한국가족기업연구소 대표

경영학 박사. 가족기업 컨설턴트.
‘100년 기업을 위한 승계 전략’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