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기 위해 사는 건지, 살기 위해 버는 건지.’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한번쯤은 해봤을 법한 고민. 그런데 용감하게 이 고민에 답을 찾아 나선 이가 있다. 이 책의 저자 김영권은 50줄에 접어든 어느 날 돌연 사표를 제출했다. 세계일보, 머니투데이 등의 신문사에서 경제부 기자로 이를 악물고 뛰어온 22년. 불현듯 도둑처럼 허무가 몰려왔기 때문이다. 그 길로 ‘벌지 않고 행복하게 사는 인생 실험’에 돌입했다. 실험실은 강원도 산골에 마련한 ‘태평가(家)’라는 작은 집 한 채. 실험 비용은 전 재산을 털어 마련한 작은 오피스텔 두 채로부터 나오는 월세 각 60만 원으로 충당했다. 말하자면 ‘120만 원으로 한 달 살기’다. 그러나 실험은 처음부터 만만치 않았다. 그간 익숙해진 도시에서의 삶의 버릇을 벗어내고 ‘벌지 않고 편히 사는 방법’을 터득하는 데는 예상치 못한 실수가 수없이 뒤따랐다. 이 책은 바로 그 같은 시행착오기를 엮어놓은 것이다. 더할 것도 덜 할 것도 없는 ‘쪼잔한 120만 원 살림 내역’과 그 쪼잔함으로 비로소 얻게 된 ‘진정한 삶과 행복’에 대한 통찰이 담겨 있다.
김영권 지음, 288쪽, 살림, 1만3800원
어느 기자의 독서일기, ‘구체적인 인간에게 구체적인 행복을’
‘책은 책을 부른다. 책은 글을 부른다. 책은 사람을 부른다.’ 책을 읽는 사람들은 ‘당연’이 아니라 ‘의문’을 좇는 사람들이다. ‘동질성’이 아니라 ‘이질성’의 세상을 꿈꾸는 사람들이다. 이 책은 어느 기자의 독서일기다. 저자인 곽명동은 대학신문사에서 신문을 만들던 시절부터 포커스신문에서 기자로 밥벌이를 하는 지금까지 꾸준히 책을 읽고, 일기를 쓰고 있다. 책 제목인 ‘구체적인 인간에게 구체적인 행복을’은 저자의 삶의 화두다. 구체적인 인간이 되기 위해서는 책을 읽어야 했고, 그 책이 펼쳐준 세계에서 수많은 사람과 세상을 만나 내밀한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고 말한다. 독서일기에 소개되고 있는 150여 권의 책은 김훈, 고종석, 진중권 등 국내 작가들부터 조지 오웰, 체 게바라, 필립 로스 등 국외 작가들의 작품까지 문학과 인문학을 가리지 않고 다양하다. 자칫 딱딱하거나 어려울 수 있는 책에 대한 이야기들을 일기라는 편안하고 속도감 있는 산문 속에 한결 쉽게 다가갈 수 있도록 소개한다.
곽명동 지음, 368쪽, 푸른봄, 1만5000원
소설가들의 손끝 따라 떠나는 도시 기행, ‘도시와 나’ 성석제, 정미경, 함정임, 백영옥, 서진, 윤고은, 한은형.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중견 작가부터 우리 문단을 이끌어갈 젊은 작가까지 7명의 작가가 모였다. 해외 도시를 배경으로 쓴 단편소설 7편을 책으로 엮었다. 국내 최초의 여행 소설집 ‘도시와 나’다. 소설가들에게 도시는 단순한 장소가 아니라 삶의 공간일 뿐 아니라 작품의 주요한 모티브이자 배경, 영감과 욕망의 대상, 나아가 오롯한 주인공이다. 이 책은 평이한 에세이가 아닌 문학성 짙은 단편소설로 해외 도시의 이국적인 뉘앙스와 낯선 여행의 묘미, 아울러 읽는 재미를 풍성하게 담았다. 단편소설로 만나는 도시 이야기를 통해 우리는 낯선 여행을 체험하고, 익숙한 도시의 새로운 뉘앙스를 받아들이게 된다. 이와 함께 각 소설가만의 고유한 문체와 은유와 상징을 읽을 수 있게 된다. 독자들은 이 도시 단편소설집을 통해 빼어난 소설가들의 도시 이야기는 물론 낯선 도시들의 매력을 흠뻑 흡입할 수 있을 것이다.
정미경 외 지음, 280쪽, 바람, 1만2000원
이정흔 기자 verdad@hankyung.com│사진 서범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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