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불삼대(富不三代). ‘부자가 3대를 넘기기 힘들다’는 옛말이 있다. 한국의 장수 기업을 보면 100년은 물론 60년 이상 존속한 기업도 외국에 비해 적은 것이 사실이다. 기술개발과 경영 혁신 등도 100년 기업으로 가는 중요한 요소이지만 상속세와 증여세를 최고 50% 세율로 과세하는 현행 조세 체계를 보면 법인의 가업승계 또한 중요한 요소임을 반드시 인지해야 한다.


법인 최고경영자(CEO)를 대상으로 한 가업승계 준비 실태 조사에 따르면 ‘미흡하다’는 답변이 약 70%로 나타나고 있으며, 가업승계 관련 주된 애로사항은 상속·증여세 등 조세 부담이 약 73.4%로 가장 높았다. 많은 법인 CEO가 가업승계 관련 상속·증여세 등 조세 부담은 충분히 인지하고 있지만 이에 대비한 가업승계 준비는 미흡하다는 현실을 보여주고 있다.

실제로 법인을 경영하다 CEO가 유고하면 상속세를 50% 세율로 납부해야 하고 이때 납부 유동성 및 재원 부족으로 상속받은 주식을 매각하는 경우도 발생한다. 이 때문에 기업의 주인이 바뀌거나 경영권에 문제가 생기기도 한다.

그럼 법인 CEO의 가업승계를 위한 불편한 진실은 무엇일까. 평균적으로 부동산과 사업자산을 포함한 비율이 약 87%로 고정자산 비율이 높아 상속과 사업 승계에 대단히 취약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비상장 법인은 상증법상 별도의 평가를 통해 상속가액을 평가한다. 순자산 가치와 순손익 가치를 가중평균해서 계산하게 되는데, 실제 자본금 3억 원에 액면가 5000원의 비상장 법인 주식의 경우도 상증법상 평가하게 되면 주당 주식 평가액이 몇십만 원에서 몇백만 원까지 평가되는 경우도 있어 실제 상속세 부담이 대단히 증가하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된다. 상속인의 입장에서 사전 상증법상 주식 가치를 평가하지 않고 이에 대한 준비를 못했다면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상속세는 유고 기준 말일로부터 6개월 이내 납부를 원칙으로 하는데 유동성 자산이 부족한 경우 심각한 어려움에 처할 수 있다.

실제 IBK기업은행 경제연구소 자료에 의하면 가업승계 시 중소기업의 78.7%가 상속·증여세 부담으로 경영난에 봉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가업승계 시 중소기업의 57.9%가 상속·증여세의 10∼30%만 자체 부담이 가능하며 25.2%는 전혀 해결할 수 없다고 응답했다. 즉, 우수한 기술력과 경영 혁신을 통해 경쟁력을 갖춘 기업도 가업승계에 대한 준비가 부족할 경우 심각한 경영난에 부딪히게 되며 이는 평생을 동고동락한 종업원의 일자리 위협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

또 CEO가 소득세 절세를 위해 낮은 수준의 급여를 받고 있고 배당에 있어서도 인색해 자금 출처가 많이 부족하다. 즉, 법인자산에 비해 개인자산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지분 이전 등 가업승계 준비 부재로 상속 대비에 취약한 전형적인 ‘부자 회사의 가난한 사장님’ 구조를 가지고 있다.


상증법상 주식 가치 평가·주가 시뮬레이션 등 우선돼야
이 같은 현실에서도 시간을 갖고 미리 준비한다면 해답은 있다.

첫째, 가업승계를 지원하기 위한 여러 조세제도를 명확하게 인지해야 한다. 대표적인 것이 가업상속공제 제도다. 법정 요건을 충족한 경우 상속세 부과 시 가업상속재산가액의 70%를 최대 300억 원 한도로 공제해준다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제도 도입 초기에는 중소기업에 한해 혜택을 받을 수 있었는데, 법 개정을 통해 매출액 1500억 원 이하 중견기업에 대해서도 가능하도록 바뀌었고, 2013년부터는 매출액 2000억 원 이하 중견기업까지 확대됐다.

그런데 가업승계와 관련된 상담을 하다 보면 가업상속공제 제도에 대해 오해하거나 혜택을 받기 위한 요건을 간과하는 경우를 보게 된다. 승계 대상의 주식 가치가 200억 원이면 300억 원 공제 한도 이내이므로 상속세가 없을 것으로 오해하는 경우가 있는데, 앞서 살펴본 것처럼 주식 가치를 모두 공제해주는 것이 아니라 가업상속재산가액의 70%를 공제해주는 것이며, 주식 가치 전부가 아닌 주식 중 사업용 자산에 해당하는 비율만큼만 공제해주는 것이다.

예를 들면, A제조업의 사업용 자산(공장 토지·건물·기계장치 등) 비율이 70% 정도인 경우, 가업상속공제는 주식가액의 49%(=70%×70%)가 공제되는 것이며, 승계 대상의 주식이 200억 원이라면 98억 원(=200억 원×49%)이 공제되는 것이다. 일반적으로는 사업용 자산 비율이 높지 않은데, 만약 사업용 자산 비율이 50%라고 하면 35%(=70%×50%)만 공제돼 상속세 부담에서 자유로워지는 것은 아니다. 최근 사회적으로 중소기업과 중견기업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어 이런 세제 혜택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해볼 수도 있겠지만 이 역시 일자리와 관련해 10년간 고용 인원을 유지해야 하는 사후관리 조건(중소기업 1배·중견기업 1.2배)으로 인해 까다로울 수 있으므로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

둘째, 법인의 주식 가치에 대한 상증법상 객관적 평가를 통해 법인자산의 현실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가업승계를 위해 우선적으로 먼저 검토하는 것이 법인 주식 가치의 평가다. 정확한 평가 금액이 나와야 이에 따른 승계 전략을 고민하고 필요한 자금 규모도 판단하게 된다. 하지만 정작 주식 가치의 평가 결과를 설명하면 많은 CEO들이 놀라거나 심지어 인정하지 않으려 한다. 그만큼 CEO 본인이 느끼는 주식 가치와 상증법상 평가 금액과 괴리가 있기 때문에 객관적인 주식 가치 평가를 통해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셋째, 법인과 개인자산의 균형적인 자산관리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한마디로 부자 회사의 가난한 사장이 돼서는 가업승계에 취약하다는 얘기다. 관심을 가져야 하는 자산관리 포인트는 먼저 자금 출처 확보다. 대표적인 것이 급여로 개인자산 형성의 출처가 되는 중요한 요소다. 근로소득세를 적게 내기 위해 의도적으로 낮게 책정된 급여는 오히려 소탐대실의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이와 함께 회사에 유보된 자금이 충분하다면 장기간 지속적으로 배당하는 게 바람직하다. 일정 부분은 기업 내부에 유보하기보다는 꾸준히 배당하는 것이 필요하다.

금융소득종합과세는 이자와 배당이 연간 2000만 원을 초과하는 경우 다른 종합소득과 합산해 누진세율 체계인 종합소득세율로 과세된다. 따라서 소득 분산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예를 들면 보유 지분을 증여한 후 배당하거나, 임대소득이 발생하는 상업용 부동산 지분을 증여하는 등 한 사람에게 집중된 소득을 분산하면 상속세와 소득세 절세는 물론 자금 출처도 확보할 수 있어 1석3조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

끝으로 상속세 납부를 위해 유동성을 확보해야 한다. 상속세는 과표 30억 원을 초과할 때는 50%로 과세하는 누진세율 구조다. 상속세에 부담이 상당하며 개인 및 법인의 현금 유동성이 부족할 경우 세금 납부에 어려움이 생겨 법인지분을 매각하는 등 법인의 영속에 리스크가 존재하게 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평생 동고동락한 종업원의 고용 안정 측면에서 가업승계에 대한 장기적이고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 상증법상 주식 가치 평가와 주가 시뮬레이션, 경영 전망 등 법인의 철저한 현황을 파악하고 승계 대상자를 선정해야 한다. 이어서 경영과 소유 측면을 구분해 승계 시기와 방법, 세 부담 예상 금액 및 세금 납부재원 확보 방법 등을 결정해 장기간에 걸쳐 법인의 특성에 맞는 맞춤형 승계 전략을 실행하는 것이 중요하다.


성열기
삼성패밀리오피스 센터장 겸 가업승계지원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