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서 발굴한 2014년 7대 유망 산업

실리콘밸리는 전 세계 최첨단 기업들의 집결지이며, 공유와 협력을 통해 수많은 스타트업이 성장하는 곳이다. 2014년 신년을 맞아 실리콘밸리에서 최근 주목받는 7개 산업 분야를 소개한다. 투자자들이 투자 전략을 수립하는 데 도움이 됐으면 한다.
전 세계 첨단 기업들의 집결지인 실리콘밸리에서는 지금도 세상을 바꿀 신기술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전 세계 첨단 기업들의 집결지인 실리콘밸리에서는 지금도 세상을 바꿀 신기술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유망 분야 선정에 앞서 실리콘밸리 출장을 가정해 보자. 미국 샌프란시스코 공항에 도착하면 한국의 가족에게 카카오톡을 이용해서 안부 문자를 보낸다. 그리고 택시비를 아끼기 위해 자동차 공유 서비스인 리프트(Lyft)를 이용할 수 있다. 페이스북을 통해서 예약하고, 콧수염이 달린 차를 이용한다. 또한 에어비앤비(AirBnB)를 통해서 저렴한 빈방을 찾고 숙박비를 절약할 수 있다. 이동 중에는 소음 제거 기능이 탁월한 조본(Jawbone) 헤드셋을 사용한다. 운동할 때에는 많은 사람들이 핏비트(FitBit) 제품을 이용해 서로의 운동량을 공유하고 응원한다. 공개와 공유로 대변되는 분위기답게 다양한 발표회와 미팅이 수시로 열린다. 좋은 자료가 있으면 즉석에서 스마트폰으로 촬영해서 공유하고, 재미있는 광경은 스냅챗(Snapchat)을 이용해 알리기도 한다. 한국의 친구들에게 특별한 선물을 준비한다면 3D 프린터로 제작한 물건을 판매하는 세이프웨이(Shapeways)에 접속해서 구매한다. 이와 같이 실생활에 밀접한 제품 또는 서비스가 유망 산업의 주류를 이룬다. 이를 염두에 두고 이 글을 읽으면 이해가 쉬울 것이다.


2014년 기술 트렌드
유망 산업 도출의 객관적 균형 감각을 유지하기 위해 미국의 대표적 컨설팅회사, 기술 관련 언론 매체, 리서치 기관, 학회 등에서 예상한 2014년 기술 트렌드를 수집했다(기관별로 유망 기술 개수에 대한 차이가 있다).

매킨지는 대표적 경영 컨설팅회사이며, 벤처비트, 포브스는 벤처·기술 관련 미디어 기관이다. 가트너는 리서치 기관이며, 미국의 대표적 벤처캐피털인 클라이너퍼킨스와 국제전기전자학회(Institute of Electrical and Electronics Engineers·IEEE)의 추천 기술도 포함했다.

2014년 기술 트렌드에서 많이 중복되는 기술과 실리콘밸리 벤처캐피털리스트의 의견을 종합해 7가지 분야를 제시한다. 물론 기관별로 기술에 대한 표현이 다르지만, 이를 종합해 정리하면 사물 인터넷(Internet of things), 3D 프린터(3D printing), 모바일 메시징(Mobile messaging), 가상화 기술(Virtualization technology), 사진 기술(Photo)의 공유·처리, 빅데이터(Big data), 여행·교통(Travel·Transportation) 등으로 나눌 수 있다.
[WORLD REPORT] 사물 인터넷·가상화 기술… 공유와 융합 뜬다
1. 사물 인터넷
사물에 통신 기능을 장착해 연결하고, 이를 통해 유용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웨어러블 디바이스, 스마트 시계, 센서, 수치화된 자아(Quantified self) 등 세부적으로 다양한 기술이 있으며 표현 또한 다채롭다. 통칭적으로 사물 인터넷이라는 표현을 많이 사용하며, 개별 물건을 정량화했다는 수치화된 자아라는 표현을 자주 사용한다. 대표적 기업으로는 무선 음향 기기로 인기 높은 조본, 다이어트용 만보계 핏비트 등이 있다. 최첨단 기술이 아닐 수 있으나 흔한 물건을 스마트 기기, 애플리케이션과 연동해 편리성을 넓혔다는 데 의미가 있다. 성장세가 높은 분야로 앤드리슨 호로비츠, 클라이너퍼킨스, 세쿼이아 캐피털 등 대형 벤처캐피털이 주로 투자하며 이 세 벤처캐피털이 기업공개(IPO)를 앞둔 조본에 1억 달러를 투자했다는 사실만으로 사물 인터넷의 중요성을 실감할 수 있다. 또한 일반 대중도 높은 관심을 보이면서 크라우드 펀딩에서도 인기 분야다. 최근 2년간 투자건의 4분의 3 정도가 창업 초기 단계이지만, 이미 초대형 인수·합병(M&A)이 성사됐다. 구글은 소셜 지도 서비스 업체인 웨이즈(Waze)를 9억6600만 달러에 인수했고, 조본 역시 칼로리 소모계 제조업체인 보디미디어(BodyMedia)를 1억 달러에 인수했다. 응용 분야도 아기용 모니터에서 센서장착 옷과 게임, 자동차 등으로 무궁무진하다.


2. 3차원 프린터
빅데이터와 함께 2013년에 뜨거운 산업이었다. 한국에서는 정밀가공 등의 사업 기회를 노렸으나, 미국에서는 가정에서 사용할 수 있는 범용 3차원 프린터와 주문 제작 및 판매 사이트를 운영하는 업체들이 두각을 보였다. 즉 높은 가격의 정밀도를 요구하는 제품보다는, 개인들의 개성 있는 디자인을 제작하는 보급형 프린터로 관심이 높다. 3차원 프린터 제품 판매 사이트인 세이프웨이, 데스크톱용 3차원 프린터업체인 메이커보트(MakerBot), 가정용 3차원 프린터를 제조하는 파이로트 3D(Pirate 3D) 등이 있다. 개성을 중시하는 미국인들의 문화와 소비심리를 보여준다.


3. 모바일 메시징
이 분야는 자랑스럽게도 카카오톡 이야기로 시작되는 기사가 눈에 띈다. 다만 한국의 벤처캐피털보다는 텐센트 투자 내용이 서술돼 있다는 것이 아쉽다. 스마트 기기의 폭발적 증대와 함께 메시징 서비스도 모바일로 이동하므로, 이러한 플랫폼은 게임 등 각종 서비스를 제공하는 커다란 생태계의 주축이다. 공유 문화의 상징인 실리콘밸리에서 미국 전체의 40%를 투자했고, 그 중심에는 페이스북, 포스퀘어 투자로 유명한 SV 엔젤과 실리콘밸리의 대표적 액셀러레이터인 500 스타트업 등이 있다. 35건의 투자 건수와 총 2억1200만 달러의 투자 금액을 계산하면 기업당 평균 600만 달러 규모의 투자가 집행됐다. 우리나라의 벤처캐피털도 투자가 가능한 범위다.


“7대 산업은 기존 기술을 활용해 당장 주변에서 사용할 수 있거나 그런 서비스를 저렴하고 가능하게 하는 기술이다.”


4. 가상화 기술
정보통신 전반에 걸친 비용 절감을 위한 가상화 기술은 계속 발전하며 시장도 증가한다. 영상 정보의 급증으로 인한 데이터 보관, 처리 등 통신 업계 전반의 필수적 기술이다. 개인용 컴퓨터에서 데이터베이스(DB), 네트워크, 서버, 저장 가상화 등 단계별 기술이 골고루 발달하고 있다. 개인의 실생활과 직접 연결되는 서비스 산업이 아니라 그 뒷단에서 이러한 서비스를 저렴하고 유용하게 실현해주는 기술이다. 미국과 문화가 다른 한국 중소기업의 서비스 분야의 미국 시장 진출은 성공 가능성이 높지 않다. 하지만 가상화 기술은 우리 벤처기업도 충분히 승산이 있는 분야다. 가상화 기술을 좀 더 자세히 살펴보자.

● 데스크톱과 사용자 가상화(Desktop and User Virtualization)는 다른 장소에서 본인의 컴퓨터에 접속해서 업무를 처리할 수 있는 기술이다. 저렴한 가격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보안성도 우수한 앤컴퓨팅(NComputing), 모바일 기능이 탁월한 앱센스(AppSense) 등이 대표적 기업이다.

● 데이터베이스 가상화(Database Virtualization)는 DB층을 가상화해 데이터의 유연성 및 서버 자원의 활용도를 높이는 기술이다. 기업고객을 위한 데이터 전달 서비스를 제공하는 델픽스(Delphix), 데이터 활용 구조 및 유연성을 높여주는 파엘라스틱(ParElastic) 등이 있다.

● 네트워크 가상화(Network Virtualization)는 물리적 네트워크 자원과 기능을 가상 네트워크로 통합하는 것이다. 소프트웨어정의네트워크(SDN) 분야에 대한 관심이 가장 높으며, 12억 달러 규모의 니시라 네트웍스(Nicira Networks) M&A 등 대형 회수도 활발하다. 이 외에도 기존 서버를 여러 개의 가상 서버로 분할해주는 서버 가상화(Server Virtualization), 여러 개의 저장 장치를 하나의 저장 시스템으로 통합해주는 스토리지 가상화(Storage Virtualization) 등도 있다.

통신 산업의 메카답게 미국 전체 가상화 기술 투자 규모의 40%가 실리콘밸리에서 집행된다. 지난 1년간 88건의 투자건수와 7억4400억 달러의 투자 규모를 고려하면, 기업당 90억 원 내외의 투자가 이루어졌다. 한국의 벤처투자 분위기에서 조금 높은 금액이지만 접근 가능한 수준이다.


5. 사진 기술의 공유·처리
페이스북의 인스타그램 인수에서 알 수 있듯이 사진 공유 및 처리는 사용자 확보와 재미있는 영상을 통한 서비스 제공에 사활을 건 대형 인터넷 기업에 필수적 기술이다. 페이스북이 스냅챗 인수를 위해 3조 원을 제시했지만 실패하는 등 가장 흥미로운 분야이기도 하다. 인수 실패 후 페이스북은 스냅챗과 유사한 포크(Poke)를 선보였으나, 오히려 충성도 높은 스냅챗 사용자와 언론으로부터 많은 공격을 받았다. 최근에는 중국의 모바일 사진앱 기업인 카메라360(Camera360)이 200억 원을 투자받아서 관심을 끌었다. 이 분야의 대표적 투자자로는 구글의 신산업 발굴을 위한 산업형 벤처캐피털(Corporate Venture Capital)인 구글벤처스(Google Ventures)가 있다. 인터넷보다는 모바일 분야의 사진 기술 처리 기업에 대한 투자가 활발하고 스냅챗, 톨롯(Tolot), 루미네이트(Luminate)와 같은 잘 알려진 벤처기업 20개사가 3억6000만 달러의 투자를 유치했을 정도로 평균 투자 규모도 큰 산업이다.


6. 빅데이터
2013년은 ‘빅데이터의 해’라고도 한다. 2008년부터 2012년까지 49억 달러의 투자가 집중된 산업이 2013년에 빛을 발했다. 상반기에만 22건의 M&A와 3건의 IPO로 가장 활발한 회수 성과도 보여줬다. 전체적으로 30개의 대표적 비상장 기업에 30억 달러 이상이 투자됐으며, 당연히 대형 벤처캐피털이 참여했다. 라이트스피드벤처, 배터리밴처, 코슬라벤처, 엑셀파트너, 세쿼이아 캐피털 등 미국의 최고 벤처캐피털이 주요 투자자로 참여했다는 사실은 빅데이터의 중요성을 입증한다.


7. 여행·교통
닷컴 붐 초기에 익스피디아(Expedia), 트래블로시티(Travelocity) 등 온라인 여행 정보 기업이 탄생했다면, 요즘은 전 세계 여행 정보와 교통 편의를 제공하는 다양한 산업으로 발전하고 있다.

최근 차량 공유 정보제공업체인 우버(Uber)와 리프트, 숙소 공유를 위한 에어비앤비 등의 인기가 아주 높다. 소유가 아닌 공유 개념을 잘 활용해 경제적인 성공도 입증한 분야다. 이미 포화상태인 미국 여행 정보제공기업의 투자는 크게 감소한 반면(투자총액 1억2600만 달러·전년 대비 63% 감소), 미국을 제외한 다른 나라의 여행정보기업에 대한 투자는 크게 확대됐다(투자총액 3억4700만 달러·전년 대비 66% 증가).


신기술의 핵심은 공유와 융합
7대 산업 전반적으로 공유와 융합 관련 분야가 많다. 그리고 우주여행과 같이 너무 앞서 나가는 첨단 기술보다는, 기존 기술을 활용해 당장 주변에서 사용할 수 있거나 그런 서비스를 저렴하고 가능하게 하는 기술이다. 우수한 제품 개발도 중요하지만 시장을 바라보는 넓은 시야가 필요하다.

사물 인터넷, 사진 기술, 여행·교통 등은 한국의 초기 기업도 좋은 아이디어로 충분히 접근할 수 있는 분야다. 진입장벽이 낮은 반면 경쟁이 치열한 분야이기도 하다. 반면 이러한 서비스의 기반인 가상화 기술은 우리 중소기업의 성공 가능성이 높은 분야로 그 중요성에 있어 한국 벤처캐피털의 투자가 요구된다. 빅데이터는 이미 과열을 우려하는 의견도 있으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또한 제조업 강국답게 3차원 프린터 산업도 경쟁력이 있다. 2014년에는 카카오톡 외에 다른 많은 대한민국 벤처기업이 실리콘밸리 뉴스에 나오길 기대한다.


용윤중 한국벤처투자(주) 미국사무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