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머니 1월호, 기업분석전문가 심층 설문 조사
50대 그룹 오너리스크 평가

‘역시’ 삼성그룹이었다. 오너리스크 평가에서 위험성이 가장 낮은 기업은 삼성으로 나타났다. 한국투자금융이 2위를 기록했으며 현대중공업과 현대자동차그룹도 3, 4위로 나란히 이름을 올렸다. 그 외에 아모레퍼시픽, LG그룹, 한국타이어 등이 오너리스크가 낮은 기업으로 평가를 받았다.
[Owner Risk Attack] 오너리스크 낮은 기업 톱 10 ‘삼성·현대차…오너 베니핏 돋보였다’
오너리스크가 낮은 기업으로는 삼성그룹과 현대자동차그룹, LG그룹 등 한국을 대표하는 그룹들이 두루 포진했다. 특히 해외 시장에서 탁월한 성과를 보인 기업들이 경영 전문성에서 높은 평가를 받으며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안정적인 지주회사 체제를 유지하고 있는 기업들도 지배구조 항목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


삼성·현대차 ‘구관이 명관’

오너리스크가 낮은 기업 1위를 차지한 이건희 회장의 삼성은 지배구조 부문에서 낮은 평가를 받았지만 경영 전문성에서 압도적인 점수를 받았다. 특히 위기관리 능력에서 4.41점, 수익 창출 능력에서 4.77점을 받았다. 비전 제시 역시 4.18점으로 43개 기업 중 유일하게 4점대의 점수를 받았다. 합리적 의사결정은 3.59점을 받았다.

그러나 에버랜드→삼성생명→삼성전자→삼성카드→에버랜드의 순환출자로 이어지는 복잡한 지배구조로 인해 세부 항목은 모두 2점대를 기록했다. 최근 업종별 지배구조를 단순화하기 위한 작업이 진행되고 있지만 단시일 내 순환출자의 고리를 끊기는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다.

이 같은 영향으로 소유 구조의 투명성과 책임 경영, 이사회 구성과 의사결정 구조, 내부거래의 투명성과 공정성, 오너 지분율의 안정성 등에서 기대 이하의 점수가 나왔다. 윤리 경영 항목은 준법 경영 3.41점, 사회적 책임(CSR) 3.77점이었으며, 주주와 채권자 보호가 3.32점으로 비교적 준수했다.

2위를 차지한 한국투자금융은 지배구조 항목에서 상대적으로 높은 점수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투자금융의 오너인 김남구 부회장은 동원그룹의 창업주인 김재철 회장의 장남으로 2004년 3월 동원증권 대표이사에 올랐다. 이후 한국투자증권을 인수하며 한국투자금융지주를 출범시켰다. 국내 유일의 증권업 투자 중심의 지주사인 한국투자금융지주를 중심으로 확실한 오너 지배구조를 갖추고 있다.

지배구조 항목 중 오너 지분율의 안정성에서 3.59점을, 내부거래의 투명성과 공정성에서 3.55점을 받았다. 18년 동안 증권업과 자산운용업에서 실전 업무를 익혀온 김 부회장의 경영 전문성에 대한 평가도 긍정적이었다. 경영 전문성 항목 중 합리적 의사결정이 3.59점, 수익 창출 능력이 3.41점을 기록했다. 위기관리 능력도 3.41점을 기록했다. 윤리 경영 항목 중에서는 준법 경영이 3.68점이었으며, 주주와 채권자 보호 3.36점, CSR 3.14점을 받았다.

오너인 정몽준 새누리당 의원의 장남 정기선 씨가 현대중공업 부장으로 복귀하며 3세 경영에 시동을 걸고 있는 현대중공업은 오너리스크가 낮은 기업 3위에 올랐다. 정몽준 의원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뒤 11년간 전문경영인 체제로 운영돼 온 현대중공업은 경영 전문성 항목에서 상위원 그룹과 비교해 낮은 점수를 받았지만 지배구조와 윤리 경영 항목에서 점수를 만회했다. 비전 제시 3.27점, 위기관리 능력 3.09를 받았다. 소유 구조의 투명성과 책임 경영에서 3.50, 오너 지분율의 안정성에서 3.55점을 얻었다. 윤리 경영 항목에서는 준법 경영 3.36점, 주주와 채권자 보호 3.45점, CSR 3.55점으로 평가됐다.

4위에 오른 정몽구 회장의 현대자동차는 경영 전문성에서 활약이 두드러졌다. 위기관리 능력에서 4.14점을 받았으며 수익 창출 능력 또한 4.55점이었다. 비전 제시도 3.91점이었다. 그러나 오너인 정 회장의 권위가 절대적인 경영 스타일이라 합리적 의사결정에서 3.18로 다소 낮은 점수를 얻었다. 지배구조 항목에서는 내부거래의 투명성과 공정성이 2.59점, 소유 구조의 투명성과 책임 경영 2.86점을 기록했다. 윤리 경영 항목은 주주와 채권자 보호 3.45점, CSR 3.55점으로 평균 이상의 평가가 내려졌다.



신세계·GS…지배구조 탄탄

오너리스크가 낮은 기업 5위는 68년째 화장품 업계에서 확고한 1위를 지키고 있는 서경배 회장의 아모레퍼시픽에 돌아갔다. 공격적인 해외 시장 공략에 대한 기대감으로 경영 전문성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 수익 창출 능력 3.59점, 위기관리 능력 3.45점을 기록했다. 지배구조 항목은 오너 지분율의 안정성에서 3.64점으로 높은 점수를 얻었으며 윤리 경영 항목에서는 CSR가 3.45점으로 평가가 높았다.

6위는 삼성과 함께 전자 업계를 대표하는 LG였다. LG는 안정적인 그룹 분할과 경영권 승계로 지배구조 항목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지만 경영 전문성에서 삼성에 뒤처진 것으로 나타났다. 지배구조 항목 중 오너 지분율의 안정성에서 3.73점, 소유 구조의 투명성과 책임 경영에서 3.55점을 받았다. 경영 전문성 항목 중 비전 제시에서는 3.41점을 받았으나 위기관리 능력 3.18점, 수익 창출 능력이 3.05점에 그쳤다. 윤리 경영 항목은 주주와 채권자 보호 3.23, 준법 경영 3.45점을 받았다.

최근 지주회사로 전환을 마친 조양래 회장의 한국타이어는 오너리스크가 낮은 기업 7위를 차지했다. 지배구조 항목 중 오너 지분율의 안정성에서 3.77점으로 43개 기업 중 가장 높은 점수를 얻었다. 그러나 내부거래의 투명성과 공정성에서 3.05점에 그쳤다. 경영 전문성에서는 최근 해외 시장에서 매출이 증가하며 수익 창출 능력에서 3.59점을, 위기관리 능력에서 3.41점을 얻었다. 윤리 경영 항목 중에서는 주주와 채권자 보호가 상대적으로 낮은 평가를 받았다.

유통 업계의 강자인 신세계도 공동 7위에 안착했다. 2013년 초 내부거래로 인해 정용진 부회장 남매가 검찰조사를 받는 등 오너리스크가 불거졌으나 최근 전문경영인 체제를 강화하며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경영 전문성과 윤리 경영 항목에 비해 지배구조 항목에서 낮은 평가를 받았다. 내부거래의 투명성과 공정성 2.91점, 소유 구조의 투명성과 책임 경영 3.09점이었다. 윤리 경영 항목의 준법 경영도 3.14점에 그쳤다. 경영 전문성 항목은 수익 창출 능력 3.41점, 합리적 의사결정 3.59점이었다.

생명보험 업계의 유일한 오너 최고경영자(CEO)인 신창재 회장의 교보생명은 오너리스크가 낮은 기업 9위에 올랐다. 의대 교수 출신의 신 회장은 아버지인 고(故) 신용호 회장의 뒤를 이은 오너 2세다. 교보생명을 국내 대표 보험사로 성장시키며 경영 전문성을 인정받고 있다. 경영 전문성 항목 중 합리적 의사결정에서 3.59점, 수익 창출 능력에서 3.27점을 얻었다. 지배구조 항목에서는 내부거래의 투명성과 공정성에서 3.09점으로 다소 낮은 평가를 받았다.

허창수 회장의 GS그룹은 10위에 올랐다. 신·재생에너지, 대체에너지 등 에너지 분야에서 다양한 사업을 추진하며 새로운 먹을거리를 찾는 데 주력하고 있는 GS는 최근 계열사들의 실적 악화로 경영 전문성에서는 비교적 낮은 평가를 받았다. 비전 제시 3.0, 수익 창출 능력 3.05점에 그쳤다. 윤리 경영 항목 역시 준법 경영 3.14, 주주와 채권자 보호 3.18점으로 대체로 낮은 점수를 받았다. 그러나 지주사 체제의 지배구조에서는 긍정적인 평가가 많았다. 소유 구조의 투명성과 책임성 3.45점, 오너 지분율의 안정성에서 3.77점을 기록했다.



이정흔 기자 verd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