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머니 1월호, 기업분석전문가 심층 설문 조사
50대 그룹 오너리스크 평가


실적 좋은 기업이 오너리스크도 낮아

동양 사태로 피해를 입은 개인투자자는 4만 명, 피해 규모만 2조 원에 달했다. 오너리스크를 감안하지 않는 투자의 위험성을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한경 머니가 43개 대기업집단의 오너리스크 평가를 진행한 것은 같은 사태가 더 이상 발생하지 않아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단 이번 조사가 전문가들의 설문조사라는 점을 분명히 해둔다. 설문조사의 한계를 감안해야 한다는 뜻이다.
동양그룹 피해자들의 시위 장면.
동양그룹 피해자들의 시위 장면.
한경 머니가 국내 대기업집단을 대상으로 오너리스크 평가를 조사한 결과 위험성이 가장 큰 곳은 동양과 STX, 웅진이었다. 각각 총점 1.88점과 2.16점, 그리고 2.30점을 받았다. 이들 그룹은 특히 경영 전문성 평가에서 1.73점과 2.02점, 2.14점으로 낮은 점수를 기록했다. 그러나 이들 세 기업집단은 현재 법정관리 중으로 사실상 법원이 주인이다.

따라서 세 곳을 제외하고 실질적으로 오너리스크가 높은 기업집단은 4위와 5위를 차지한 한라와 현대라 할 수 있다. 정몽원 회장의 한라는 경영 전문성과 자질 2.38점, 지배구조의 투명성과 책임성 2.63점, 윤리 경영 평가 2.56점을 받았다. 총점은 2.52점이었다. 이어 현대는 경영 전문성에서 2.25점으로 웅진과 동양, STX를 제외하면 점수가 가장 낮았다. 그러나 지배구조 항목에서 2.67점, 윤리 경영 평가에서 2.79점으로 4위를 기록했다.

오너리스크가 가장 낮은 기업으로는 이건희 회장의 삼성이 43위에 올랐다. 삼성은 지배구조의 투명성과 책임성 평가에서는 비교적 낮은 점수를 받았지만 경영 전문성과 자질 평가에서 4.24점을 기록했다. 이 외에 윤리 경영 항목에서 3.5점을 받아 총점 3.55점을 기록했다. 이어 한국투자금융이 42위였다. 경영 전문성 점수가 높았던 삼성과 비교해 한국투자금융은 지배구조의 투명성과 책임성 평가에서 비교적 높은 점수를 얻었다. 경영 전문성과 자질 3.44점, 지배구조의 투명성과 책임성 3.42점, 윤리 경영 3.39점으로 총점 3.42점을 기록했다.

항목별로 비교해보면, 경영 전문성 평가와 윤리 경영 평가는 종합 순위와 크게 차이가 없었다. 오너리스크가 가장 낮은 삼성이 43개 기업집단 중 유일하게 경영 전문성에서 4점대를 받았다. 반면 오너리스크가 높은 동양이 1점대의 점수를 기록했다. 그 외의 기업 가운데서는 웅진이 2.14점, 동국제강이 2.34점으로 경영 능력 평가 점수가 가장 낮았다. 윤리 경영 평가 항목에서는 삼성(3.5점)과 현대중공업(3.45점)이 높은 점수를 얻었으며, 태광(2.47점)과 효성(2.52점) 등의 기업이 오너의 불법 행위가 알려지면서 낮은 점수를 얻었다. 반면 지배구조 평가 부문에서는 현대자동차가 3.47로 가장 높은 점수를 얻었다. 지배구조 평가에서 가장 낮은 점수를 얻은 기업은 동양(2.05)이었으며, 한라와 부영 또한 아랫쪽에 위치했다.


동양 사태의 피해자만 4만여 명, 피해 규모는 2조 원에 달한다. 오너 일가가 애꿎은 피해자들에게 막대한 피해를 떠안긴 탓이다. 대기업 그룹 총수의 도덕적 해이로 인한 오너리스크가 얼마나 큰 위험을 초래하는지 보여준다.


SK와 효성의 결정적 차이는?

특히 이들 기업집단 중에서 현재 오너가 구속 또는 형집행 정지 상태로 경영 공백을 겪고 있는 5곳은 희비가 엇갈렸다. 태광이 총점 2.57, 효성이 총점 2.60, 한화가 총점 2.74점으로 각각 오너리스크 순위 6위, 8위, 14위에 올랐다. 반면 SK와 CJ는 오너리스크가 낮은 것으로 평가받았다. SK는 총점 3.15점으로 33위, CJ는 총점 3.06으로 27위를 기록했다. 이들 5곳은 공통적으로 윤리 경영 항목에서 2점대의 낮은 점수를 받았다. 그러나 경영 전문성 항목에서 평가가 엇갈렸다. SK와 CJ는 각각 경영 평가 3.42점과 3.02점을 기록한 반면, 태광과 효성은 각각 2.58점과 2.55점으로 2점대의 낮은 점수를 기록했다.

경쟁 관계에 있는 기업들의 순위 비교 또한 눈여겨볼 만하다. 국내 대표적인 라이벌 그룹인 삼성과 LG는 두 그룹 모두 오너리스크가 낮은 것으로 평가받았지만, 총점 차이는 적지 않았다. 오너리스크 평가 43위에 오른 삼성의 총점은 3.55점인 반면 38위를 차지한 LG의 총점은 3.30점이었다. 두 기업은 경영 전문성 항목에서 삼성(4.24)이 LG(3.25)보다 1점 가까이 앞섰으며, 윤리 경영 항목에서도 삼성(3.50점)이 LG(3.33)보다 높은 점수를 기록했다. 지배구조의 투명성과 책임성 항목은 지주회사 체제를 갖춘 LG(3.39점)가 삼성(2.89)보다 높았다.

유통 라이벌인 신세계와 롯데도 오너리스크가 낮은 편에 속했다. 신세계가 36위(총점 3.30) 롯데가 31위(총점 3.14점)였다. 두 그룹은 지배구조 항목에서 각각 3.16점과 3.18점으로 비슷했으나, 윤리 경영 항목과 경영 전문성 항목에서 신세계가 롯데를 앞질렀다. 신세계는 윤리 경영 3.32, 경영 전문성 3.42점이었으며, 롯데는 윤리 경영 2.97점, 경영 전문성 3.23점이었다. 의류 분야에서는 이랜드가 코오롱보다 오너리스크에 안전한 것으로 평가됐다. 이랜드는 24위, 코오롱은 18위였다. 총점은 이랜드 2.93점, 코오롱 2.89점이었다. 항공 업계는 한진과 금호아시아나가 모두 오너리스크가 높은 그룹에 속했다. 한진이 9위(총점 2.64), 금호아시아나가 10위(총점 2.67)를 기록했다.
[Owner Risk Attack] 국내 50대 그룹 오너리스크 조사 결과 분석해보니…
조사 개요
▶조사 기간 2013년 12월 9~13일
▶평가 대상 2013년 4월 공정거래위원회 상호출자제한집단 중 총수가 있는 기업집단 43곳
▶평가 위원 국내 신용평가사 그룹평가 담당 연구원, 증권사 애널리스트, 한국기업지배구조원 연구원 등 20명
▶조사 방법 이메일 조사
▶조사 분석 한경 머니, 글로벌리서치(기업별 세부 항목을 더한 총점을 5점 만점으로 환산)


이정흔 기자 verd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