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LF&INVEST] 장타자와 또박이 골퍼
필자는 30년을 투자신탁회사와 증권회사에서 근무했고 지금도 하고 있다. 은행보다 기회가 많다고는 하지만, 훨씬 위험하고 스트레스가 많은 직업이다. 골프는 18년째 하고 있다. 프라이빗뱅킹(PB)을 통한 부자 마케팅을 공부하고 싶어서 나름 일찍 시작한 셈이다. 업무상 필요해 자격증도 많이 갖고 있지만, 골프를 하면서도 기왕이면 자격증을 갖고 싶어서 티칭 프로가 됐다.

30년 세월을 투자와 골프의 세계에 살면서 의미 있는 사례를 많이 겪으며 거기에 숨어 있는 교훈과 원리들의 공통점이 너무 많아서 누군가에게 이야기를 하고 싶어졌다.

골프는 동반자를 놀라게 하는 화려한 샷을 보여주는 것보다는 실수를 최소화하는 운동이다. 주식 투자로 성공한 사례를 분석해보면 장기 투자로 크게 수익을 낸 사람도 많지만 잃지 않으려고 조심조심 운용하다가 큰 수익을 낸 케이스도 있다. 투자도 일단 벌어야 하듯이 골프도 일단은 잘 치고 볼 일이다. 그러나 잘 친다고 해도 18홀 동안 동반자들을 배려해주면서 즐겁게 동행하지 못한다면 자기 자랑일 뿐 별로 의미는 없는 것이다.

기초가 튼튼해야 하는 것은 기본 중 기본이다. ‘기본으로 돌아가라(Back to the basic).’ 이론과 기초체력으로 무장하고 있어야 하는데도 많은 사람들은 공부하지 않을뿐더러 기초체력을 관리하지 않으면서 골프채를 탓하고 환경을 탓한다. 골프에 필요한 체격 조건인 견고한 하체, 유연한 몸, 그리고 장타를 휘두를 수 있는 큰 근육을 만들어야 한다. 투자도 마찬가지다. 선천적으로 타고난 사람도 있지만, 세계 경제의 흐름과 경기 변동의 원리 등 기본적인 지식과 이론을 습득해야 한다.

이제는 고도성장의 시대가 저물고 성숙의 시대가 열렸기 때문에 과거보다 예민하고 섬세한 조정과 관리가 필요하다. 골프장 필드가 그렇다. 연습장에서는 잘 맞는데 왜 필드에만 나가면 맞지 않는지 모르겠다고 하는 사람들은 이 점을 꼭 알아야 한다. 필드는 연습장과 달리 평평하지 않아서 공이 놓인 상황이 매번 다르기 때문에 상황마다 어드레스, 채를 잡는 방법, 에이밍 등을 확실하게 조정해 주지 않으면 곤란하다.

공포도 나쁘지만 탐욕은 더 나쁘다. 벙커를 두려워하는 사람이 많은데 벙커는 원리만 알면 페어웨이와 다를 게 하나도 없다. 탐욕은 더욱 나쁘다. 벙커나 깊은 러프에 빠졌는데 무리한 샷을 해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는 경우엔 손해를 만회하고 싶어서 더 위험하고 무리한 종목에 ‘몰빵’ 투자해 깡통을 차는 사람과 다를 바 없는 것이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 배우고 때때로 익히고 실수를 되돌아보고 되풀이하지 않으면서 담담하게 한 샷 한 샷 최선을 다하면 되는 것이다. 우리 인생에서 골프는 능력이 되지 않거나 하기 싫으면 안 하면 그만이다. 그러나 투자라는 행위를 떠나서 살 순 없다. 목표가 다르고 방법이 다를 뿐이다. 장타자와 ‘또박이 골퍼’의 차이처럼 말이다. 따라서 보다 집중하고 열광하면 반드시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골프는 거의 하루 종일 동행하는 운동이지만 소모적인 운동이 아니고 끝나고 나면 19홀이 그리워지는 운동이다. 그런데도 운동이 끝나고 나서 개운하지가 않다면 분명 잘못된 점이 있을 것이다. 그 점을 제대로 찾아내는 것이 골프에서나 투자에서나 가장 중요하다.


도덕재 한국투자증권 상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