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 10만 명 참여…농·관 협력 모델‘주목’

5월 경기도 여주군 능서면 광대리 넓은들 마을. 한적하기만 한 농촌 마을에 황교안 법무부 장관과 최원병 농협중앙회장, 김수남 수원지검장 등이 모였다. 이들이 양복과 넥타이를 벗어던진 채 편안한 작업복 차림으로 이곳을 찾은 이유는 다름 아닌 ‘고구마순 심기’때문. 본격적인 농번기를 맞아 농촌 마을에 직접 ‘일손 돕기’에 나선 것이다.

9월 서울 중구에 위치한 NH아트홀. 필리핀, 일본, 우즈베키스탄 등 다양한 국적의 다문화 가족들이 아름다운 합창을 선보였다. 농협과 법무부가 함께 주최한 ‘전국 다문화 가족 합창대회 및 생활법률 퀴즈대회’가 열린 것이다. 제주시 고산농협에서 참가한 필리핀 출신의 크리스티나는 한국인 시어머니와 함께 대회에 참가했다. 남편과 스물한 살의 나이 차이 때문에 집안의 결혼 반대가 극심했다는 크리스티나는 “이번 합창 대회를 준비하며 가족 간의 돈독한 정을 쌓았다”고 말했다.
5월 8일 황교안 법무부 장관과 최원병 농협중앙회장 등이 경기도 여주군 능서면 광대리 넓은들 마을에서 농촌 일손 돕기 봉사에 나섰다.
5월 8일 황교안 법무부 장관과 최원병 농협중앙회장 등이 경기도 여주군 능서면 광대리 넓은들 마을에서 농촌 일손 돕기 봉사에 나섰다.
9월 10일 ‘전국 다문화 가족 합창대회’에 참가한 본선 진출자들과 황교안 장관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9월 10일 ‘전국 다문화 가족 합창대회’에 참가한 본선 진출자들과 황교안 장관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농협은 3년여 전부터 법무부와 손을 잡고 ‘농촌 지역 및 다문화 가족’에 대한 지원 사업을 펼쳐오고 있다. 농협은 2010년 3월 법무부와 농촌 지원 활동에 대한 포괄적업무협약(MOU)를 체결했다. 농촌 일손 부족과 농가 인건비 지원을 통해 법질서를 확립하고 다문화 가족의 안정적인 정착을 돕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법무부는 일손 제공, 농협은 비용 지원
농촌 지역은 인구 감소와 고령화로 농사지을 인력을 확보하는 데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따라서 농협은 법무부와 손을 잡고 농촌의 일손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을 확대하고 있다. 법무부는 이를 위한 농촌 지원 활동에 연간 10만여 명의 사회봉사 대상자를 제공하고 있으며, 농협은 농촌 지원 사업을 진행하기 위한 중식비, 차량, 물품 등의 비용을 지원하고 있다.

해마다 2회씩 농협 임직원과 법무부장관 등이 직접 농촌 일손 돕기에 참여하는 행사도 진행 중이다. 농촌에 대한 관심과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듣기 위한 것으로 파종기와 수확기에 각각 1회씩 실시된다. 올해는 경기도 여주시 능서면 광대리 넓은들 마을에서 5월에는 고구마순 심기 작업을, 10월에는 고구마 수확 작업을 도왔다. 수확한 고구마는 인근 여주시 장애인복지관에 전량 기부했다.


법무부는 현재까지 약 39만 명의 사회봉사 대상자를 농촌 일손 돕기에 지원했다. 이를 통해 창출한 경제 효과만 하더라도 인건비 부분에서 259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한국농촌경제연구원(KREI)의 농촌 노임 단가 6만6431원을 적용한 비용이다.


법무부는 현재까지 약 39만 명의 사회봉사 대상자를 농촌 일손 돕기에 지원했다. 이를 통해 창출한 경제 효과만 하더라도 인건비 부분에서 259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한국농촌경제연구원(KREI)의 농촌 노임 단가 6만6431원을 적용한 비용이다.

농협 관계자는 “농촌 일손 돕기를 통해 농업인의 실질적인 소득 증대를 창출하는 것은 물론 삶의 질 향상에도 크게 기여하고 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특히 이와 같은 지원 행사에 참여한 사회봉사 대상자들 역시 농촌 일손 돕기에 참여하며 보람을 느끼는 것은 물론 생활 태도에 있어서도 긍정적인 변화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 같은 성과에 힘입어 올해는 10만여 명이 넘는 사회봉사 대상자가 농촌 일손 돕기에 지원했다. 그 외에도 이미용, 도배장판 등 특정 기술을 갖고 있는 사회봉사 대상자를 활용해 지원 분야를 대폭 확대했다.


다양한 문화의 아름다운 공존 ‘다문화 가족 지원’
농협과 법무부는 농어촌 지역의 일손 돕기 지원과 함께 다문화 가족을 지원하는 데도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다문화 가족은 농촌 지역에서 없어서는 안 될 중심축으로 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양한 지역 출신의 다문화 가족이 한국에서 안정적으로 정착하며 우리 사회가 열린사회로 나아가는 데 적극 동참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9월에 개최된 ‘전국 다문화 가족 합창대회’다. 5~6월 약 2개월에 걸쳐 예선전을 치렀으며, 9월 10일 서울 중구 NH아트홀에서 본선 대회를 치렀다. 지역별 예선에는 총 97팀 730여 명이 참가해 그중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10팀 122명이 본선 대회에 올랐다. 본선 대회 참가자들은 가족, 이웃들과 한 팀을 이뤄 ‘다르지만 같은 노래’로 화합의 의미를 되새겼다.

이날 본선 진출 10개 팀 모두에게 시상금이 전해졌다. 특히 농협재단 후원으로 모국 방문의 기회를 제공해 행사의 의미를 한층더했다. 대상은 강원도 홍천에서 참가한 어울림합창단에게 돌아갔다. 어울림합창단의 제시카 티피롤·이혜숙 가족은 “농사일로 바빴지만 가족 모두가 매일 저녁 모여 노래 연습을 하는 시간이 정말 즐거웠다”고 소감을 밝혔다.

특히 이번 행사에서는 ‘생활법률 퀴즈대회’가 함께 진행됐다. 다문화 가족들이 대한민국의 법을 쉽게 접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짐으로써 한국인으로 당당히 설 수 있도록 했다. 예선에서는 ‘생활법률 강연’을 가졌다. 대한민국의 기본 법질서, 기초·교통질서, 임대차·근로 및 소비생활 등 어렵게만 느껴지는 생활법률을 쉽고 재미있게 배울 수 있도록 했다. 본선에서는 ‘생활법률 퀴즈대회’를 통해 예선에서 익힌 법률 지식을 익히고 실천할 수 있도록 했다.

농협은 이처럼 다양한 지원 사업에 필요한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2012년부터 ‘법사랑 기금’을 지원 중이다. 기금은 다문화가정 지원과 법질서 확립을 위해 만든 법사랑 기금 통장을 통해 적립한다. 농협은 2012년 9억4500만 원의 1차 기금을 출연했으며, 6월 2차 기금으로 2억5190만 원을 적립했다. 법사랑 기금 통장을 통한 기금 적립은 2015년까지 계속될 예정이다.
올해 개최된 ‘전국 다문화 가족 합창대회’ 외에도 2012년에는 농어촌 문화 소외 지역을 대상으로 한 ‘학교폭력 예방 음악회’ 및 ‘농촌 다문화가정을 위한 캠프’를 법사랑 기금 시범사업으로 실시한 바 있다.

이 밖에도 농협과 법무부는 매년 출소자들의 사회 복귀를 위한 허그 후원의 날을 열고, 출소자들에게 기념품(쌀 및 상품권 등)을 지원하고 있다. 또 사회적 기업인 스팀세차장을 농협 하나로 클럽 내 설치해 법무부에서 추천한 경제적 취약 계층의 안정적인 사회생활에 도움을 주고 있다.

김태영 농협중앙회 전무이사는 “앞으로도 법무부와 함께 더 많은 공익사업을 지원하며 농민과 국민에게 사랑받는 농협이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정흔 기자 verd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