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왕년의‘4대 천왕’이 물러난 자리에‘新 4대 천왕’이 등극했다. 2013 대한민국 최고의 파워 금융인 설문조사 결과 은행부문 5위권에는 4대 금융지주의 수장들이 나란히 이름을 올렸다. 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이 1위에 올랐으며, 홍기택 KDB금융지주 회장, 이순우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각각 2, 3위로 뒤를 이었다.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과 한동우 신한금융지주 회장은 4위와 5위를 차지했다. 이 중 1위부터 3위까지는 박근혜 정부 이후 새롭게 발탁된 수장들이다. 이들 5명의 최고경영자(CEO)는 ‘리더십’에서 특히 높은 점수를 얻은 것으로 나타났다. 불황기 산업 구조 조정과 민영화 등 굵직한 이슈들이 산재한 금융계에서 ‘강력한 돌파력’의 리더십이 그만큼 강조되고 있다는 방증이다.

파워 금융인 1위로 선정된 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은 수익성, 리더십, 자산건전성, 업무혁신에서 고루 5점대 이상의 높은 점수를 얻었다. 특히 수익성과 리더십 항목에서 6.04점으로 좋은 평가를 받았다. 임 회장은 오랜 관료 생활을 바탕으로 정책 조정 능력이 뛰어난 리더로 평가받고 있다. 행정고시 20회 출신으로 재정경제부를 비롯해 금융 분야의 요직을 두루 거치며 2010년 KB금융지주 사장으로 금융계에 본격적으로 발을 들였다.
은행부문 파워 금융인 1·2·3위에 오른 (왼쪽부터) 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 홍기택 KDB금융지주 회장, 이순우 우리금융지주 회장.
은행부문 파워 금융인 1·2·3위에 오른 (왼쪽부터) 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 홍기택 KDB금융지주 회장, 이순우 우리금융지주 회장.
임 회장은 취임 후 ‘기본과 원칙에 충실한 경영(Back to the Basic)’을 앞세우며 그룹의 체질 개선에 속도를 내고 있다. 기존 6명이던 부사장을 3명으로 줄이는 등 조직을 대폭 슬림화해 계열사별 책임 경영을 강화하는 등 운영의 효율성을 높이는 데 주력하고 있다. 동시에 KB금융그룹의 오랜 강점인 소매금융을 강화해 경쟁력을 높이고 최근에는 비은행 부문 확대를 위해 우리투자증권 인수전에 뛰어드는 등 강력한 추진력을 보이고 있다.


은행부문 1~3위, 박근혜 정부 이후 발탁된 수장들
중앙대 경제학과 교수 출신으로 박근혜 대통령의 인수위원회를 거쳐 KDB금융지주를 이끌게 된 홍기택 회장이 2위에 올랐다. 박 대통령의 ‘싱크탱크’로 잘 알려진 그는 낙하산 논란에 시달리고 있다. 최근 동양사태에 책임론이 거론되며 곤혹을 겪기도 했지만, 대기업의 부실이 빠르게 진행되는 상황에서 정책금융기관으로서 KDB산업은행의 역할이 강조되고 있다.

특히 홍 회장은 직원들의 생일을 전화로 직접 챙길 만큼 소통 경영을 강조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리더십 항목에서 6.16점의 높은 점수를 얻었다.

은행부문 파워 금융인 3위에 선정된 이순우 우리금융지주 회장은 우리은행의 민영화라는 막중한 임무를 떠맡고 있다. 1977년 우리은행의 전신인 상업은행의 말단 행원에서부터 시작한 그는 은행장을 거쳐 6월 지주사 회장까지 오른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친화적인 리더십을 발휘하는 그는 한편으로는 철두철미한 일처리로도 정평이 나있다. 2002년 카드대란 당시 처음으로 임원직인 기업금융단장을 맡은 이 회장은 정부와 LG그룹 등을 아우르며 LG카드 구조조정 문제를 해결하며 능력을 인정받았다. 그만큼 오랜 금융 실무 경험을 통해 내부조직 장악력과 업무 추진력을 갖추었다는 점에서 우리금융 민영화의 적임자로 평가된다. 민영화 추진은 이미 세 차례 무산된 바가 있는 만큼 매각 완료가 예정된 2014년 말까지 강력한 민영화 드라이브를 걸 것으로 보인다.


이정흔 기자 verd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