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진 ‘콧노래’… 서경배 ‘한숨’

부자들의 순위를 판단하는 가장 큰 기준은 ‘주식의 가치’다. 많은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가도 중요하지만 ‘그 가치를 키우는’ 것이 부를 늘리는 데 훨씬 효과적이다. 그렇다면 지난 1년간, 국내 주식 부자들은 ‘부(富)’를 얼마나 잘 지켜냈을까. 2013년 11월 8일 기준으로 지난 1년간 국내 100위 주식 부자들의 주식 가치의 등락폭을 살펴봤다. 먼저 주식 부자 30위권의 등락폭을 정리했다. 이들 대부분은 국내 산업계를 좌우하는 핵심 경영진들이다.

이와 함께 연령대별 주식 부자들의 등락폭을 통해 보다 다양한 관점에서 부의 흐름을 짚어보고자 했다.



30위권
NHN 분할 재상장으로 ‘대박’
[STOCK RICH] 주식 부자들, 웃는 자와 우는 자
국내 주요 재벌가들이 포진한 주식 부자 30위권에서 ‘가장 많은 부’를 일구어낸 주인공은 단연 이해진 네이버 이사회 의장이었다. 지난해 5812억 원이던 이 의장의 주식 가치는 9288억 원으로 전년 대비 59.8% 상승했다. 모바일 메신저 ‘라인’의 성공에 힘입은 데다 8월 네이버와 NHN엔터테인먼트로 분할 재상장에 성공한 것이 배경으로 작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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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회장은 주식 가치가 가장 많이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계속된 실적 부진에 최근 아모레퍼시픽 영업직원이 대리점주에게 폭언을 퍼부어 ‘갑의 횡포’ 논란에 휩싸인 것도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2012년 11월 8일 3조96억 원이던 주식 가치는 2조1623억 원으로 8400억 원가량 하락했다.



연령대별
해외 진출, R&D 성공으로 지분 가치 급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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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100위 주식 부자를 기준으로 40대 가운데 주식 가치가 가장 뛰어오른 인물은 이준호 NHN엔터테인먼트 회장이었다. 지난해 4680억 원에서 올해 7479억 원으로 전년 대비 59.8% 상승했다. NHN의 최고기술책임자(CTO)와 최고운영책임자(COO)를 지낸 이 회장은 NHN의 2대 주주로, 네이버와 NHN엔터테인먼트 지분을 3.74%씩 보유하고 있다. 반면 ‘윈드러너’로 알려진 박건호 위메이드엔터테인먼트 이사회 의장은 주식 가치가 4595억 원에서 3117억 원으로 32.2%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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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대 가운데 주식 가치가 가장 많이 상승한 최고경영자(CEO)는 한일이화의 유양석 회장이었다. 지난해 767억 원이던 주식 가치가 2455억 원으로 전년 대비 220% 급등했다. 중견 자동차부품 업체인 한일이화는 중국법인 등 해외 자회사의 실적 호조로 주가가 상승세를 타고 있다. 특히 지주사 전환을 비롯해 기업 경영 투명성 제고를 위한 노력도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반면 ‘밀어내기 영업’ 논란을 빚은 빙그레의 최대주주인 김호연 김구재단 이사장은 4350억 원에서 2930억 원으로 주식 가치가 32.6% 내려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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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대 이상 CEO 가운데서는 임성기 한미약품 회장의 주식 가치가 885억 원에서 2828억 원으로 가장 많이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무상증자 효과에다 최근 한미약품의 개량 신약이 미국 진출에 성공한 데 따른 기대감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미약품의 역류성식도염 치료제 ‘에소메졸캡슐’은 8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최종 시판 허가를 받았다. 국내 업체가 개발한 개량 신약이 FDA의 승인을 얻어 미국에 진출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반면 허진수 GS칼텍스 부회장은 주식 가치가 가장 폭락했다. 3008억 원에서 2071억 원으로 31.1% 감소했다. GS 계열사인 GS건설에 대한 지원 우려가 작용한 것이지만, 최근 GS칼텍스의 실적 개선 조짐이 보이고 있다.


이정흔 기자 verd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