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세 시대’엔 연금생활자가 많은 사회가 건전한 사회요, 연금으로 생활을 영위하는 가족은 행복할 수 있다. 19세기 세계적인 소설가 오노레 드 발자크도 은퇴 후 죽을 때까지 받는 연금을 동경해 마지않았다. 그는 소위 ‘3층 연금제도’만 잘 활용해도 남부럽지 않은 노년을 보낼 수 있다는 사실을 예측했던 걸까.
[PENSION PLAN] 소설가 발자크가 ‘3층 연금’ 생활자를 부러워한 이유
소설가 오노레 드 발자크(Honore de Balzac)! 그는 20대 중반에 시작한 인쇄업의 실패로 평생 빚더미를 헤매다 51세로 생을 마감했다. 발자크는 빚에서 벗어나기 위해 100여 편의 장편소설을 썼다. 작품 곳곳에 돈이 주요 모티브로 등장하는 것은 그의 인생역정 때문이리라. 그의 대표작 중 하나인 ‘루이 랑베르’에서는 주인공의 입을 빌려 “모든 것의 출발점은 돈입니다. 돈 없이 지내기 위해서라도 돈이 필요하지요”라고 말한다. 돈 못지않게 자주 등장하는 게 연금이다. ‘외제니 그랑데’에서는 연금생활자를 부러워하는 발자크의 마음을 엿볼 수 있다.

“160cm가 넘는 큰 키 때문에 키다리 나농이라 불리게 된 그녀는 35년 전부터 그랑데 집에 살고 있었다. 1년에 60리브르밖에 받지 못하는데도 그녀는 소뮈르 지방에서 제일 부유한 하녀로 통했다. 35년 동안 60리브르를 차곡차곡 모은 결과 최근에 크뤼쇼 집에 4000리브르를 종신연금으로 맡길 수 있게 됐다. 오랫동안 이루어진 나농의 끈질긴 저축의 결과는 어마어마한 것으로 보였다. 하녀들은 그것이 고된 노역의 대가라는 사실은 생각지 않고 60대의 노파가 마련해 놓은 노후 자금에 질투심을 드러내곤 했다.”

나농은 주인공 외제니 그랑데의 하녀다. 그녀의 연봉은 60리브르. 1리브르가 요즘 우리 돈으로 약 1만1000원이라고 하니 그녀의 연봉은 6만6000원인 셈이다. 60리브르를 35년 동안 모으면 2100리브르다. 우리 돈으로는 2310만 원이다. 종신연금에 4000리브르를 맡겼다고 하니 수시로 생기는 돈을 죄다 저축한 모양이다. 그 결과 나농은 60대에 부러운 대상이 됐다.

발자크는 연금은 ‘고된 노역과 끈질긴 저축의 대가’라고 한다. 결코 그냥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그럼, 나농의 분투기는 오늘날에도 적용될 수 있을까. 아마도 쉽지 않을 것이다. 돈 써야 할 곳이 너무나 많기 때문이다. “돈 없이 지내기 위해서라도 돈이 필요하다”는 발자크의 말은 오늘날에 더 잘 어울리는 것 같다. 이런 점에서 연금이 ‘고된 노역과 끈질긴 저축의 대가’라는 점은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다.

발자크는 1799년에 태어나 51년을 살았으니 정확히 19세기 전반을 산 셈이다. 지난 200년 동안 세상은 발전에 발전을 거듭해왔다. 연금 역시 마찬가지다. 이제는 연봉을 모두 노후 자금으로 돌릴 수 없다. 그럴 필요도 없다. 연금제도의 발전으로 연금을 쌓아가는 방법이 과거보다 훨씬 체계적이고 쉬워졌기 때문이다. 흔히 말하는 3층 연금제도만 잘 활용하면 남부럽지 않은 연금생활자가 될 수 있다.

1층인 국민연금은 노후 준비의 기본 토대다. 국민연금의 급여는 사망할 때까지 지급될 뿐만 아니라 물가를 반영해 매년 인상되기 때문이다. 매년 물가상승률을 3%로 가정했을 때 지금 100원의 가치는 24년 뒤엔 50원으로 줄어든다. 60세에 은퇴하더라도 84세에 살아 있을 가능성이 매우 높은 오늘날이다. 갈수록 노후가 길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죽을 때까지 연금의 가치를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은 큰 매력이 아닐 수 없다. 문제는 국민연금 급여의 수준이다. 국민연금으로 최소한 최저생계비 정도는 마련해야 하는데, 우리의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2012년 부부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최저생계비는 94만 원인데 국민연금에 20년 이상 가입한 사람의 평균 수령액은 84만4000원이고, 10~19년 가입자의 평균 수령액은 41만3000원이다. 20년 이상 가입자를 기준으로 하더라도 최저생계비에 미달하는 것이다. 이 부족분을 메우기 위해서는 가입 기간을 더 늘리거나 부부가 함께 가입할 필요가 있다.

국민연금으로 최저생계비를 마련하는 것은 최소한의 안전장치다. 인간다운 삶을 위해서는 더 많은 생활비가 필요하다. 국민연금연구원 조사에 의하면, 우리나라 사람들이 부부 기준으로 희망하는 월 생활비는 184만 원이다. 최저생계비보다 90만 원이나 많다. 이 정도는 있어야 인간다운 삶을 영위할 수 있다는 뜻이다. 90만 원이라는 차이를 메워야 하는데, 어떻게 하면 좋을까. 국민연금의 뒤를 이어 원하는 생활비 수준까지 연금액을 올려줄 구원투수가 필요하다. 바로 3층 보장의 2층(퇴직연금)과 3층(개인연금)을 이루는 사적연금이다.


연 300만 원 퇴직연금으로 9000만 원 노후 자금 만들기
이 중에서도 퇴직연금은 참으로 편리한 장치다. 퇴직연금은 퇴직금을 사외에 적립해 은퇴할 때까지 쌓아갈 수 있도록 한 장치로 2005년 말에 도입됐다. 퇴직연금의 매력은 퇴직금을 기본 재원으로 한다는 점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많은 사람들은 월급으로 생활을 영위한다. 현대인에게 월급은 생존의 기본 조건이자 삶의 원천이다. 이 월급으로 현재의 삶을 유지하면서 노후까지 준비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퇴직연금의 재원인 퇴직금은 월급이 아니다. 온전히 노후를 위해 적립해갈 수 있다는 뜻이다. 나농이 35년 동안 매년 60리브르를 차곡차곡 쌓아 4000리브르를 종신연금으로 맡긴 이야기를 생각하면 되겠다. 퇴직연금은 이런 신화를 현실에서 가능하게 해준다. 그렇다고 손 놓고 있어도 된다는 뜻은 아니다. 퇴직연금의 성과를 좌우할 다섯 가지 포인트에는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먼저, 확정급여(DB)형이냐 확정기여(DC)형이냐 하는 제도 선택의 문제, 둘째, 어떤 사업자에게 내 퇴직연금 관리를 맡길 것일까 하는 올바른 사업자 선정의 문제, 셋째, 퇴직연금에 쌓여 있는 적립금을 어떻게 굴리는 것이 좋은가라는 적립금 운용의 문제, 넷째, 이직할 때마다 발생하는 퇴직연금 급여를 찾아 쓰지 않고 은퇴 자금으로 쌓아가는 통산의 문제, 끝으로 은퇴 시점에 쌓인 퇴직연금을 노후 생활비로 전환하는 연금화의 문제 가 그것이다.


발자크는 연금은 ‘고된 노역과 끈질긴 저축의 대가’라고 한다. 결코 그냥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그럼, 나농의 분투기는 오늘날에도 적용될 수 있을까. 아마도 쉽지 않을 것이다. 돈 써야 할 곳이 너무나 많기 때문이다. “돈 없이 지내기 위해서라도 돈이 필요하다”는 발자크의 말은 오늘날에 더 잘 어울리는 것 같다.


30세부터 60세까지 30년 동안 매년 300만 원을 퇴직연금에 쌓아가면 9000만 원을 만들 수 있다. 9000만 원이면 요즘 시중에 나와 있는 가입 금액 1억 원의 즉시연금보험에 가입할 수 있다.

보험사마다 상품마다 조금씩 다르긴 하지만 가입 금액 1억 원 즉시연금보험에 가입하면 대략 월 40만 원 정도를 사망할 때까지 받을 수 있다. 가입 금액이 2억 원으로 올라가면 연금액은 80만 원 전후로 올라간다. 국민연금에 20년 이상 가입하고 퇴직연금으로 2억 원 정도 모으면 많은 사람들이 원하는 수준의 생활을 영위할 수 있다는 뜻이다.

즉시연금보험의 경우 급여가 확정돼 있다는 점은 유념해야 한다. 물가가 올라가면 즉시연금의 연금액 가치가 떨어진다는 말이다. 초기에는 원하는 생활수준을 유지하다가 시간이 갈수록 생활수준이 떨어질 수 있다는 의미다. 이를 방지하려면 연금의 가치에 맞춰 생활수준을 조정하거나 연금액의 가치 하락을 감안해 초기의 연금 수령액을 높게 잡아야 한다. 그래서 필요한 게 3층 보장의 3층에 해당하는 개인연금이다. 개인연금까지 갖춰놓으면 경제적으로 큰 어려움 없이 노후를 보낼 가능성이 높다.


손성동 미래에셋은퇴연구소 연금연구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