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통 스테이크 전문점 ‘로리스 더 프라임 립’

요리사의 현란한 ‘철판쇼’를 감상한 뒤 맛보는 철판 요리는 맛이 없을 수가 없다. 침샘은 폭발하고 엔도르핀은 샘솟는다. 로리스 더 프라임 립도 이 같은 사람들의 심리를 노린다. 덩어리 고기를 눈앞에서 손수 썰어주는 독특한 광경과 샐러드 퍼포먼스까지 눈요기하고서 맛본 스테이크는 말 그대로 기가 막힌다.
셰프의 카버리 서빙 모습.
셰프의 카버리 서빙 모습.
서울 강남역 GT타워 3층에 문을 연 레스토랑 ‘로리스 더 프라임 립’은 동화 속 세상 같았다. 알프스 소녀 하이디를 떠올리게 하는 웨이트리스의 복장 때문만은 아니었다. 1322.3㎡(400여 평)에 달하는 실내를 가득 채운 멋스러운 테이블 세팅과 아기자기한 실내 장식들, 여기저기 활보하는 실버 카트 등 이색 풍경이 빚어낸 결과였다.

얼핏 유럽풍 느낌이 났지만 로리스 더 프라임 립은 정통 미국식 스테이크 전문점이다. 1938년 미국 비벌리힐스에 처음 오픈한 이래 댈러스, 시카고, 라스베이거스, 싱가포르, 홍콩 등 전 세계 9개 도시에 매장을 두고 있으며 최근 열 번째로 강남에 문을 열었다. 올해로 창립 75주년을 맞아, 미국에서는 ‘3대가 함께 오는 레스토랑’으로 알려져 있다. 레스토랑의 역사만큼이나 유명한 것이 독특한 서비스 방식이다. 셰프와 웨이트리스가 합심해 선보이는 ‘카버리(carvery: 고객 앞에서 구운 고기를 저며서 차려내는 것)’ 서빙은 손님의 입과 눈을 즐겁게 한다. 당연히 이곳에서 가장 중요한 아이템은 ‘실버 카트’다. 로리스 더 프라임 립의 상징인 실버 카트는 마치 동화 ‘신데렐라’의 호박마차를 닮았다. 반짝이는 이 은빛 카트 속에는 따뜻한 그릇과 포크 나이프는 물론 고기, 소스, 사이드 메뉴 등 모든 음식이 담겨 있다. 손님이 자리에 앉으면 셰프와 웨이트리스가 짝을 이뤄 테이블로 출동한다. 실버 카트의 뚜껑이 열리고, 거대한 립 두 덩어리가 당당한 위용을 드러낸다. 테이블 위로 하얀 접시가 깔리면, 긴 칼을 쥔 셰프가 친절한 목소리로 묻는다. “컷과 굽기는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손님.”
로리스의 상징 잉글리쉬컷.
로리스의 상징 잉글리쉬컷.
100도 미만에서 4시간 통째로 구워 ‘촉촉’…
50인실 연말 모임 장소로도 제격

로리스 더 프라임 립의 고기는 고급 갈빗살 부위를 섭씨 100도 미만 오븐에서 3~4시간 동안 통째로 구워내 기름을 최소화하면서 육질을 그대로 살린 것이 특징이다. 셰프가 눈앞에서 직접 썰어주는 고기는 육즙이 자작할 정도로 촉촉하고 부드럽다. 전통적인 ‘로리 컷’을 비롯해 세 조각으로 얇게 썰어낸 영국 스타일의 ‘잉글리시 컷’, 립 본이 함께 제공되는 특대 사이즈의 ‘다이아몬드 짐브래디 컷’ 등이 있어 입맛과 취향에 따라 고르면 된다. 우리나라에서만 맛볼 수 있는 두 조각 ‘강남 컷’도 메뉴판 한쪽을 당당히 차지하고 있다.

한 접시에는 베이크드 포테이토, 크림 콘, 크림 스피나치, 요크셔푸딩 등이 푸짐하게 담긴다. 보기만 해도 든든한 이 음식들은 함께 먹었을 때 가장 맛있다. 미디움-레어 굽기의 ‘강남 컷’을 썰어 겨자무로 만든 특제 소스인 호스래디시를 곁들였다. 흘러넘치는 육즙이 다소 묵직했지만 이 호스래디시가 완충 작용을 해 훌륭한 마리아주를 선사했다. 고기는 베이크드 포테이토 속에 담긴 그래비 소스에 찍어 먹어도 좋다. 우리나라에서 흔히 보기 어려운 영국식 빵 ‘요크셔푸딩’은 반가웠다. 달콤한 맛을 좋아하는 사람은 크림 콘과 크림 스피나치, 요크셔푸딩의 조합만으로도 이 레스토랑의 단골이 될 이유가 충분하다. 로리스 본사에서 직접 제조한 양념 소금은 미국에서 ‘국민 브랜드’가 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하니 스테이크를 꼭 찍어 먹어볼 것을 권한다.
웨이트리스의 샐러드 퍼포먼스.
웨이트리스의 샐러드 퍼포먼스.
립을 주문하면 샐러드 ‘페이머스 스피닝 볼’은 무료다. 하이디차림의 웨이트리스가 고객의 테이블 앞에서 직접 조리하는데, 샐러드 재료를 담은 믹싱볼을 얼음 위에서 빠르게 회전시키면서 드레싱을 골고루 섞어내는 과정에서 ‘소스쇼’를 보여준다. 손님의 입가에는 미소가 퍼진다.

로리스 더 프라임 립은 탁 트인 홀은 물론 10인실, 15인실, 50인실이 마련돼 연말 송년 모임 장소로도 제격이다. VVIP룸에는 옷장을 구비했으며, 음악소리나 조도 등을 손수 조절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탁 트인 넓은 실내.
탁 트인 넓은 실내.
그저 허기를 달래주는 레스토랑은 많다. 배를 든든히 채워주는 동시에 소소한 재미까지 주는 공간이라면 어떠한가. 로리스 더 프라임 립은 추운 겨울, 산타를 만난 듯 예상 밖의 즐거움을 선물해줄 식당이다. 단, 군더더기 없는 심플함을 추구하는 사람의 경우엔 아기자기한 퍼포먼스들이 부담스러울 수 있다.



Info. 로리스 더 프라임 립
[GOURMET REPORT] 호박마차에 실려온 ‘펀한’ 스테이크
위치 서울 서초구 서초대로 411 GT타워 3층
영업시간 점심 11시 30분~오후 2시 30분, 저녁 오후 5시 30분~9시 30분
가격대 점심 강남 컷 3만8000원, 캘리포니아 컷 5만8000원
저녁 캘리포니아컷 5만8000원, 잉글리시 컷 6만8000원
로리 컷 8만2000원

문의 02-590-2800, www.lawrys.kr


이윤경 기자 ramji@hankyung.com│사진 김기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