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승영 KDB대우증권 애널리스트

‘총균쇠’로 알려진 지리학자 제레드 다이아몬드는 그의 다른 저서 ‘문명의 붕괴’에서 위대했던 문명들의 붕괴 이면에는 자원을 낭비하고 환경의 경고를 무시했다는 공통점이 있음을 발견합니다. 한 예로 얼음의 땅(Iceland)을 떠나 푸른 땅(Greenland)에 정착한 바이킹들은 중세에 소빙하기를 맞았지만 기후변화에 대비하지 않았고, 풀이 감소해도 목축을 계속했으며, 추운 기후에 적응하는 이누이트와도 교역을 하지 않았습니다. 그 결과 그린란드 바이킹들의 문명은 붕괴했습니다. 다이아몬드는 현대의 중국, 호주도 예외가 아니라고 경고합니다.
[THE BUZZ] 바이킹의 문명 붕괴와 손정의의 친환경 투자
자원이 낭비되고 있다는 명백한 증거가 공해의 증가입니다. 탄소로 대표되는 공해 물질은 자원을 추출하고, 물건을 생산하고, 실어 나르고, 소비하고, 폐기하는 과정에서 모두 증가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2013년은 공해 물질을 줄이기 위해 선진국과 개도국이 협력하는 첫 해입니다. 미국은 9월 20일 오랫동안 준비해 온 청정에너지법률(Clean Energy Act)을 시행하기도 했습니다.

공해를 줄이기 위한 각국의 노력은 점점 눈으로 확인될 것입니다. 그 노력들은 주식시장에도 일시적인 테마가 아닌 큰 변화를 가져올 것입니다. 각국 정부는 환경 규제를 기업 투자를 일으키는 원동력으로 삼으려 하고 있습니다. 그래야 지난 4년에 걸친 저성장도 끝날 것입니다. 시장조사기관 르네상스캐피털에 따르면 올해 3분기까지 미국의 기업공개(IPO) 건수는 152개로 2004년 이후 최대를 기록했습니다. 블룸버그 집계를 봐도 글로벌 기업들의 IPO는 늘고 있습니다. 특히, 지난 4년간 금융기관들의 자본 땜빵이 IPO의 대부분을 차지했다면 올해는 에너지, 그중에도 재생에너지 기업들의 IPO가 늘어난 것이 특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굴지의 부자들도 친환경에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RTCC(Responding to Climate Change)의 2013년 기후변화 시상식 최종 후보에 손정의 회장의 소프트뱅크가 포함됐습니다. 손 회장은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원전을 일본의 최대 문제로 보고, 전국적인 태양광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습니다.

2011년 10월 소프트뱅크의 자회사로 설립된 SB에너지는 한화솔라원으로부터 모듈을 공급받아 태양광발전을 하고 있습니다. 그는 ‘아시아 슈퍼 그리드’ 구상을 발표했는데, ‘클린 에너지 아시아’라는 벤처 자회사를 통해 몽골 사막에서 풍력과 태양력으로 발전을 하고 그 에너지를 일본으로 끌어다 쓰겠다는 계획입니다. 이 계획을 위해 22만 헥타르의 사막을 빌린 상태이고 전력망 연결을 위해 한국과 중국의 정치가들을 만났습니다. 발전 단가를 킬로와트당 2~3센트 정도로 보고 있는데, 이대로만 된다면 미국 석탄발전 단가의 20~30% 수준입니다.

중국에서도 급진적인 변화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전 세계에서 산업용 전기요금이 가정용 전기요금보다 싼 나라가 몇 안 되는데, 그중 하나가 중국입니다. 산업용 전기요금이 싼 이유는 중국의 산업구조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제조업, 그중에도 전기를 많이 쓰는 철강 산업의 비중이 높은 나라들이 산업용 전기요금이 쌉니다. 그래서 2013년 중국의 산업용 전력 소비는 주거용에 비해 5.5배나 많았습니다. 미국의 0.58배에 비해 대략 10배나 많습니다. 중국이 석탄발전을 하는 이유입니다. 그런데 석탄을 쓰다 보니 스모그와 같은 환경 문제가 너무 심각해졌습니다. 최근 중국이 제조업 오버 캐파(over capa)을 해소하겠다고 하고 있습니다. 이 말은 전기를 덜 쓰겠다는 것이고, 이는 다시 석탄을 덜 쓰겠다는 의미입니다. 중국의 오버 캐파 해소는 중국이 친환경으로 나아간다는 뜻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