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연계증권(ELS)에 투자하던 사모펀드들이 파생결합증권펀드(DLF), 부동산 등 투자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고객 입장에서는 입맛에 맞는 상품이 그만큼 다양해졌다. 진화하는 사모펀드의 유형을 사례별로 살펴본다.
[사모펀드 투자 바이블] 진화하는 사모펀드 유형, ELF에서 IPO 펀드까지 ‘상상을 뛰어넘다’
신한은행 PWM(Private Wealth Management)은 2008년 3월 VIP 고객을 대상으로 50억 원대의 사모펀드를 결성했다. 코스피 200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한 1년 만기 주가연계펀드(ELF)로 수익률 15%를 제시했다. 당시 코스피 200지수는 210대였다. 원금 손실이 발생하는 구간인 녹인 배리어(knock-in barrier)는 80이었다.

당시는 2007년 주가지수가 처음으로 2100선을 돌파한 후 1700대까지 빠진 상태였다. 시장에서는 전고점 돌파에 대한 희망 섞인 기대가 팽배했다. 주가가 추가 하락할 거라고는 누구도 전망하기 어려운 상황. 코스피 200이 170 이하로만 떨어지지 않으면 15% 수익을 기대할 수 있었다. 당시에는 ELF 투자로 손실을 본 적이 한 번도 없었다.

펀드는 성공적으로 결성됐다. 하지만 그해 9월 투자은행(IB) 리먼브러더스가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이른바 테일 리스트(tail risk)가 발생한 것이다. 테일 리스크는 금융시장에서 발생 가능성이 희박하고 예측하기 어렵지만 투자 포트폴리오에 큰 영향을 미치는 위험을 뜻한다.

그때부터 주가는 곤두박질쳤다. 만기가 돌아온 2009년 3월 코스피 지수는 1000대, 코스피 200은 130대에서 횡보를 거듭했다. 공모펀드라면 어쩔 수 없이 약 30%의 손실을 보고 펀드를 팔아야 했다.

이때 사모펀드의 위력이 발휘됐다. 프라이빗뱅커(PB)들이 투자자들을 일일이 찾아가 기간 연장을 설득했다. 사모펀드는 그 성격상 투자자가 49인을 넘지 못한다. 필요한 경우 투자자들이 동의하면 기간 연장이 가능하다. 당시 상황이 그랬다. 투자자 전원에게 기간을 연장 받고 그 6개월 후 원금과 함께 2% 수익률을 투자자들에게 돌려주었다. 사모펀드의 장점을 확인할 수 있는 대표적인 사례다.


채권과 주식 혼합된 메자닌펀드
이처럼 사모펀드는 경제 상황에 따라 민첩하게 대응할 수 있다. 의사 결정이 빠르기 때문에 그때그때 상황에 맞는 상품 설계가 가능하다. 3년 전부터 나오기 시작한 메자닌 사모펀드가 그렇다.

메자닌(Mezzanine)은 1층과 2층 사이의 중간층을 뜻한다. 이탈리아어 메자노(mezzano)에서 유래됐다. 메자닌펀드는 주식과 채권 사이에 있는 상품에 투자하는 펀드다. 주식과 채권 사이에 있는 것 중에서도 특히 ‘주식 관련 채권’에 주로 투자한다. 대상은 주로 전환사채(CB), 신주인수권부사채(BW), 교환사채(EB) 등이다.

메자닌펀드가 국내에 소개된 것은 2005년경이지만 본격적인 투자는 2010년부터 이루어졌다. 국내 한 증권사도 그 즈음 VVIP 자산가를 대상으로 BW와 CB 등에 투자하는 상품을 선보였다. 채권에 주로 투자해 원금 손실 우려가 적고 주식 전환에 따른 추가 수익을 낼 수 있다는 메자닌펀드의 장점 덕에 많은 고액자산가들이 펀드에 가입했다. 이 펀드의 초기 설정 규모는 100억 원대였지만 추가로 리펀딩에 성공해 시리즈로 이어졌다. 고객에 따라 수익률은 차이가 있지만 연평균 8%의 수익률을 올렸다.

현재 메자닌펀드는 채권 만기 시 주가가 좋지 않으면 채권 이자만 받으면 되고, 주가가 좋으면 주식으로 바꿔 시세차익을 거둘 수 있다는 게 최대 장점이다. 주가가 좋지 않으면 채권 이자인 3%, 주가가 좋을 경우 10% 이상의 수익을 올릴 수 있는 것이다.


오피스·미국 부동산 ETF도 투자 대상
DLF도 고액자산가들의 관심을 꾸준히 받고 있다. DLF는 금, 환율, 금리 등 기초자산이 다양하지만 최근 고액자산가들에게 인기를 끄는 것은 부동산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DLF다. DLF의 투자 대상은 일정한 임대수익을 내는 국내외 상업용 부동산이다. 최근에는 미국 부동산 경기 회복에 따라 미국 부동산에 직간접으로 투자하는 펀드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지난해 신한은행 PWM에서 판매한 부동산 사모펀드의 기초자산은 다우존스 미국 부동산 상장지수펀드(ETF)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주택건설업 ETF다. 이 펀드는 글로벌 금융 위기의 진원지가 미국 부동산이었기 때문에 미국 정부가 가장 먼저 손을 볼 곳도 부동산 시장이라는 데서 착안했다. 관계자는 연 5~7% 수익률을 제시한 이 펀드에 지금도 자금이 유입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상품을 구조화하는 과정에서 뜻하지 않은 위험이 불거져 중도에 포기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리스크를 충분히 검토한 후 투자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삼성증권에서 얼마 전 내놓은 ‘마스턴제7호위탁관리부동산투자회’는 삼성증권 SNI(Special Noble and Intelligent)와 강남 일대 지점에서 VVIP 및 법인 고객들을 대상으로 모집한 부동산 사모펀드다. 이 펀드는 올 7월 매물로 나온 PCA타워의 우선협상대상자로 마스턴투자운용이 선정되면서 설정됐다. 투자금의 전부는 PCA타워 매입 자금에 투자됐으며, 펀드 규모는 총 556억 원이었다. 투자 기간은 5년이며, 예상 수익률은 연평균 6%다.

이 밖에도 미국 국채 금리에 베팅하는 DLF, 레버리지를 활용한 주식형 사모펀드, 배당주에 투자하는 배당주 사모펀드, 기업공개(IPO)가 가능한 기업에 투자하는 IPO 펀드 등 다양한 사모펀드들이 설정돼 운용 중이다.

모든 펀드들이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투자에는 반드시 위험이 따르기 때문이다. ELF는 기초자산이 녹아웃 배리어를 벗어나면 원금 손실이 발생하고, 농산물을 기초자산으로 한 DLF는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반면 기초자산의 가격변동성이 커 위험이 따른다. 상품을 구조화하는 과정에서 뜻하지 않은 위험이 불거져 중도에 포기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리스크를 충분히 검토한 후 투자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실제로 KTB자산운용이 2010년 6월 삼성꿈장학재단과 학교법인 포스텍의 자금 1000억 원으로 사모펀드를 조성해 부산저축은행 유상증자에 참여했다가 부산저축은행 거래가 정지되면서 투자금 전액을 날리기도 했다. 이밖에 콜옵션과 풋옵션을 동시에 매도하는 양매도 전략으로 사모펀드를 운용하다 옵션만기일 쇼크로 큰 손실을 낸 펀드도 있다.


신규섭 기자 wa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