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남 2녀의 자녀를 둔 중견기업의 창업자인 김 모 회장은 최근 승계 문제로 깊은 고민에 빠져 있다. 4명의 자녀에게 어떤 식으로 승계를 해야 할지 고민인 것이다. 소유권 관련해서도 자녀들에게 공평하게 지분을 나눠주어야 할지, 아니면 회사 경영을 책임질 아들이 지배력을 가질 수 있도록 안정적인 지분을 주어야 할지 고민이다. 합리적인 승계를 위해 김 회장은 어떤 것을 고려해야 할까.
김 회장은 2남 2녀의 자녀를 두었다. 첫째 딸은 10년째 회사에서 일하며 능력과 성실함으로 대외적으로 인정을 받고 있다. 둘째 아들은 다른 회사에서 경력을 쌓고 회사에 들어와 3년째 일하고 있고, 셋째 딸은 회사 일에 별 관심이 없다. 막내아들은 최근 학업을 마치고 회사에서 일을 시작했다. 김 회장은 ‘경영권을 누구에게 승계해야 하는가’를 놓고 고민 중이다. 첫째 딸이 경험이나 능력 면에서 뛰어나지만, 그래도 맏아들이 대를 이어야 한다는 쪽으로 마음이 기울어지고 있다. 소유권 관련해서도 자녀들에게 공평하게 지분을 나눠주어야 할지, 아니면 회사 경영을 책임질 아들이 지배력을 가질 수 있도록 안정적인 지분을 주어야 할지 고민이다.

미국 하버드대의 레나토 타귀리(Renato Tagiuri)의 ‘가족기업의 3차원 모델(3 Circle Model)’에서 그 해답을 찾을 수 있을 듯하다. 3차원 모델은 가족기업을 구성하는 가족과 기업, 주주 간의 역학관계를 잘 설명한다.


역지사지의 자세 필요
가족기업은 그림과 같이 가족, 오너십, 기업이라는 3개의 독립적인 시스템이 서로 연결돼 있다. 이 3개의 시스템은 서로 겹치면서 그림과 같이 7개의 구역으로 분리된다. 그리고 가족기업과 관련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반드시 7개의 구역 중 어느 한 부분에 속한다.

예를 들면, 원의 바깥쪽 1·2·3번 구역에 있는 사람들은 가족, 주주, 직원이라는 한 가지 역할만 갖는 사람들이다. 만약 어떤 사람이 동시에 한 가지 이상의 역할을 갖게 되면 원의 겹치는 부분 4·5·6·7번 구역에 위치하게 된다. 가족이면서 오너십이 있는 사람은 4번에, 회사 임직원이면서 주식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5번에, 그리고 회사에서 일하고 있는 가족은 6번에 각각 위치한다. 그리고 7번에는 가족이면서 소유권도 있고, 기업에서 일하는 사람이다.

그런데 사람들은 자신의 위치에 따라 서로 관심이나 기대가 다르며, 어떤 이슈가 있으면 각자 자기 관점에서 문제를 바라본다. 그러므로 가족 갈등이 생겼을 때 ‘왜 이런 일이 일어났는가’ 각자의 관점과 차이를 이해한다면 더 쉽게 해결 방안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면 각각의 위치에 따라 어떤 관심과 니즈를 가지고 있으며 행동에 어떤 차이를 보이는지 살펴보자.

가족: 이들은 누구라도 원하는 경우 기업에서 일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언젠가는 다른 형제자매와 동등하게 오너십을 갖게 될 것으로 기대한다. 그런데 이런 기대가 충족되지 않는다면 이들은 형평성을 문제 삼아 가족 분쟁을 일으키게 된다.

외부 투자자: 은행이나 일반 투자자들의 근본적인 관심은 투자 수익에 있다. 그러므로 이들은 회사의 중요한 의사 결정을 가족문제와 분리해서 명확하게 실행하기를 바란다. 이들은 대체로 가족들이 무분별하게 기업에 참여하는 것에 불만을 갖는다.

임직원: 외부 투자자들과 마찬가지로 이들도 기업 내 족벌주의를 우려한다. 이들의 최고 관심사는 자기 일에 대한 미래 전망과 직업 안정성에 있다.

오너십을 가진 가족: 회사에서 일하지 않지만 지분을 가진 가족은 감정적으로 기업에 더 많이 밀착하며, 관심이 매우 다양하고 복합적이다. 이들은 가족뿐만 아니라 주주로서도 정당한 보상을 바라고, 기업에서 일하는 가족들이 얼마나 열심히 일하고 기업에 헌신하는가보다는 자신과 비교해 어떤 혜택과 보상을 받는지에 관심이 더 많다. 물론 기업이 성장하기를 바라지만 수익을 재투자하기보다는 배당 높이기를 원하기도 한다.

오너십을 가진 임직원: 기업에서는 능력 있는 임직원을 회사에 오래 붙잡아두기 위해 주식이나 지분을 제공하지만, 그 비중이 크지 않고 비상장기업의 경우에는 쉽게 양도할 수도 없다. 그러므로 이들이 가진 주식의 투자 가치는 어쩔 수 없이 가족의 영향을 받는다. 이들은 다른 임직원과 마찬가지로 직업의 안정성에 관심이 있으며 배당에도 관심을 갖는다.

기업에서 일하는 가족: 이들도 궁극적으로는 오너십을 갖기를 원하며, 4번에 위치한 가족과 갈등 관계가 되기 쉽다. 자신들이 열심히 일한 대가가 주식을 가진 가족에게 돌아간다고 생각하니 못마땅한 것. 배당과 관련된 입장도 서로 다르다. 이들은 회사의 장기적 성장을 위해 수익을 재투자하기를 원하지만, 오너십을 가진 가족은 회사의 성장을 저해하지 않는 한 적정한 배당을 원한다. 이와 같이 서로 입장과 이해관계가 많이 다르므로 이 두 그룹은 가장 갈등이 심하다. 이들은 각자의 입장에서 정당한 권리와 관심을 표명하는 것임에도 상대방을 이기적으로 생각하거나 또는 성격 차이로 인식해 문제가 감정적으로 확대되기도 한다.

오너경영자: 가족시스템 내의 가족, 기업, 오너십의 중심에 위치한다. 창업자의 경우에는 대부분 지배적 소유권을 가지고 있으며, 승계와 관련된 모든 의사 결정이 그에게 달렸다. 예를 들어 후계자를 선정할 때 그들은 ‘가족관계에 문제가 생기더라도 회사를 위한 최선의 선택을 해야 하는가’ 아니면 ‘가족의 정서를 고려해서 결정해야 하는가’와 같은 어려운 의사 결정을 해야 한다. 그러나 자녀들은 서로의 입장이 달라서 각자의 필요나 요구가 충족되지 않으면 불만을 품을 수밖에 없다. 한편, 자녀들이 기업에 참여하면서 7번 영역에 위치하는 가족들이 생기게 된다. 이들은 1·4·6번에 위치한 다른 가족들의 관심과 니즈를 모두 가지고 있지만, 이들의 궁극적인 관심은 회사의 경영권을 누가 승계하느냐 하는 것이다. 만일 여러 명의 자녀가 회사에서 일한다면 서로 라이벌 의식을 갖게 되고, 승계와 관련해 잠재적인 갈등이 증폭될 수밖에 없다.


가족회의 통해 가족 분쟁 예방해야
창업 초기에는 3개의 시스템이 겹치는 부분에 가족이 거의 위치하지 않고 창업자가 가족, 오너십, 기업 등 3개 시스템의 모든 의사 결정을 지배하기 때문에 가족 갈등이 발생할 여지가 적다. 하지만 자녀들이 기업에 참여하면서 서로 이해관계가 달라지기 시작하고 갈등이 발생하는 것이다. 이는 어느 한 가족만의 문제도 아니고 특별히 나쁜 것도 아니다. 기본적으로 모든 가족기업들은 이러한 갈등 구조에 놓이게 된다. 문제는 어떻게 이런 갈등을 사전에 예방하느냐 하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승계 계획은 창업자 혼자만의 생각에 머물러 있거나 ‘후계자가 잘못하면 어쩌나’, ‘자녀들끼리 서로 싸우면 어떻게 하지’와 같은 부정적인 질문에 기초해 계획을 세운다. 그러나 승계 계획은 걱정하는 것 이면에 있는 긍정성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즉 ‘어떻게 하면 자녀들이 협력하고 화목하게 지낼까’, ‘어떻게 하면 대를 이어 건강한 가족과 기업을 유지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서 시작해야 한다. 문제를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 해법도 크게 달라지기 때문이다. 국외의 100년 이상 장수 기업들은 모두 그러한 부분에 엄청난 시간과 노력을 투자한 기업들이다. 주목할 것은, 그들은 가족들이 참여하는 가족회의를 통해 승계뿐만 아니라 가족 관련 문제들을 사전에 협의하고 각종 가족 규정을 수립한다는 것이다. 가족들의 참여, 그것이 세계적인 장수 기업들이 수대에 걸쳐 건강한 가족관계와 튼튼한 기업을 유지해온 비결이다.
김선화 한국가족기업연구소 대표

경영학 박사. 가족기업 컨설턴트.
‘100년 기업을 위한 승계 전략’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