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이나 주식형 펀드에 투자했다가 손실을 본 투자자들은 “괜히 위험한 상품에 투자했다 큰 손해를 봤다”는 말을 한다.
하지만 여기서 ‘위험한 상품’이라는 표현은 적절하지 않다.
투자의 관점에서 리스크와 데인저는 구분해서 생각해야 한다.
흔히 리스크(risk)라고 하면 ‘위험(危險)’이라는 우리말을 떠올리는 사람이 많다. 일반 투자자들이 주식이나 주식형 펀드처럼 가격이 떨어져 손해를 볼 수도 있는 상품을 위험한 상품이라고 부르는 이유다.

하지만 ‘위험’이라는 말의 정확한 영어 표현은 ‘데인저(danger)’다. “위험이 닥쳐오고 있다”, “여기에 있으면 위험하다”라고 말할 때의 위험인 것이다. 반면 리스크라는 단어는 위험한 상황과는 다르다. 위험과 리스크, 모두 불확실한 상황을 의미하지만 리스크는 관리가 가능하다는 속성이 있다. 예를 들어 리스크가 따르는 상품의 하나인 주식에 투자하면 손해를 볼 수도 있지만 잘만 관리한다면 수익을 낼 수도 있다. 이게 바로 리스크의 속성이다.


저축의 시대에서 투자의 시대로
리스크의 라틴어 어원은 ‘용기를 갖고 도전하다’라는 뜻이다. 예를 들어, 어떤 남학생이 사귀고 싶은 여학생이 있을 때 그 여학생을 친구로 만들기 위해서는 용기를 내어 데이트 신청을 하지 않으면 안 된다. 데이트를 신청하면 상대가 응해줄 수도 있지만 거절당할지도 모르는 리스크가 따른다. 거절당하는 것이 겁나서 데이트 신청을 포기한다면 여자 친구를 사귈 수 있는 기회도 놓치게 된다. 따라서 거절당할지도 모르는 리스크를 감수하는 대신 상대가 응해오도록 적절한 전략을 세워야 하는 것이다.

직업을 선택할 때도 마찬가지다. 요즘 젊은 세대들이 가장 많이 들어가고 싶어 하는 직장은 이른바 신의 직장이라고 불리는 정부기관이나 공기업이라고 한다. 심지어는 초등학교 4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장래 희망을 조사했더니 약 60%가 “공무원”이라고 대답했다고 한다.

불안정성이 만연한 사회일수록 사람들은 안정을 우선순위로 삼으려 한다. 그러나 과연 이들 직장이 앞으로도 영원히 안정된 직장으로 남을 수 있을지 한번쯤 냉정하게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안정된 직장이라고 생각하고 들어갔는데 어느 순간 그 직장이 불안정한 직장으로 바뀌는 경우를 얼마든지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될 경우 그곳에 있던 직장인들의 운명은 어떻게 될 것인가. 시대의 변화에 적응하지 못한 채 경쟁력을 잃고 더 큰 어려움을 당할 수도 있을 것이다. 차라리 처음부터 리스크를 안고 도전하는 쪽으로 직장관을 바꾸는 것이 현명한 선택이 아니겠는가. 불확실성 속에서 생존할 수 있는 역량과 경쟁력을 기를 수 있는 직장이 곧 좋은 직장이라는 인식 전환이 필요한 것이다.

이것은 자산 운용의 세계에서도 마찬가지다. 손실을 입을지도 모르는 리스크가 두려워 금융기관이 원리금을 책임지는 예금만 해서는 높은 수익을 낼 수 없다. 높은 수익을 내려면 용기를 갖고 공부를 해서 가격 변동의 리스크가 큰 투자 상품도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

여기서 리스크가 없는 저축 상품과 리스크가 따르는 투자 상품의 차이를 확실하게 이해해둘 필요가 있다.

미국에서는 중학교 과정에서 ‘저축’과 ‘투자’의 차이를 확실하게 교육시킨다. 중학교만 졸업하면 저축과 투자가 어떻게 다른지를 안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 학교에서는 지금까지 이런 내용을 가르치지 않았다. 따라서 대학 졸업자들도 저축과 투자를 비슷한 뜻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그러나 엄밀하게 말하면 저축과 투자는 상반된 개념이다. 사전을 찾아보면 저축은 ‘아껴서 모으다’라는 뜻이다. 은행예금, 지급액이 확정된 보험, 지급액이 확정된 연금이 대표적인 저축 상품에 속한다. 저축 상품에 가입하면 자산이 불어나는 속도는 느리지만 원리금을 손실할 염려는 없다. 금융기관이 운용의 결과를 책임져주기 때문이다. 즉, 기대수익률은 낮지만 리스크가 따르지 않는 상품이 저축 상품인 것이다.

반면에 투자는 ‘가능성을 믿고 자금을 투하하다’라는 뜻을 갖고 있다. 믿었던 대로 되면 큰 수익을 낼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으면 원리금을 손실할 수도 있다. 손실을 보았더라도 투자를 중개해 준 금융기관에서는 책임을 지지 않는다. 투자의 결과가 잘 되든, 잘 안 되든 모두 투자자 자신의 책임이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투자 상품으로는 주식, 채권, 펀드, 변액보험, 변액연금 등이 있다. 다시 말하면, 고수익을 기대할 수도 있지만 손실을 볼지도 모르는 리스크가 따르는 상품이 투자 상품인 것이다.

그런데 왜 앞으로는 굳이 리스크가 따르는 투자 상품을 활용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인가. 몇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큰 이유로는 저금리 시대가 정착돼 가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나라 시중은행의 1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는 2%대다. 앞으로 경기가 회복되고 설비투자가 늘어나면, 예금 금리가 1~2%, 2~3% 정도 오르는 일은 있을 수 있겠지만, 우리나라에 혼란이 오지 않는 한 10%대의 예금 금리 시대는 다시 오기 어렵다고 보는 게 옳다. 이제는 보유 금융 자산의 일정 부분을 리스크가 따르더라도 투자 상품에 운용하지 않고서는 자산을 불려가기가 어려운 시대가 됐다는 것이다.

저금리 시대의 정착과 함께 저축의 시대에서 투자의 시대로 이행한 사례는 미국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현재 미국의 각 가정에서 보유한 금융 자산 중에서 예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14~15%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미국에서는 중학교 과정에서 ‘저축’과 ‘투자’의 차이를 확실하게 교육시킨다. 이런 교육을 통해 중학교만 졸업하면 저축과 투자가 어떻게 다른지를 안다.


생활비 정도만 은행예금에 넣어두는 미국인
미국에서는 우리처럼 결혼이나 노후 대비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예금을 하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생활비같이 한두 달 내에 써야 할 돈만 은행예금에 넣어둔다. 예금은 일시적으로 자금을 넣어두는 수단일 뿐 자산을 불리는 수단으로는 생각하고 있지 않다는 뜻이다. 저금리 시대에 자산을 불려가려면 위험을 감수하고서라도 투자 상품을 운용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주식, 채권, 펀드, 변액보험, 변액연금과 같은 투자 상품이 차지하는 비중이 70~80%에 이르고 있다.

그런 미국에서도 1970년대까지는 현재의 우리나라 못지않게 저축 상품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았다. 예를 들어 1975년 말 미국 가계금융 자산 중에서 예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55% 정도였다. 현재 우리나라의 예금 비중보다 훨씬 높은 수준이었던 것이다. 그러던 것이 30년이 지난 지금은 14~15% 정도로 낮아졌다. 그만큼 투자 상품의 비중이 늘어난 것이다. 미국은 저축의 시대에서 투자의 시대로 이행한 나라라고 할 수 있다. 가장 큰 이유는 금리가 낮아졌기 때문이다.

각 가정에서는 줄어든 금리 수입을 메우기 위해 수익성이 높은 해외 투자를 하거나 저금리 혜택을 받고 있는 기업의 주식 또는 주식형 펀드에 투자하게 됐다. 물론 당시에 미국 기업들이 구조조정을 통해 주주 증시 경영을 하게 됐다는 점, 실력 있는 자산운용 회사들이 등장했다는 점 등이 투자 상품의 비중을 높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그런데 그중에서도 가장 큰 원인은 활발한 투자 교육을 통해 미국인들이 리스크를 이해하고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는 자세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우리가 인생을 살아가다 보면 배우자나 직업을 선택하는 일에서부터 자산을 운용하는 일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리스크에 직면하게 된다. 풍요로운 인생을 살기 위해서는 그 리스크를 피해서는 안 된다. 리스크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되 이를 관리할 수 있는 공부를 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다.


강창희 미래와금융 연구포럼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