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규 LS자산운용 대표
이윤규 LS자산운용 대표는 마라톤 마니아다. ‘선두권’ 욕심을 내지 않되 멈추지 않고 달려 끝내 목표 시간 안에 골인 지점에 들어온다. 그에겐 투자도 마찬가지다. ‘최고를 지향하다 보면 꼴지 하기 쉽다’는 철학으로 31년간 꾸준하면서도 장기적인 안목으로 자산을 운용해왔다. 지난 2008년 사학연금으로 방향을 틀었다가 올 6월 ‘친정’으로 돌아온 고수는 투자자들의 페이스메이커가 될 채비를 마쳤다. 이윤규 LS자산운용 대표는 1982년 한국투자신탁에 입사한 이래 증권 애널리스트, 펀드매니저, 영업, 투자은행(IB) 주식·채권 최고운용책임자(CIO) 등 여러 분야를 섭렵해 온 자산운용계 최고참이다. 특히 2008년 4월부터 올 초까지 사학연금 자금운용관리단장(CIO)으로 재직하는 동안 경제 위기 속에서도 매년 우수한 성과를 올려 아시안인베스터(Asian Investor)가 선정한 ‘올해의 최고투자자(CIO)’로 선정되기도 했다. 사학연금을 떠나 자산운용 업계로 컴백한 이 대표는 “다시 승부욕이 불타오른다”며 두 눈을 반짝였다.자산운용 업계로 ‘컴백’한 소감이 어떻습니까.
“자리를 비웠던 사이 자산운용사가 정말 많이 늘었어요. 제가 처음 업계에 몸을 담았을 때만 해도 8개 정도에 불과했는데 현재 83개에 이르니 10배가 늘었네요. 그만큼 경쟁도 치열해졌습니다. 사학연금에 있을 때도 운용사와의 잦은 접촉을 통해 시장 상황이야 잘 알고 있었지만 다시 (투자자) 섭외도 해야 하고 수익을 내 고객에게 더 많은 돈을 돌려줘야 한다고 생각하니 어깨가 무겁네요.”
LS자산운용은 주식과 채권 부문에 강하지만 종합운용사는 아니지요. 재임 기간 동안 어떤 목표를 설정했나요.
“LS자산운용은 지난 2008년 금융공학과 인덱스의 강자인 델타투자자문을 LS그룹이 인수한 후 운용사로 전환시킨 회사예요. 유가증권 전문으로 수익률이 좋죠. 특히 주식 부문 인덱스에 강하고 주식·채권 부문에도 강점이 있습니다. 다만 특별 자산이나 부동산 등을 취급할 수 없어 활동이 제한적이에요. 재임 기간 동안 라이선스를 취득해 종합운용사로 키우는 게 목표입니다. 현재 2조8000억 원인 수탁고를 2년 안에 3조5000억 원까지 늘릴 겁니다.”
사학연금에서 ‘전설’로 통했습니다. 첫해인 2008년 리먼브러더스 사태에도 불구하고 자산을 6조 원에서 11조 원으로 불렸는데요.
“부임하자마자 그 해 10월에 리먼 사태가 터졌어요. 공포 분위기 속에 투자가 얼어붙어 당시 우량 기업 회사채조차 전혀 거래가 되지 않았어요. 저는 한국투자신탁 시절 외환위기를 겪었기에 위기는 곧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례적으로 급락한 자산 가격이 금방 회복될 거라 믿고 주식이나 우량 채권 투자를 늘렸어요. 수익률 8.5~9%대의 회사채를 돈이 있는 대로 사들였죠. 사학연금은 장기 자산이에요. 일시적으로 자산 가치가 하락했을 때는 가지고 있어야 하고 여유 자금이 있을 때는 저평가된 주식을 사야 합니다. 예상대로 2010년엔 경기가 호전됐고, 주식시장이 활황으로 이어져 높은 수익을 냈습니다.”
대단한 뚝심이군요. 하지만 당시에는 내부적으로 논란도 많았을 듯한데요.
“사학연금은 주식 운용에서 간접투자는 액면가의 20%, 직접투자는 취득가의 30% 이상 하락했을 때 로스컷(손절매)을 해야 한다는 규정이 있어요. 하지만 회복하리라는 믿음이 있었기에 비상대책위원회 위원들을 설득했죠. 원칙대로라면 당시 주식 대부분을 손절매 했어야 했지만 다행히 내부에서도 저를 믿어줘 로스컷 유예 결정이 내려졌어요. 그때 팔지 않았던 주식들이 오르면서 저도 기사회생했고요.”
지금처럼 변동성이 큰 시기에는 목표 수익률을 낮춰야 합니다.
10%대를 기대하고 있다면 4%로 낮추세요.
또 직접 사고파는 것보다는 전문가에게 맡기는 것이 좋습니다.
지금의 글로벌 경제 위기도 당시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시장을 어떻게 보시나요.
“금융시장에는 사이클이 있어요. 상승, 하락, 침체, 회복이 그 주기라고 볼 수 있죠. 그러니 큰 흐름과 중간 흐름, 잔파도를 잘 볼 수 있어야 합니다. 이 흐름을 잘 타 적재적소에 투자하는 게 운용사의 역할이죠.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는 중간 정도, 외환위기는 큰 위기였죠. 그에 비해 지금의 경제 위기는 잔파도라고 봅니다. 다만 변동성이 커진 만큼 안전성 있는 투자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위기감을 크게 느끼지 않아도 된다는 말씀인가요.
“하반기 주식시장을 좋게 봅니다. 그 이유를 크게 세 가지 정도로 볼 수 있어요. 먼저, 미국 경제가 침체에서 벗어나 회복 국면에 있어요. 유럽 역시 어느 정도 어려움이 지나갔다고 봅니다. 그다음이 신흥국 이머징마켓인데, 중국은 현재 신용 버블 문제가 있지만 점차 나아질 것이라고 생각해요. 중국의 기지개로 전반적인 세계 경제가 좋아질 것입니다. 둘째, 우리나라는 유동성이 좋은 나라예요. 다른 이머징 국가가 불안하니 외국인들이 꾸준히 한국 주식의 매수를 늘리고 있고 이런 경향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또 기업들 역시 환율이 떨어지며 수출에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이겨낼 동력이 있어요. 신제품 개발 등 경쟁력이 있고 펀더멘털이 견고해 4분기 실적이 개선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폭발적으로 증가하기는 어렵겠지만요.” 이윤규 대표는…
1956년생. 중앙대 경제학과 졸업.
1982~2006년 한국투자신탁 운용본부장, IB사업본부장.
2006년 동부자산운용 부사장.
2006~2008년 메가마이다스투자자문 대표이사. 2008~2013년 사립학교 교직원연금공단 자금운용관리단장.
2013년 6월~ LS자산운용 대표이사.
‘정직함’에 매료된 11년 차 마라토너, 투자도 마라톤 하듯
이 대표는 11년 차 마라토너다. 처음 살을 빼기 위해 걷기운동을 시작했다가 점차 달리는 데 자신감이 붙었다. 풀코스만 27번 완주했고, 보스턴 마라톤과 뉴욕 마라톤에도 출전했다. 4년 전 100km를 뛰는 울트라 마라톤까지 도전한 이후에는 마라톤을 시작하는 사람들을 위한 페이스메이커 역할을 하고 있다. 그는 지금도 매일 새벽 5시에 일어나 10~12km를 달린다. 건강도 건강이지만 심리적인 부침이 심한 자산운용 업계에서 살아남기 위해 자신감과 지구력을 기르기에 이만한 운동이 없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마라톤을 해서인지 몸이 건강하고 탄력 있어 보입니다.
“자신감과 긍정적 사고, 열정. 마라톤을 하고 난 이후에 얻은 것들입니다. 몸이 건강하니 일에도 더욱 매진할 수 있게 됐고 활력이 넘치니 긍정적으로 사물을 바라보게 되지요. 이런 점들이 경영을 하는 데도 영향을 준다고 생각합니다.”
투자와 마라톤의 공통점을 찾는다면 어떤 게 있을까요.
“마라톤은 정직한 운동이에요. 연습한 만큼 틀림없이 기록이 나오죠. 아무리 잘하는 사람도 연습을 안 하면 뛸 수 없어요. 투자도 열정을 쏟고 여기저기서 정보를 캐내려는 노력이 필요하고 또 하는 만큼 반영이 됩니다. 운으로 한두 번 맞출 순 있어도 오래가진 못하죠. 저는 남들이 잘 때 일어나서 운동합니다. 13년째 5시에 기상하는 일이 쉽지는 않지만 반드시 해야 한다고 믿기에 멈추지 않지요. 두 가지 모두 지구력과 인내력이 필요해요. 자산 운용에도 ‘소신’과 ‘기다릴 줄 아는 미덕’이 필요하거든요. 또 1등을 할 필요가 없다는 것도 비슷하죠.”
‘1등 지상주의’를 경계하는 철학이 인상적입니다. 중도를 표방하는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최고를 지향하다 보면 꼴찌가 될 확률이 높아요. 포트폴리오도 평범하게 구성하면 시장 뉴트럴로 무난하게 가다가 언젠가 최고에 이를 수 있어요. 하지만 최고만 지향하다 보면 늘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되죠. 가령 정보기술(IT) 관련주만 산다든가 건설주만 산다고 하면 시장이 맞아떨어질 경우엔 괜찮지만 아닐 땐 꼴찌를 할 확률이 높아요. 돈이란 게 그렇지요. 벌려고 돈, 돈, 돈 한다고 벌립니까. 절약하고 꾸준히 저축하면서 성실하게 모아야 부자가 되는 것 아니겠어요.”
끝으로 투자자들에게 노하우를 전수해 주세요.
“지금처럼 변동성이 큰 시기에는 목표 수익률을 낮춰야 합니다. 10%대를 기대하고 있다면 4%로 낮추세요. 또 직접 사고파는 것보다는 전문가에게 맡기는 것이 좋습니다. 운용사 상품을 잘 아는 매니저들에게 의지하는 게 위험을 낮추는 법이지요. 또 재산을 분할해 주식 같은 위험 자산에 30%, 현금 자산에 30%, 부동산 등 안전 자산에 30% 등 골고루 안배해 놓으면 금융 위기가 와도 흔들림이 없을 겁니다. 그동안 매도세로 일관했던 외국인들이 매수세로 돌아설 타이밍에 도달했습니다. 코스피 2000포인트에 도달한 만큼 IT·자동차·수출주 중심의 경기 민감주가 유망하다고 봅니다.”
이윤경 기자 ramji@hankyung.com│사진 이승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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