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환 농심캐피탈 대표이사

[CEO COLUMN] 미국과 중국의 패권 전쟁, 인도양에 올인하는 속셈
미국의 금융 위기는 물론이고 유럽의 재정 위기를 보면서 많은 투자자들이 머릿속에 떠올렸던 단어가 있다. 그것은 바로 전이(contagion)다. 통신의 발달과 세계화로 인해 지역의 위기 사태가 빠른 속도로 전 세계로 확산되는 것이다. 위기가 발생하면 각국은 그들이 처한 경제 및 지정학적인 입장을 고려해서 대응책을 세우게 되고, 이 대응책에 의해서 국제 자금 이동의 큰 그림이 그려진다.

국제지정학의 핵심은 패권국가(슈퍼파워)가 만들어내는 질서다. 현재 패권국가의 자리를 놓고 세칭 G2라고 하는 미국, 중국 양국이 다방면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금융 위기에도 불구하고 미국이 여전히 패권국가임을 보여주는 것이 바로 흔들리지 않는 달러의 위상이다. 이에 반해 미국을 상대로 샅바싸움을 하고 있는 중국은 아직도 준비가 덜 된 모습이다. 동서 문제, 빈부 격차, 취약한 금융 구조, 중국 내 소비활성화 등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할 중국 내 문제가 산적해 있다.

미국은 이러한 중국을 상대로 계속 포위망을 옥죄고 있으며 반대로 중국은 그 포위망을 돌파하고 있는 형국이다. 좋은 예가 중국이 미얀마에 건설하고 있는 송유관과 중국 남부지방에서 인도를 거쳐 터키로 이어지는 육로 개발이다. 이 육로는 장차 미국이 장악하고 있는 말라카해협의 대안이 될 것이다. 참고로 말라카는 중국의 원유 수입로이자 주요 무역로다. 최근 들어 중국은 육로 개발 외에도 유럽 시장을 의식해서 터키에 큰 공을 들이고 있는데 요즘 터키 경제가 잘나가는 이유 중 하나다.

미·중 양국이 정성을 들이는 곳 중 하나가 아시아와 아프리카 대륙을 양쪽에 끼고 있는 인도양이다. 양 대륙은 자원, 시장, 노동력과 물류의 관점으로 보았을 때 매우 중요한 지역이며 그 중심에 인도가 있다. 힌두교와 카스트제도로 인해 수많은 모순과 무질서가 존재하지만 인도는 여전히 경제성장 가능성이 큰 나라로 꼽히고 있다.

인도와 비슷한 처지에 있는 국가가 브라질이다. 풍부한 수자원, 광물 및 곡물자원을 가지고 있는 브라질은 강대국이 될 조건을 가지고 있지만 아직 강대국이 된 적이 없는 나라다. 높은 인플레이션과 불안한 환율, 취약한 인프라 시스템이 이 나라의 발목을 잡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 미국이 유럽이나 아시아로 한눈을 파는 사이에 중국이 자원 개발과 투자를 앞세워 우호를 선점했으나 뒤늦게 미국이 치고 나오면서 이곳에서 미·중 양국의 경쟁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미국은 현재 에탄올 보조금, 이중과세 및 무비자 협정 체결 등 양국의 현안을 손보고 있다.

근래 화학무기를 사용한 시리아를 제재하기 위한 미국의 공습 계획에 공개적으로 반대 의사를 밝힌 나라는 러시아다. 어정쩡한 입장을 취한 중국 대신에 미국에 맞서서 군함을 지중해로 파견한 러시아가 미국의 상대로 G2에 편입돼야 할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패권국가가 되기 위한 첫째 조건이 강대국 마인드이기 때문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대권을 잡은 후 급등했던 유가 덕분에 구소련의 어둡고 긴 그림자를 큰 어려움 없이 벗어날 수 있었던 러시아는 최근의 금융 위기를 경험하면서 크게 깨달은 것이 있다. 석유와 무기 수출에 의존해서는 지속적인 경제성장을 달성하기는 어렵다는 점이다. 뒤늦게나마 첨단 기술과 혁신도시 개발을 국정 우선 과제로 선정한 것은 올바른 선택으로 보인다.

골드만삭스가 브라질, 러시아, 인도 및 중국을 뭉뚱그려서 브릭스(BRICs)라고 명명한 지가 수년이 지났다. 그 은행이 최근에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가까운 장래에 브릭스의 경제 규모나 위상이 재차 상승할 것으로 나와 있다. 이들 국가의 지정학적 중요성이 주요한 이유 중 하나임에는 틀림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