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호 트러스톤자산운용 대표

트러스톤자산운용은 홍콩 경제 매체인 아시안인베스터가 주관하는 ‘2013 투자실적대상’에서 2년 연속 ‘한국 베스트 펀드하우스’­로 선정된 곳이다. 아시안인베스터에서 같은 운용사가 2년 연속 올해의 자산운용사로 선정된 건 한국에선 트러스톤자산운용이 처음이다. 김영호 트러스톤자산운용 대표는 글로벌 매크로 경제 분석을 담당하고 있다. 김 대표로부터 증시 전망과 투자 전략을 들었다.
김영호 대표는… 1994년 고려대 대학원 경제학 졸업, 1994~1999년 대우경제연구소 국제금융 분석연구원, 1999~2003년 대우증권 투자분석 및 전략팀장, 2003년~ 트러스톤자산운용 대표이사 부사장
김영호 대표는… 1994년 고려대 대학원 경제학 졸업, 1994~1999년 대우경제연구소 국제금융 분석연구원, 1999~2003년 대우증권 투자분석 및 전략팀장, 2003년~ 트러스톤자산운용 대표이사 부사장
외국인 매수세로 코스피 지수가 2024선까지 올라왔다. 전문가들은 이런 시기 시장을 전망하기가 쉽지 않다고 토로한다. 외국인들이 8월 23일 이후 연일 순매수로 한국 증시를 웬만큼 매수한 상태인 데다 미국의 연방정부 폐쇄, 국내 기업의 3분기 어닝시즌 우려 등이 혼재하면서 박스권 돌파를 견인할 만한 상승 재료가 확실히 보이지 않아서다.

그럼에도 대부분 전문가들은 “내년도 경기 전망을 밝게 보면서 연말 증시는 상승하는 게 일반적”이라며 “올해도 연말까지 박스권 상단(2100)까지는 기대해볼 만하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내년에는 올해보다 나아질 것이란 말은 여의도 증권 전문가들이 늘 입버릇처럼 하는 얘기다. 하지만 김영호 트러스톤자산운용 대표(48)는 다소 조심스러운 전망을 내놔 눈길을 끈다.

“내년에도 코스피 지수는 1750~2150 내 박스권에 머물 것입니다. 그동안 기대감이 컸던 미국 경기회복세도 실물경기가 기대 수준에 못 미치면서 내년 상반기 미국 증시도 큰 폭의 조정을 받을 가능성도 있다고 봅니다.”

김 대표가 장밋빛 전망 대신 우려의 시선이 가득한 이유는 글로벌 경기회복세가 기대와 달리 옆으로만 주춤할 수 있어서다. 내년 하반기는 지나봐야 박스권을 돌파하는 상승을 기대해 볼 수 있을 것이란 진단이다.

 
내년 코스피 지수 1750~2150
트러스톤자산운용 내에서 글로벌 매크로 경제(거시경제) 분석을 담당하고 있는 그는 ‘경기지표의 왜곡’을 강조했다. 그는 “미국 실업률 지표가 수치상으로 개선돼 올해 미국 증시의 상승을 견인했지만 실제 고용 시장 동향을 찬찬히 뜯어보면 실질적인 노동 참가율은 나아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물론 미국 경기가 회복세를 나타내고 있는 것은 맞지만 미국 증시가 신고가를 갈아치울 만큼의 회복 속도는 아니기 때문에 내년 상반기께는 일부 조정을 예상해야 한다”는 진단이다. 그는 전년도와 별반 달라지지 않은 상황에서 숫자에 가려져 증시가 너무 큰 폭으로 올랐다는 점을 우려했다. 국내 증시도 미국의 영향권에서 벗어날 수는 없을 것이다. 다만 그동안 상대적으로 덜 오른 상태여서 외국인 이탈에 따른 큰 폭의 조정은 나타나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김 대표는 이 같은 수치상의 왜곡을 간파하고, 요즘 주의 깊게 지켜보고 있는 글로벌 변수가 있다. 바로 ‘모기지론’이다. “시장이 미국의 실업률 데이터, 주간 실업청구수당 등 노동시장 지표를 눈여겨보고 있지만 지난 2007년부터 현재까지 모든 미국 경제와 금융시장 문제의 중심에는 모기지론이 있었다”며 “추이를 주목해야 한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김 대표도 연말까지는 국내 증시를 낙관적으로 보고 있다. 연말까지는 낙폭이 컸던 개별종목 위주로 반등세를 나타내면서 2150까지 상승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특히 업종별 순환매 상승보다는 그동안 크게 빠졌던 경기민감주에서 눈에 띄는 반등을 기대했다. 다만 “외국인 투자자들이 한국 증시를 웬만큼은 다 산 것 같다”며 “매수 강도는 약화돼 큰 폭의 지수 상승을 이끌기는 힘들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또 다른 국가 대비 한국 증시의 매력도는 여전하다고 봤다. 김 대표는 “한국 증시가 상대적으로 싼 시장임은 분명하다”며 “인덱스 수준으로만 보유하고 있던 외국인 투자자라면 산업구조, 인프라, 유동성 등의 수준으로 볼 때 매력적이라 추가적인 매수세가 일부 있을 수는 있다”고 말했다.

트러스톤자산운용도 불확실한 투자 환경이 지속되는 상황이다 보니 여전히 음식료, 유통, 유틸리티 등 국내 경기방어주의 비중이 높은 편이다. 또 그동안 낙폭이 컸던 중국 경기 관련주인 조선, 철강, 화학주들의 반등이 반짝 있었지만 내년 증시까지 내다본다면 경기민감주 중에서도 그나마 중국보다는 미국 경기의 개선과 관련된 전기전자(IT)·자동차주가 나을 것으로 예상했다.
[MARKET LEADER] “구조조정 과정 거치지 않은 유럽 경기 회복에 흥분해선 곤란”
최근 부각됐던 유럽 경기의 회복 움직임에 대해서도 그의 전망은 그리 밝지 않았다. “재정, 은행 시스템의 문제로 유럽은 자체적인 구조조정 과정을 아직 거치지 않은 상태”라며 “유럽 경기가 단순히 수면 아래에서 수면 위로 올라온 정도이지 플러스 성장률로 전환하기엔 시간이 꽤 걸릴 것”이란 이유에서다. 미국 증시의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이 목까지 차오른 수준인 데다 중국 경기도 기대치가 떨어져 있다 보니 상대적으로 갈 곳 없는 외국인 투자자들의 자금이 유럽 쪽에 시선을 둘 수밖에 없어 내년까지 소폭의 상승 흐름은 탈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신흥시장 가운데 브라질, 터키, 인도네시아의 투자는 위험하다며 경계할 것”을 조언했다. 그나마 펀더멘털(내재가치)이 견고한 한국이나 중국 정도는 관심 국가다.

트러스톤자산운용은 일관성 있는 운용 철학을 지키면서 꾸준한 성과를 내며 업계에서 주목받고 있다. 올해 지루한 박스권 장세에서도 국내 주식형 펀드의 연초 이후 성과는 2.41%로 7위(10월 8일 기준·국내 주식형 펀드 설정액 1000억 원 이상 운용사 대상)에 올라 있다. 이는 코스피 상승률(0.29%)을 2%포인트가량 앞선다. 2년 수익률 22.47%, 5년 112.10%로 중장기 성과는 더 크게 시장 수준을 뛰어넘는다. 특히 롱숏 전략(저평가 주식을 사고, 고평가 종목을 파는 매매 전략)을 활용한 국내 혼합형 펀드 ‘트러스톤다이나믹코리아50자’는 연초 이후 9.10%의 수익률을 기록 중이며, 올 들어 6249억 원의 자금을 끌어 모아 ‘스타 펀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내년까지는 중국 경제가 구조조정을 거치면서 목표 성장률이 낮아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 중국 증시의 추세적인 상승세를 기대하긴 어렵다.


김 대표는 트러스톤자산운용은 절대로 수익률 게임을 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어떤 시장 상황에도 부침 없이 견고한 수익률 곡선을 내는 비결이기도 하다. 그는 “과거 증시가 차(자동차)·화(화학)·정(정유)이 견인하면서 상승세를 탈 때도 따라가지 않았다”며 “우리는 코스피 지수의 추적 오차(트레킹 에러)가 7%포인트 넘지 않게 운용되는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정 업종의 상승 가능성이 100%라 해도 몰빵 투자는 하지 않는다. 수익을 내는 것도 중요하나 미처 예측하지 못했던 변동성 리스크를 관리하는 것도 트러스톤자산운용의 중요한 운용 전략이다.

트러스톤자산운용은 리서처와 매니저가 함께 팀 체제로 자금을 운용한다. 매일 아침 7시 30분 회의를 통해 리서치 애널리스트, 매니저 등 25명의 전문가들이 투자 종목을 놓고 토론을 벌이면서 투자 방향을 정한다.

요즘 장기적인 투자 관점에서 트러스톤자산운용이 관심을 높이는 투자 테마는 중국 소비 관련주다. 그는 “내년까지는 중국 경제가 구조조정을 거치면서 목표 성장률이 낮아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 중국 증시의 추세적인 상승세를 기대하긴 어렵다”며 “5년 뒤를 내다볼 때 중국 부자들의 소비 수혜주로 헬스케어, 화장품, 유통, 엔터테인먼트 등 국내 관련주를 보고 있다”고 귀띔했다.

 
중국 부자들의 소비 수혜주 관심 가져야
하지만 현재 중국 증시(시장 전체) 투자에 대해서는 중립적인 입장이다. 내년도 중국 증시가 상승 추세를 나타낼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의견이다. 그는 “최근 중국 경제의 포인트는 경기지표의 개선이 아니다”라며 “시간을 두고 과잉 투자를 어떻게 해소하느냐가 핵심인데 여전히 과잉이 해소될 기미가 나타나지 않고 있어 내년도 목표 경제성장률이 더 낮아질 수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중국 지표 중에서는 1일물 레포(REPO) 금리를 눈여겨보고 있다. 중국은 구매자관리지수(PMI), 고정자산투자 증가율보다는 금융시장 금리지표를 모니터링해야 한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이에 따라 김 대표는 개인들의 내년도 투자 전략은 반드시 수익 추구형 상품 등 위험 관리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어느 자산에 투자해야 하느냐를 고민하기보다는 기존 투자 자산의 리스크 관리(헤지 전략)가 필요한 시기라는 설명이다. 주식의 헤지(위험 회피) 투자나 롱숏 매매를 활용하는 펀드에 관심을 둘 것을 조언했다. 이어 “적어도 내년 중반까지는 변동성에 따른 리스크를 고려해야 한다”며 “지금 성장형 펀드와 주식은 일정 부분 채권혼합 투자로 수익률을 방어해 놓고, 알파(α) 수익을 낼 수 있는 절대수익 추구형 상품에 분산투자해야 한다”고 말했다.


안상미 한국경제 기자│사진 이승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