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자홍 LS미래원 회장과 된장찌개 & 와인

“저도 삶과 일에서 더욱 노력하는 사람이 되겠습니다.”(ID 구본구) “회장님께 사람의 향기가 나서 너무 좋습니다.”(ID Jin) 구자홍 LS미래원 회장의 공식 홈페이지에는 대중의 발자취로 그득하다. 그뿐인가. 구 회장은 자신의 가족사진은 물론 취미인 바둑 이야기까지 깨알 같은 일상을 이 공간에 풀어내고 있다.
[FOOD&PEOPLE] “내게 음식이란? 소통의 매개체”
‘회장님’의 인간적인 면모는 LS그룹 회장 시절 경영 일선에서도 발휘됐다. 2003년 LS그룹이 LG그룹에서 계열 분리하면서 초대 그룹 회장에 취임한 구 회장은 이사회 중심의 책임 경영으로 그룹의 초기 기틀을 확립했다. 부드러운 리더십으로 그룹을 이끄는 한편, 기술 연구·개발(R&D)에 매진한 결과, 분가 당시 7조 원대였던 매출이 10년 새 29조 원대로 껑충 뛰었다. 이런 큰 성과의 이면에는 그의 경영지론인 ‘펀(fun) 경영’은 물론 직원들에게 손수 커피를 내줄 정도로 다정다감한 ‘커피 경영’이 있었다는 게 그룹 관계자들의 평이다. 소통과 신뢰를 중시했던 구 회장은 올 초, 약속대로 사촌인 구자열 LS전선 회장에게 그룹 경영권을 넘기고 LS미래원으로 자리를 옮겼다.

구 회장은 젊은 시절 LG그룹의 홍콩, 싱가포르 등 해외지사에서 주로 근무했으며, 이후 LG전자 해외사업 본부장을 역임하는 등 글로벌 경영의 최전선에서 맹활약했다. 구 회장은 세계 곳곳을 돌아다니며 다채로운 맛에 눈을 떴는데, 오늘날 구 회장이 ‘미식계의 강자’로 이름을 올리게 된 것도 각국의 유명 음식들을 많이 먹어 본 경험 덕분이다.

구 회장은 가리는 음식 없이 두루 잘 먹는 편이지만 찌개와 스시를 좋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자연에서 얻은 신선한 재료로 정성스레 만든 제철 음식을 먹는 것이 최고의 즐거움’이라는 게 그의 지론이다. 한국에서 그의 입맛을 사로잡은 곳은 서울 청담동의 고급 한식당 ‘다담’이다. 그중에서도 된장찌개를 좋아하는데, 가족들과 종종 방문해 된장찌개를 즐겨 먹으며 오랜 시간 정담을 나눈다는 것이 측근들의 귀띔이다.

아울러 구 회장의 식탁에서 빠질 수 없는 게 와인이다. 소믈리에 수준의 와인 전문가인 그는 와인 자체의 맛도 맛이지만 대화를 무르익게 만들어주는 그 분위기를 즐긴다.

홈페이지를 보면 그의 와인 사랑을 알 수 있다. “와인은 치즈를 안주 삼으니 건강에도 좋고, 급하게 마시는 술과 다르게 분위기를 음미하며 마실 수 있어 폭음하지 않게 됩니다.” 그러면서 한마디 덧붙인다. “젊은 사람들도 와인의 매력을 즐겼으면 좋겠다”고.

경영 일선에서 한 발짝 물러섰지만 구 회장은 지금도 어디선가 여전히 음식을 매개체 삼아 ‘소통’하고 있을 것만 같다.


이윤경 기자 ramj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