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코스닥 시장이 한국 증시의 ‘큰손’ 외국인과 연기금의 관심권에서 밀려나면서 코스닥 시장의 향배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한때 코스닥 지수 600선 돌파에 대한 기대를 모았던 건 과거지사가 되는 것일까.
[KOSDAQ] 먹구름 가득한 코스닥 ­­­언제 푸른 하늘 열릴까
전문가들은 코스닥 시장이 길면 올 하반기까지 지난 상반기처럼 약진하는 모습을 보여주긴 쉽지 않을 거라 보고 있다. 세계 경기가 확장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판단이 확산되면 코스닥 시장보다 유가증권 시장이 ‘큰손’들의 사랑을 받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유가증권 시장 대형주가 충분히 올랐을 때 코스닥 시장이 다시 각광받고, 나아가 유가증권 시장과 코스닥 시장이 동반 상승할 가능성은 물론 있지만, 지난 상반기에 한껏 올렸던 눈높이는 낮추는 게 안전하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했다. 하지만 ‘잘나가는’ 전방산업을 둔 중소형주, 3분기 실적 기대주는 코스닥 시장 수익률 갈증을 어느 정도 풀어줄 수 있을 전망이다.


유가증권 시장 대형주 강세는 10월 중순까지 이어질 것이며, 대형주 상승 후 코스닥 중소형주의 강세 국면이 돌아올 것이다.


외국인과 연기금의 태도 변화
증권 업계에서는 최근 코스닥 시장의 부진 이유로 크게 두 가지를 꼽는다. 우선 한국 증시를 좌지우지할 자금 동원력을 지닌 외국인과 연기금이 코스닥 시장보다 유가증권 시장을 편애하고 있기 때문이다.

외국인과 연기금의 움직임에 따른 코스닥 시장의 충격 정도는 올해 3월과 8월을 비교해 보면 극명히 드러난다. 지난 3월 코스닥 시장 수익률은 3.6%로 유가증권 시장(-1.9%)보다 5.5%포인트 우수한 성과를 냈다. 이때 코스닥 지수가 올해 안에 600선을 넘볼 수 있다는 장밋빛 전망이 시장에 넘실대기도 했다. 반면 8월에는 유가증권 시장이 압승했다. 8월 유가증권 시장 수익률(1.4%)은 코스닥 시장(-5.4%)보다 6.8%포인트 좋았다.

코스닥 시장이 이긴 3월과 유가증권 시장이 이긴 8월의 차이는 외국인과 연기금이다. 3월 코스닥 시장에서 외국인은 3693억 원, 연기금은 1513억 원을 순매수하며 코스닥 지수 상승을 이끌었다. 하지만 8월 코스닥 시장에서 외국인은 648억 원, 연기금은 23억 원을 순매수하는 데 그쳤다. 증권 업계에서는 9월에도 외국인과 연기금의 코스닥 시장 집중 매수를 기대하기는 쉽지 않다고 보고 있다.

외국인과 연기금의 태도 변화는 유가증권 시장의 부상 때문이다. 이대상 대신증권 연구원은 “인도, 인도네시아 등의 위기 논란으로 한국 증시의 상대적 매력이 부각된 데다, 올 상반기에 부진했던 유가증권 시장을 저가 매수할 기회로 보는 게 시장의 판단”이라고 말했다.

증권 업계에서는 유가증권 시장의 선전에 따른 코스닥 시장의 눌림 현상이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 보고 있다. 이 연구원은 “유가증권 시장 대형주 강세는 길게는 10월 중순까지 이어질 것”이라며 “대형주 상승 후 코스닥 시장 중소형주의 강세 국면이 돌아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기호 LIG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길게는 올 하반기 내내 코스닥 지수가 지지부진할 가능성이 있다”며 “코스닥 지수는 520선을 바닥으로 올 하반기에 544~550 정도는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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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증권 시장에 눌리고 외국인과 연기금의 ‘변심’에 직면한 코스닥 시장에 대처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최현재 동양증권 스몰캡팀장은 “유가증권 시장에서 유망한 업종과 관련 있는 코스닥 종목에는 유리한 국면”이라며 “유가증권 시장에서 조선주가 주도주가 되면 조선 관련 중소형주, 자동차주가 장을 주도하면 자동차 부품을 생산하는 중소형주로 접근하는 방식도 고려해볼 만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유가증권 시장 조선주 주가가 상승하면서 코스닥 시장의 조선 기자재주 주가에도 볕이 들었다. 선박 엔진부품을 생산하는 태웅 주가는 전방산업인 조선업 활황에 따른 실적 기대에 힘입어 지난 7월부터 9월 10일까지 37.88% 급등했다. 국내 선박용 조명기구 시장을 70% 점유하고 있고, 해양플랜트 조명 비중을 늘려가고 있는 대양전기공업 주가는 같은 기간 19.18% 상승했다. 한국 해양플랜트 수주 기대로 피팅(관이음쇠)주로 분류되는 성광벤드와 태광 주가는 같은 기간에 각각 12.54%, 10.1% 올랐다.


3분기 실적 주목해야
12월 결산법인의 3분기(7~9월)가 마무리되면서 코스닥 시장 투자자의 관심은 3분기 실적으로 향하고 있다. 12월 결산 코스닥 상장사 635개사(관리 종목·외국 기업 등 제외)의 연결재무제표 기준 상반기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77% 늘어난 58조7250억 원이었으나 영업이익은 6.45% 줄어든 2조8725억 원, 순이익은 10.19% 감소한 1조9913억 원이었다. 코스닥 기업들의 이익이 부진했던 상반기와 달리 하반기에는 다른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지 주목된다. 3분기도 막바지를 향해 가면서 증권사들의 컨센서스(증권사들의 실적 전망 평균)도 계속 움직이고 있다. 컨센서스가 상향되는 종목에 관심을 가져봐야 한다는 게 증권 업계의 의견이다.

금융정보 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증권사 3개사 이상이 실적 전망치를 제시한 코스닥 종목 중 9월 10일 기준으로 한 달 전보다 컨센서스가 올라간 종목으로는 원익IPS, 서울반도체, 인터파크, KH바텍 등이 있다.

9월 10일 기준 반도체 장비 업체 원익IPS의 3분기 매출 컨센서스(별도재무제표 기준)는 957억 원, 영업이익은 113억 원으로 한 달 전보다 각각 8.3%, 19.47% 상향 조정됐다.

주 고객사인 삼성전자의 설비투자가 9월부터 실적에 반영될 거란 예상 때문이다. 서울반도체의 영업이익 컨센서스(별도)는 한 달 동안 17.14% 증가한 258억 원이다. 매출 컨센서스는 6.67% 줄어든 2862억 원이다. 인터파크(연결)도 한 달 동안 영업이익 컨센서스가 14.16% 늘었다. 인터파크의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142억 원이다.

이 외에 영업이익 컨센서스가 상향된 종목으로는 KH바텍(252억 원·8.41%·연결), 하이록코리아(114억 원·7.87%·별도), CJ E&M(214억 원·7.52%·연결) 등이 있다.

반면 영업이익 컨센서스가 하향 조정되는 종목들도 있다. 단순 일회성 손실을 반영한 조정인지, 부진한 실적의 예고인지 가려봐야 한다. 심텍의 3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별도)는 한 달 전보다 59.91% 줄어든 29억 원으로 조정됐다. 게임빌(연결)은 30.97% 줄어든 55억 원, 네패스(별도)는 26.4% 감소한 92억 원이다.


이고운 한국경제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