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MSUNG, LG, HYUNDAI, KIA. 한국에서 태어난 세계적 브랜드다. 이들 상품은 10개국 이상에서 만들고 있고 전 세계 150개 이상의 국가에서 판매되고 있다. 세계 시장 점유율 1등을 하는 제품들도 있다. 그야말로 브랜드다운 브랜드다. 전 세계의 수십억 명의 소비자가 삼성전자의 휴대전화를 삼성이 만들었느니 좋을 것이라 믿고 산다. 현대자동차도, LG의 에어컨도 그러하다. 소비자들이 그 제품의 품질 혹은 가격을 보기보다 그 브랜드(brand)를 보고 상품을 선택한 것이 마치 현대의 새로운 소비 풍조인 것 같지만, 실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수천 년 전, 물물교환의 시대에서부터 그러했을 것이다. 다만 ‘브랜드’라는 용어가 없었을 뿐이다.

불국사를 발원(發願)한 사람은 김대성이라고 알려져 있다. 약 1500년 전의 일이다. 김대성은 아마도 유명한 건축가였을 것이다. 통일신라의 경덕왕은 ‘김대성’이란 사람의 평판과 신용을 믿고 그가 원하는 불국사와 석굴암의 건축을 허락하고 지원했을 것이다. 요즈음 단어로 ‘김대성’은 사찰 건축 회사의 걸출한 브랜드였다.

개성상인들의 조합과 유사한 ‘송상(松商)’이 파는 상품을 그 당시의 백성들은 믿고 샀다. 이것은 “송상이 파는 것이니 그 품질은 보장된 것이다”라는 인식이 있었을 것이다. ‘송상’이 매점매석 등 이윤 극대화를 위해 지나친 상행위를 했다고 하더라도, ‘송상’은 믿을 수 있는 조직이었다. ‘송상’의 상품은 언제나 품질이 좋았기 때문에 ‘송상’ 사람들을 믿은 것이다. ‘송상’이란 단어를 믿은 것이 아니다.

‘고려인삼’ 역시 그러하다. 백제의 인삼이 일본으로 판매된 기록이 있다고 하니, 한반도의 인삼에 대한 믿음은 천년이 넘은 이야기다. ‘고려인삼’도 브랜드였다. 한반도에서 인삼을 재배한 우리 선조들이 6년, 7년씩 그 인삼을 정성을 다해 키워서 상하지 않게 말려 보관하고 유통시켰던 그 노력이 ‘고려인삼’이란 국제적 브랜드를 만든 것이다. ‘고려인삼’이란 단어 그 자체가 아니라, 그 과정의 사람들을 중국과 일본 소비자는 신용한 것이다.

브랜드는 현대 마케팅에서만 있는 것이 아니다. 인류의 역사 속에 늘 있었다. 천년 전에도, 백년 전에도, 오늘에도 사람들은 상품의 품질을 평가하고, 그 품질이 좋으면 그 상품을 만든 사람들을 믿고, 그 사람들이 새롭게 만든 상품도 역시 믿고 샀다. 그래서 그 사람들이 브랜드가 된 것이다. 다만 현대에는 그 사람들은 보이지 않고, 그 상품의 포장에 적힌 상품명이 그 사람들을 대신해 그 상품의 신용을 증명하고 있다는 것이 다를 뿐이다.

기업 경영에서 ‘브랜드 마케팅’이 지나치게 강조되고 있는 것 같다. 소비자들 사이에서 ‘그 브랜드에 대한 인식’이 형성되는 과정과 이유를 보지 않고, 브랜드 자체만을 강조하고 그 가치를 따져보는 것에 너무 몰입하면 그 브랜드의 수명은 짧아질 것이다. 브랜드는 회사의 사람들이 만드는 것이다. 기업의 연구소 전문가들이 경쟁사보다 탁월한 기술 역량을 쌓아서 신제품을 개발하고, 공장 근로자들이 성실하게 품질 기준을 지켜서 생산하고, 마케팅 부서의 마케터가 진실된 마음으로 소비자에게 그 상품의 특징을 전달하고, 영업사원들이 소비자가 편리하게 구매할 수 있도록 유통망을 만드는 등의 노력이 그 상품의 브랜드 가치를 올리는 것이다. 사원들의 합치된 노력이 없으면 브랜드는 크지 않는다.

기업 경영자가 자기 상품의 브랜드 가치를 높게 유지하기 위해서는 ‘브랜드’라는 추상적 단어에 몰입하기보다 사원들의 역량을 증대시키고 사원들과 함께 품질에 관한 철학을 공유해야 한다. 그러면 그 브랜드는 자연스럽게 소비자들 사이에서 가치를 인정받을 것이다.
[CEO COLUMN] 사람 경영이 브랜드 경영이다
노익상 한국리서치 대표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