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석훈 TG 골프 아카데미 대표

김석훈 TG 골프 아카데미 대표는 연습생으로 골프를 배워 선수 생활을 하다 지도자가 적성에 맞을 듯해 레슨 프로의 길로 들어섰다.
15년째 어린 선수들과 아마추어 골퍼들을 가르치고 있는 김 대표에게 원 포인트 레슨을 청했다.
[FIELD LESSON] “나이 들고 체력 떨어지면 스윙 바꿔야죠”
김석훈 TG 골프 아카데미 대표가 골프에 입문한 건 고등학교 1학년 때다. 연습생으로 하루 2000~3000개의 연습공을 날렸다. 그러던 중 지도자의 길이 적성에 더 맞다고 판단해 레슨 프로로 전향했다.

현재 그의 직함은 TG 골프 아카데미 대표. TG 골프 아카데미는 성남시 분당구 야탑동 매화마을 상가 안에 자리 잡고 있다. 김 대표는 2008년 이곳을 인수해 지금까지 골퍼들을 지도하고 있다. 그전까지는 성남의 야외 연습장에서 레슨 프로로 5년간 일했다. 레슨 프로가 된 건 그 이전인 1999년이다. 레슨 프로가 된 지 올해로 15년째를 맞는 그는 어린 선수부터 60대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에게 골프를 지도해왔다. 최근에는 30대에서 50대 골퍼들을 주로 가르치고 있다. 아카데미가 아파트 상가에 있는 탓에 아파트 주민들이 주 고객이다.


골프 제대로 즐기려면 매너와 룰을 알아야
“요즘 고객들은 스크린 골프장에서 치다가 제대로 배워보겠다고 오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러다 보니 연령대도 비교적 낮은 30~40대가 많고요. 그립 잡는 법부터 스윙까지 기본기가 전혀 없는 분들이 대부분입니다. 그런 분들이라도 3개월 정도면 어느 정도 기본기는 배울 수 있습니다.”

레슨 기간은 프로마다 제각각이다. 스윙 폼을 익히는 데만 1~2개월 보내는 이도 있지만, 그는 한 달 내 드라이버 샷까지 진도를 나간다. 진도가 느리면 골프에 대한 흥미가 떨어질뿐더러 이른바 ‘똑딱이공’을 많이 친다고 기본기가 탄탄해지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그는 사흘이면 ‘똑딱이볼’ 연습을 끝낸다. 하프 스윙에서 풀 스윙까지는 2주면 충분하다. 일주일에 네 번 이상, 적어도 세 번은 연습장에 나갔을 때 얘기다. 그다음 드라이버를 잡고 휘두르게 한다. 풀 스윙을 빨리 익힌 후 조금씩 잘못된 부분을 교정하는 것이 실력 향상에 도움이 된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연습장에서 기본기를 익힌 후에는 레슨 프로와 함께 필드에 나가는 게 좋다. 레슨 프로와 함께 라운딩을 하면 필드 적응력을 빨리 높일 수 있을 뿐 아니라 무엇보다 골프 매너를 배울 수 있다. 사실 스크린 골프장에 익숙한 골퍼들 중에는 경기 진행 시간도 신경 안 쓰고 매너가 나쁜 경우가 많다. 하지만 골프를 제대로 즐기려면 매너와 룰 등을 알아야 한다.

물론 골프를 즐기기 위해선 실력이 뒷받침돼야 한다. 김 대표는 골프 실력은 기본기에 좌우된다고 말한다. 기본기 중에서도 그는 그립을 특히 중요하게 여긴다. ‘잘 잡아야 잘 휘두른다’는 생각 때문이다.

김 대표에게 골프를 배운 골퍼들 중 그립의 포인트를 모르는 경우가 많았다. 10~20년 구력을 자랑하는 골퍼들도 그립을 제대로 배운 이가 없었다. 싱글 골퍼 중에도 그에게 레슨을 받고 그립을 다시 고쳐 잡은 이들이 있다. 이 때문에 그는 아카데미를 찾는 고객들이 초급이든 상급이든 상관없이 골프 장갑에 그립 잡는 포인트를 그려준다.

“클럽을 손바닥 어느 곳에 두느냐에 따라 공의 방향성부터 많은 게 달라집니다. 실제로 많은 골퍼들이 잘못된 그립으로 고생하고 있습니다. 골프를 칠 때 힘 빼라는 소리를 많이 하는데, 힘을 빼려면 먼저 힘을 뺄 수 있는 그립을 만들어야 합니다.”

둘째는 어드레스다. 어드레스가 잘 안 되는 경우는 대부분 체중 배분이 문제다. 키가 작고 통통한 체형의 골퍼라면 뒤꿈치에 힘을 남겨두는 게 맞지만, 평균 체형을 가진 골퍼들은 어드레스를 할 때도 체중이 뒤에 남아서는 안 된다. 하지만 많은 골퍼들이 중심을 잃을까 봐 뒤쪽에 힘을 남긴다. 어드레스를 잘 하려면 그런 습관부터 고쳐야 한다.

김 대표는 중상급자 이상이면 원 포인트 레슨으로 충분히 교정이 가능하다고 했다. 골퍼 입장에서 오랫동안 고민하던 문제가 5분 만에 해결되기도 한다. 열 가지 문제도 원인은 하나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레슨도 구력이 중요한 것이다.

그동안 그는 많은 골퍼들이 겪는 오류를 경험했고, 그에 맞는 대처법을 연구했다. 기억에 남는 고객들도 많다. 야외 골프연습장에서 만난 골퍼도 그중 한 사람이다. 그는 영어로 된 원서를 사서 연구할 정도로 골프에 관심이 많았다. 구력이 1년에 불과하던 그는 레슨을 받으며 김 대표에게 많은 질문을 던졌다. 30분 레슨하는 동안 20분은 이론 얘기만 했다. 머리로만 알던 그의 아집을 깨는 데만 한 달 반이 걸렸다.

그게 벌써 9년 전 일이다. 그 고객은 미국에 거주하는 지금도 공이 잘 안 맞으면 국제전화를 통해 레슨을 청한다. 전화상으로 어떤 식으로 바꿔보라고 하면 다음 날 “잘 맞았다”고 전화가 온다.

“아무리 잘 치는 사람도 레슨이 필요하게 마련입니다. 타이거 우즈 같은 세계적인 선수들이 레슨을 받는 이유가 뭐겠습니까. 나이가 들면서 체형이 바뀌고 그에 따라 조금씩 습관이 바뀌기 때문입니다. 스윙 폼이 조금만 틀어져도 볼의 구질이 확 바뀌거든요. 구력 있는 프로라면 그에 맞는 레슨을 해줘야죠.”

나이가 들면서 달라지는 대표적인 게 비거리다. 체력이 떨어지니까 거리가 줄어들어드는 건 어쩌면 당연한 수순이다. 줄어든 거리를 만회하려다 보면 자연히 스웨이(몸이 좌우로 이동하는 현상)가 커진다. 결국 체력이 떨어지면서 비거리가 줄 뿐 아니라 그를 만회하려다 방향성까지 나빠지는 결과를 초래하는 것이다.

그럴 때는 스윙을 바꿔야 한다. 바뀐 체형과 체력에 맞는 스윙을 찾아야 하는 것이다. 이때 지속적인 웨이트 트레이닝도 도움이 된다. 타이거 우즈도 하루 3시간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고, 여자 프로 선수들도 웨이트 트레이닝을 거르지 않는다. 나이가 들수록 근력 운동은 필수다.

근력 운동을 할 때도 원칙이 있다. 김 대표는 가급적 당기는 운동은 하지 말라고 충고한다. 골프는 근육을 밀거나 펴는 운동이다. 따라서 근육을 수축시키는 당기는 운동은 오히려 역효과를 낼 수 있다. 골프에 가장 나쁜 운동은 수영이다. 정기적으로 수영을 하는 골퍼들은 근육이 풀려서 스윙감을 잃어버린다. 그는 레슨 후 수영하고 다음 날 스윙하면 하나도 안 고쳐진다고 했다.


골프 잘 치는 비결은 충실한 기본기
“레슨 구력이 쌓이면서 달라진 점이 있어요. 바로 숙제를 덜 낸다는 겁니다. 예전에는 한꺼번에 여러 가지를 가르치려고 욕심을 냈어요. 그런데 세 가지를 가르치면 다 잊어버려요. 요즘은 한 가지 숙제만 냅니다. 그 대신 세 가지가 함축된 숙제를 내죠. 숙제를 낼 때는 왜 그걸 해야 하는지 이유도 설명해 줍니다. 요즘 아마추어 골퍼들은 다양한 경로를 통해 공부를 많이 하기 때문에 설명이 반드시 필요해요.”

또 하나 바뀐 점이라면 골퍼 스스로 어떤 점을 보완할지 선택하게 하는 것이다. 레슨 프로의 의도대로 억지로 고치려 들면 오히려 부작용만 생긴다. 그는 경험으로 그 사실을 확인했다. 고객이 오면 그립을 바꿀지, 스탠스와 어드레스를 바꿀지 두 가지 중 하나를 선택하게 한다. 레슨은 그 뒤의 일이다.

“마음 급한 분들이 저한테 ‘어떻게 하면 골프를 잘 칠 수 있느냐’고 물어요. 그런 분들께는 ‘기본기에 충실하라’는 말밖에 할 말이 없어요. 그게 골프의 매력 아닐까요?”


신규섭 기자 wawoo@hankyung.com│사진 이승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