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한 의지 드러낼 땐 빳빳한 소재 ‘딱’

첫인상이 7초 내에 결정된다는 건 누구나 아는 바다.
그런 이유로 슈트를 깔끔하게 입어야 한다는 것도 이미 많은 리더들이 알고 있다. 하지만 더 이상 ‘남들 하는 만큼’으로는 부족하다.
기업을 대표하는 리더에게 복장이란 매너를 넘어 비즈니스의 성패와 직결되는 전략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필요하다.
가을, 당신이 리더라면 이제 옷장 점검이 필요한 때다.
최근 베트남 국빈 방문에 나선 박근혜 대통령.
최근 베트남 국빈 방문에 나선 박근혜 대통령.
20세기 패션의 혁신을 선도한, 세계 여성이 열광하는 브랜드의 창시자인 가브리엘 샤넬은 “용모와 복장이 잘 갖추어진 사람은 그 사람의 내면을 보려고 하지만, 용모와 복장이 잘 갖추어지지 않은 사람은 자꾸만 그 사람의 외모만 보려고 한다”라는 말을 했다. 이는 악성효과를 잘 나타내는 말로도 풀이된다. 악성효과란 외모의 부정적인 요소들이 그 사람의 다른 측면까지 부정적으로 평가되는 것을 말한다. 혹자는 복장이나 패션에 대해 언급하기 위해 초두효과의 중요성을 설명하지만 악성효과는 초두효과보다 강력하다. 빅토르 위고의 장편 소설 ‘노트르담의 꼽추’에 나오는 콰지모도를 아는가. 콰지모도는 낡아 빠진 옷과 굽은 곱사등, 커다란 사마귀가 난 눈 탓에 사람들로부터 소외받고 괴롭힘을 당한다. 사실 콰지모도는 유머러스하고 인내심이 강하며 순수한 사랑을 할 줄 아는 사람이었음에도 그의 내면이 평가받지 못했던 이유는 이런 악성효과 때문이었다. 첫인상이 7초 내에 결정돼 사람에 대한 정보를 인지하는 데 영향을 준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다. 악성효과도 그와 함께 결정돼 영향을 미친다. 그에 따라 슈트를 깔끔하게 입어야 한다는 것도 이미 많은 리더들이 알고 있다. 하지만 더 이상 ‘남들 하는 만큼’으로는 부족하다. 기업을 대표하는 리더에게 복장이란 매너를 넘어 비즈니스의 성패와 직결되는 전략으로 바라보는 시야가 필요하다.
비즈니스 상황에 따라 패션으로 전략적 이미지를 연출할 수 있다.
비즈니스 상황에 따라 패션으로 전략적 이미지를 연출할 수 있다.
동절기에는 ‘컬러’를 입어라
가을이 흐르고 계절이 바뀌면 남녀를 떠나 가장 먼저 옷장 정리를 스스로 해보자. 옷장은 개인의 선호 스타일과 스토리를 보여주는 보고서다. 어떤 옷을 사고 입느냐보다 중요한 것은 바로 여러분의 옷장이다. 임상심리학자 제니퍼 바움가르트너는 심리를 기저에 두고 문제적 옷장과 쇼핑 패턴을 분석한 ‘옷장심리학’이라는 책에서 재미난 현상을 말하고 있다. 만약 당신의 옷장에 흰옷과 검정 등 무채색만 가득 차 있다면, 그것은 새로운 것을 수용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 실수에 대한 두려움을 기반에 둔 당신의 심리 상태를 나타낸다. 이렇게 무채색으로 가득 찬 옷장은 동절기를 앞둔 중년의 옷장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외에도 항상 옷을 사도 매일 입는 옷만 입는다는 것은 쇼핑을 하면서 두뇌에서 나오는 도파민이 분비돼 일시적으로 스트레스 해소에는 도움이 되지만 결과적으로는 입을 옷이 없기는 매한가지라는 것이 바움가르트너의 의견이다. 이렇게 전략이 아닌 두뇌로 구성하는 옷장은 보는 상대로 하여금 지루함과 딱딱함을 주기 십상이다. 그렇다면 앞서나가는 글로벌 리더는 복장 매너를 지키기 위해서 어떤 옷장 관리가 필요할까.

첫째, 옷장 관리는 버리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옷장 속에 옷이 많은 것이 입을 옷이 많다는 것과 부합하지 않는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그 원인에는 잘못된 옷장 관리가 기저에 있다. 일단 옷장 정리를 하게 되면 필요 없는 옷들을 버려 정말 필요한 구매 목록을 작성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버려야 하는 옷은 몸에 잘 맞지 않는 옷, 곰팡이가 피거나 오염돼 손상이 있는 옷, 1~2년 동안 한 번도 입지 않은 옷, 신체적인 단점이 부각되는 옷, 유행이 지난 옷으로 과감하게 버리는 것이 좋다. 옷장 정리를 하면서 자신이 주로 가지고 있는 옷 스타일과 정말 구매해야 하는 아이템을 한눈에 볼 수 있어 효율적인 소비와 옷장 앞에서 고민하는 시간이 단축되는 효과까지 함께 얻을 수 있다. 뒤에 제시하는 솔루션들은 반드시 옷장 관리를 하고 나서 실행해야 효과적인 솔루션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기억하고, 동절기 준비에 필요한 복장 연출 전략에 대해서 알아보도록 하자.

둘째, 컬러를 입어라. 동절기의 옷장은 회색, 검은색 등 어둡고 채도가 낮은 색상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겨울처럼 활동이 적은 계절에는 작은 변화가 활력을 가져다줄 수 있다. 남자와 여자 모두에게 있어 V존(재킷의 첫 단추를 잠갔을 때 위로 보이는 코디네이션을 말하며 넥타이나 셔츠의 컬러 조화가 V존의 핵심이다)은 복장의 심장이라 할 수 있을 만큼 중요하다. 넥타이 컬러는 비즈니스로 만나는 자리에서 자신의 회사 시그니처 컬러를 사용해 회사와 리더의 연관성을 높이는 방법과 상대 회사의 시그니처 컬러를 사용해 친근감과 배려를 나타낼 수 있다. 한 가지 팁을 준다면 비즈니스 상 만나는 경우 상대 회사의 컬러가 아니라면 빨간색이나 오렌지색 같은 원색적인 컬러보다는 겨울이라는 계절이 주는 이미지와 비슷한 실버 그레이, 네이비 컬러 계열에 은은한 광택이 있는 타이로 고급스럽고 스타일리시한 이미지를 연출할 수 있다.

셋째, 패션으로 비즈니스하라. 대한민국 헌정상 첫 여성 대통령으로서 국민의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박근혜 대통령은 취임 첫날부터 방미, 방중을 거치면서 다양한 패션을 선보였다. 그러나 이 패션의 선택과 복장은 상황과 상대국에 따라 전략적으로 다르게 연출한 것임을 확인할 수 있다. 대한민국의 대통령으로서 공식석상에 설 때에는 차이나 칼라와 바지 정장으로 카리스마 있는 이미지를 연출하기도 하고, 해외 동포를 만나 부드러운 국모로서의 모습으로 나설 때에는 라운드 칼라의 황금 장식이 있는 재킷으로 부드러운 이미지를 연출하기도 한다. 비즈니스 상황에 따라 강한 의지를 표명해야 할 때에는 빳빳한 소재를 사용한다거나, 반대로 긍정적 협상과 같이 부드러운 상황을 연출할 때에는 광택이 도는 부드러운 소재의 슈트를 입는 것도 비즈니스 상황에서 복장으로 전략적인 이미지를 연출할 수 있다. 이제 복장은 매너의 개념으로서만이 아니라 전략적으로 다가서야 한다. 옷장을 채우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옷장을 어떻게 관리하느냐가 여러분의 복장 매너의 시발점이 된다는 것을 잊지 않는다면 당신의 겨울을 남들과는 다르게 시작할 수 있다. 전략적인 이미지를 연출하고 싶은가? 한 발 앞선 리더가 되기 위해 오늘부터 당신의 옷장을 점검하라.


허은아 (주)예라고 대표│사진 한국경제신문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