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렌지듄스골프클럽

국내 최초로 정통 듄스 코스가 지난 5월 인천 송도에 그랜드 오픈했다. 오렌지듄스GC는 대중제 골프장으로 산악형과 링크스에 익숙한 국내 골퍼들의 선택의 폭이 넓어져 다양한 골프 라운드를 즐길 수 있게 됐다. 미국이나 호주 등 외국에서나 즐길 수 있는 코스여서 고객들의 호평이 이어지고 있으며 도심에서 가까워 접근성이 뛰어난 매력적인 골프장이다.
[IN & OUT] 이국적인 분위기로 골퍼들 유혹하는 국내 최초 듄스 코스
붉은빛을 머금은 새벽 햇살이 크고 작은 모래 언덕 사이사이에 부서진다. 어둠 속에 파도 소리와 함께 잠들어 있던 52만 ㎡의 대지는 비로소 생기를 찾고 이슬을 머금은 18홀 듄스 코스의 싱그러운 잔디는 영롱하게 빛을 발한다.

인천 연수구 송도동 347번지 오렌지듄스골프클럽(GC). 말로만 듣고 화면으로만 보아 왔던 정통 듄스 코스가 소리 소문 없이 지난 5월 그랜드 오픈해 국내 골퍼들에게 선을 보였다. 오랫동안 산지형 골프장에 익숙해진 국내 골퍼들에게 몇 해 전부터 해안가를 따라 만들어진 링크스 코스가 선을 보이더니 이제 국내에서는 불가능하게 생각했던 듄스 코스까지 생긴 것이다. 해외에서나 경험할 수 있는 코스라는 생각에 마침표를 찍고 국내 골퍼들은 거역할 수도 피할 수도 없는 새로운 골프 경험의 장이 마련된 거다.

오렌지듄스GC는 대중제 골프장으로 송도 신도시 개발을 위해 마련한 매립지 끝부분에 세워져 있다. 듄스(dunes)란 링크스에서 내륙으로 연결되는 중간 지역을 말한다. 바닷가와 내륙이 만나는 지역, 그래서 오랜 세월 파도와 바람에 의해 운반된 모래나 다른 퇴적물들이 크고 작은 모래언덕을 만들어 낸다. 바람은 모래를 쌓고 쌓아 언덕을 만들고 눈과 비, 바람과 함께 날리던 바닷물은 언덕을 단단하게 만드는 과정을 반복한다. 모래언덕은 세월을 따라 조금씩 형태가 변하고 고착화되면서 이색적인 지형 경관을 만들어 낸다.
[IN & OUT] 이국적인 분위기로 골퍼들 유혹하는 국내 최초 듄스 코스
그렇게 오랜 시간과 자연현상들이 만들어 놓은 원시적인 지형 위에 골프 코스 설계가는 모래를 깔고 그 위에 잔디를 파종한다. 그리고 한 지점을 골라 티박스로 만들고, 다른 지점을 골라 페어웨이로 만들고, 또 다른 지점을 골라 그린으로 만들어 바람에 나부끼는 깃대를 홀컵에 꽂아 놓는다.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하고 상상하지 못했던 코스에서 또 다른 샷을 날릴 수 있을 것입니다.


국내에서 내로라하는 코스를 설계한 오렌지엔지니어링의 강상문 대표는 듄스 코스를 국내 골퍼들에게 선보이기 위해 그동안 쌓은 많은 경험을 토대로 해외 유명 듄스 코스를 수도 없이 답사했다.

“국내에 처음 시도하는 것이기 때문에 해외 정통적인 코스들을 많이 찾아 다녔습니다. 스코틀랜드의 세인트앤드루스 올드 코스부터 미국의 퍼시픽 듄스, 호주의 반보글 듄스까지 링크스와 듄스로 알려진 세계의 명 코스들을 일일이 답사하면서 설계와 코스 조성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수많은 수정 작업을 해왔습니다.”

사실 강 대표는 송도 부지를 링크스와 듄스를 놓고 많은 고민을 했다.

“새로움에 대한 도전, 주위에 있는 골프장들과의 차별화, 그리고 국내 골퍼들의 다양성을 위해 과감하게 듄스를 선택했습니다.”
[IN & OUT] 이국적인 분위기로 골퍼들 유혹하는 국내 최초 듄스 코스
실제로 송도에 마련된 부지는 바다를 매립해 액화천연가스(LNG) 기지가 세워져 있는 지역의 바로 인접해 있는 네모난 땅이다. 다시 말해 오랜 세월 자연이 만들어 놓은 천혜의 자연은 아니란 얘기다. 따라서 인공적인 작업을 통해 원시적인 자연을 최대한 구현해야 하는 곳이다. 바다를 타고 내륙으로 날리는 바람과 바다를 바라볼 수 있는 조망, 주변 경관까지 정교하고 섬세한 작업이 필요한 곳이다. 그래서 강 대표는 “정통 듄스 코스의 느낌을 그대로 살리기 위해 코스 셰이핑 작업 시 높낮이를 최대 8m 이상 차이 나게 해 지형의 볼륨감을 강조했다”고 한다. 이런 입체적인 볼륨감 덕에 해가 낮게 드리워지는 일출 때와 서해낙조가 빚어내는 빛의 조화가 가히 환상적이다. 거기다 조경은 관목덤불, 긴 페스큐 등이 식재돼 있어 우리나라에서는 볼 수 없었던 거칠면서도 이국적인 코스 풍광을 자아내고 있다.

강 대표는 “주변의 주어진 모든 조건과 환경을 고려해 코스를 설계해 제한된 공간이지만 편안함을 추구했다”고 한다. 그래서 골프장을 찾는 고객들이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즐길 수 있는 곳으로 만드는 것에 중점을 두었다. 그렇다고 코스가 절대 만만한 것은 아니다. 곳곳에 놓인 해저드와 일렁이는 파도 같은 언듈레이션 페어웨이는 적절한 난이도를 유지하고 그린은 핀의 위치를 다양화하는 전략으로 그린의 홀컵을 수호하고 있다.

그뿐 아니다. 바다와 인접해 있다 보니 설계자의 상상력만으로는 가늠할 수 없는 바람의 요사스러움에 홀마다 바람의 방향이 달라진 듯 정조준과 오조준의 타깃을 설정해 수준 높은 샷을 구사해야 한다. 그러다 보니 평소 자신의 정해진 클럽별 거리는 부는 바람에 날려보내고 그동안 갈고 닦은 자신의 필드 노하우와 캐디의 도움을 총동원해야 듄스 코스에 적응할 수 있다.

오렌지듄스GC는 전장(블랙티 기준 6406m)이 길지는 않은 편이다. 듄스의 특징이 두드러진 이스트 코스(9홀)는 파35, 바다와 바로 맞닿아 있는 웨스트 코스(9홀)는 파36으로 18홀, 파71로 구성돼 있다. 거리가 좀 나는 골퍼들은 화이트를 이용할 때 좀 짧게 느낄 수도 있다는 얘기다. 그래서 고객들의 니즈를 충분히 수용해 오렌지듄스GC는 모든 티박스를 열어 고객들이 핸디캡에 따라 자유롭게 원하는 티박스를 선택할 수 있게 해놓았다.

코스 잔디는 모두 양잔디로 그린에는 벤트그라스, 페어웨이와 티잉 그라운드는 켄터키블루그라스, 러프는 페스큐에 수크령을 혼합해 놓았다. 티박스와 페어웨이, 그린을 제외한 모든 지역이 관리되지 않은 것처럼 잡초(?)가 무성한 야생성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고 누런 페스큐의 이국적인 모습은 호주나 미국의 코스를 연상케 한다. 하지만 이 이국적인 페스큐가 골퍼들의 발목을 잡기도 한다. 일단 볼이 러프 지역으로 들어가면 헤쳐 나오기가 무척 어렵고 깊은 곳은 볼을 찾기도 힘들다. 한 가지 위안은 워터해저드가 적다 보니 물 걱정은 덜하다.

한편 오렌지듄스GC는 현재 야간 개장도 하고 있다. 김기열 오렌지듄스GC 부장은 “도심에서 가까운 인천 송도에 자리하고 있어 인천, 서울, 경기, 서해 지역에 거주하는 직장인들이 일을 마치고 많이 찾고 있다”며 “고객들의 만족도가 매우 높다”고 한다.

오렌지듄스GC는 이제 개장한 지 다섯 달째를 맞이하고 있다. 아직 코스의 언덕은 바람을 더 맞아야 하고 눈과 비는 언덕을 더 단단하게 만들어야 한다. 한 해 한 해 세월이 지나갈수록 오렌지듄스GC의 진가는 발휘될 것이다.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하고 상상하지 못했던 코스에서 또 다른 샷을 날릴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드러내는 강 대표. 코스를 기획하고 설계, 시공한 주인공으로서 그의 실험 정신에 국내 골퍼들은 어떻게 화답할지 사뭇 기대가 된다.


글·사진 이승재 기자 fotolees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