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년퇴직 후 주식형 펀드 비중은?

주식이나 주식형 펀드로 고민하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이보다 중요한 게 자신의 형편에 맞는 금융 자산 포트폴리오를 짜는 것이다.
보유 중인 주식이나 주식형 펀드가 전체 포트폴리오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높으면 팔고,
낮으면 더 사는 게 합리적인 방법인 것이다.
[RETIREMENT PLAN] 연령별로 달라지는 펀드 포트폴리오
포트폴리오는 금융시장 상황을 어느 정도 고려는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자신의 형편에 맞게 짜야 한다. 형편을 결정하는 요소로는 나이, 재산 상태, 직업의 안정도, 투자 성향, 투자 경험, 투자 기간 등을 들 수 있다. 나이가 젊은 세대는 고령세대보다 주식이나 주식형 펀드와 같은 공격적인 상품의 비중이 높은 포트폴리오를 짤 수 있다. 같은 나이라도 재산이 많은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공격적인 포트폴리오를 짜도 된다.

투자 성향이 적극적인 투자자는 보수적인 투자자보다, 투자 경험이 많은 투자자는 많지 않은 투자자보다, 자금을 써야 할 때까지의 기간이 긴 투자자는 짧은 투자자보다 공격적인 포트폴리오를 짤 수 있다.

은행, 증권회사, 보험사와 같은 금융회사에 가서 펀드에 투자하겠다고 하면, 제대로 가이드를 하는 금융회사에서는 투자자의 형편을 묻는 설문지를 준다. 투자자들은 자신의 형편을 냉정히 생각해본 후에 설문지를 작성하고, 그 결과에 따라 자신의 형편에 맞는 포트폴리오를 조언받아야 한다.


6개월마다 포트폴리오를 재조정하라
또한 정기적으로 비율을 재조정(rebalancing)해야 한다. 재조정 기간은 3개월, 6개월 또는 1년 등으로 투자자 자신이 정한다. 한국의 경우에는 여러 상황을 고려할 때 6개월에 한 번씩 재조정하는 게 적당하다고 생각된다.

예를 들어, 어떤 50대 투자자가 주식형 펀드 50%, 채권형 펀드 40%, 종합자산관리계좌(CMA) 10%의 비율로 포트폴리오를 짜서 투자하고 6개월에 한 번씩 재조정하기로 방침을 세웠다고 가정해보자. 6개월이 지난 후에 펀드를 매입한 은행이나 증권사, 보험사를 찾아가 그동안의 가격 상승이나 하락으로 인해 포트폴리오 비율이 어떻게 바뀌었는지를 계산해 본다. 그 사이에 주가가 많이 올라 주식형 펀드의 비중이, 예를 들어 65%로 늘어나 있을 수 있다. 이때 채권형 펀드나 CMA는 아주 조금씩 늘거나 때로는 줄어들 수도 있기 때문에 주식형 펀드에 비해 상대적으로 비중은 줄었을 것이다. 그런 경우 주식형 펀드의 늘어난 비중 15%만큼을 팔아서 채권형 펀드나 CMA의 줄어든 비중을 보충한다. 원래 비율인 50대40대10으로 돌려놓는 것이다.

또 6개월이 지나서 보니 이번에는 주가 하락으로 주식형 펀드의 비중이 40%로 줄었다고 가정해 보자. 이 경우에는 채권형 펀드나 CMA의 비중이 그만큼 늘어나 있을 것이므로 그 늘어난 비중을 팔아서 주식형 펀드 쪽으로 옮기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 5년, 10년 투자를 계속 해나간다면 단기 시황 전망에 따라 사고파는 투자 방식보다 안정적인 수익률을 낼 수 있을 것이다.


포트폴리오 재배분은 몇 년에 한 번씩 자신의 리스크 허용도를 측정해 보고 형편에 맞게 짜면 된다.


자신의 형편에 맞는 포트폴리오를 짜서 투자하고 6개월에 한 번씩 포트폴리오 비중을 재조정하기로 방침을 세워놓았다 하더라도 9·11테러나 금융위기와 같은 비상 국면을 만나 주가가 급락하게 되면, 이런 경우에도 6개월 기간을 그대로 지켜나가야 할지 의문이 들 때가 있다. 시황이 급등 또는 급락하는 국면에서는 기계적인 정기조정법으로는 좀 문제가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든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이런 비상 국면에서는 당초의 자산 배분 비율에서 미리 정해둔 비율(예를 들어 5% 또는 10%) 이상의 괴리가 발생하면, 원래의 비율로 되돌려 놓는 방법을 택하는 투자자도 있다. 시간을 기준으로 하는 조정을 ‘정기조정법’이라고 한다면 비율을 기준으로 하는 방법은 ‘정율조정법’이라고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주식형 펀드 50%, 채권형 펀드와 CMA 50%의 포트폴리오를 짜서 투자하고 주식형 펀드의 비율 50%에서 10% 이상의 괴리가 발생하면(즉, 주식형 펀드의 비중이 40% 이하로 줄거나 60% 이상으로 늘어나면), 포트폴리오를 재조정하기로 방침을 정했다고 가정하자. 방침을 정한 후 1개월이 지난 시점에서 주가가 급등해 주식형 펀드 비중은 60%로 늘어나고 채권형 펀드와 CMA는 40%로 줄어들 수가 있다. 이 경우에는 기간이 1개월밖에 경과하지 않았지만 주식형 펀드 비중을 10% 줄여 원래의 포트폴리오 비율 50대50으로 돌려놓는 것이다.

포트폴리오의 정기조정법과 정율조정법
정율조정법은 시장 변화에 임기응변으로 대응할 수 있고, 당초의 재산 배분 비율에서 괴리율이 지나치게 커지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정기조정법보다 효과적이라고 할 수 있다. 다만, 이 경우에는 자산 배분 비율의 변화 즉, 시황 변동에 계속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안 된다. 본업을 가진 투자자에게는 상당한 부담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따라서 평상시에는 정기적으로 재조정을 해나가다가 시황이 급변하는 상황이 발생하면 임시 조치로 정율조정법을 택하는 방법도 생각해 볼 수 있다. 3개월, 6개월, 1년 등과 같이 미리 정해놓은 재조정 기간이 지나지 않았다 하더라도, 비상사태가 발생해 원래의 포트폴리오 비율로부터 지나치게 괴리가 생겼다면, 그 시점에서 재조정하는 것이다. 정기조정법과 정율조정법의 절충 방식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RETIREMENT PLAN] 연령별로 달라지는 펀드 포트폴리오
다만, 정기조정법과 정율조정법 중 어느 방법을 택하든 확실하게 이해해 두어야 할 것이 있다. 포트폴리오를 재조정하는 목적은 수익률을 높이기 위한 것이라기보다는 포트폴리오의 위험도를 줄이기 위해서라는 점이다.

이런 식으로 몇 년을 지나게 되면 재산 상태나 가족 상황 등 투자자의 ‘형편’에 변화가 생길 수 있다. 유산 상속으로 생각지 않았던 재산이 생길 수도 있고, 직장이 바뀌면서 월급이 늘거나 줄 수도 있다. 1년 후에 집을 살 계획이 생기거나 자녀 결혼으로 목돈이 필요하게 될 수도 있다. 경제적인 상황뿐만이 아니다. 나이가 들면서 투자 기간이 줄어드는 것도 커다란 형편의 변화다.

예를 들어 50대였던 투자자가 60세가 돼 정년퇴직을 했다면 그 투자자에게 주식형 펀드 비중 50%는 리스크가 큰 포트폴리오가 된다. 60대의 퇴직자에게 맞는 보수적인 포트폴리오, 예컨대 주식형 펀드를 40%로 줄이고 채권형 펀드나 CMA는 60%로 늘리는 식의 포트폴리오로 바꿔야 하는 것이다. 이렇게 투자자의 형편이 바뀜에 따라 그에 맞도록 포트폴리오의 배분 비율 자체를 바꾸는 것을 ‘포트폴리오의 재배분’이라고 한다.

포트폴리오의 재배분은 재조정에 비해 고려해야 할 요소도 많고, 시간도 필요한 작업이다. 따라서 너무 자주 할 필요는 없다. 몇 년에 한 번씩 자신의 리스크 허용도를 측정해 보고 형편에 맞는 포트폴리오를 다시 짜면 된다.

선진 증시의 투자자들은 이런 방식으로 5년, 10년 장기 투자를 한다. 오랜 경험을 통해 단기 시황 전망을 근거로 자주 사고파는 것보다 결과적으로는 이 방식으로 훨씬 더 높은 수익을 얻을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투자자들에게도 자신의 형편에 맞는 포트폴리오를 짜서 투자하고 그 포트폴리오를 정기적으로 재조정·재배분하는 투자 방식이 하루 빨리 정착됐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하다.


강창희 미래와금융 연구포럼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