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부자들의 자산 포트폴리오-보험

저금리 환경에서 효율적으로 자산을 운영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고액 자산가들 중 현명한 이들은 이 시기를 부의 이전기로 활용한다. 이때 가장 적합한 상품이 보험이다.
현 시기에서 필요한 보험 전략을 소개한다.
[COVER STORY] 상속세 재원 마련…종신보험, 제한 없는 가입 한도…연금보험
“요즘 고액 자산가들의 가장 큰 고민은 절세가 아닌가 싶습니다. 저금리 환경에서 절세는 수익률을 확보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니까요. 절세는 자산 이전을 고려해야 하는 분들에게도 중요한 이슈입니다.”

성열기 삼성생명 패밀리 오피스 센터장의 말이다. 요즘 자산 시장은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저금리와 낮은 경제성장률 등으로 투자 심리는 얼어붙을 대로 얼어붙었고, 이로 인해 투자자들은 갈 길을 잃었다. 은행 프라이빗뱅커(PB)들 사이에서는 고객들 만나는 게 무섭다는 말까지 나온다.

이럴 때 현명한 투자자들은 자산 증식보다는 현재 포트폴리오를 재점검하고, 자산 이전을 준비한다. 포트폴리오 재구성과 자산 이전에서 제일 먼저 고민하는 게 세금이다. 요즘이 그런 때다. 이때 고액 자산가들이 자주 활용하는 상품이 보험이다.


전체 금융 자산 중 보험 비중 20.6%
고액 자산가들은 대체로 보험 상품을 선호한다. 살아가는 데 불편함이 없이 충분한 돈을 가진 고액 자산가들이 보험에 관심을 보이는 이유는 보험이 불확실한 상황에 대한 보장은 물론 수익성 또한 낮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부자들은 안정적으로 금융 자산을 상속·증여하거나 현재의 부를 유지하는 수단으로 보험을 선호하는 것이다.

성 센터장은 “과거에는 100억, 200억 원씩 보험에 가입하는 고객들도 있었다”고 말한다. 올 들어 저축성 보험의 비과세 한도가 2억 원으로 줄면서 납입액이 줄기는 했지만 여전히 많은 고객들이 보험 상품을 선호한다. 성 센터장은 “개인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보통의 경우 금융 자산의 20% 정도를 보험에 가입한다”고 말한다. 최근 한 연구소 리포트를 보더라도 ‘금융 자산 10억 원 이상’의 고액 자산가들은 금융 자산의 20.6%를 보험사에 예치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적으로 자산가들이 일반인보다 보험 상품에 대한 선호도가 높은 셈이다.

고액 자산가들이 많이 찾는 보험 상품은 연금이다. 종신보험은 유고 시 보장 금액을 받는 상품이기 때문에 부동산 자산가나 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이 종신보험에 대한 수요가 굉장히 많다. 성 센터장은 “개인에 따라서는 월 7000만~1억 원의 보험료를 내는 이들도 있다”며 “자산가들의 경우 상속세로 100억, 200억 원을 내야 해 유고 시 부동산을 싸게 팔거나, 기업체에 문제가 생길 수 있어 종신보험에 대한 니즈가 꾸준하다”고 말했다.

박훈동 교보생명 광화문 노블리에센터장도 성 센터장의 말에 동의한다. 박 센터장은 자산을 운용할 때 두 가지 측면을 살피라고 조언한다. 첫째는 안정성이고, 둘째는 수익률이다. 안정성과 수익률은 기본적으로 반대 방향(trade-off)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의사 결정을 내리기가 힘든 게 사실이다.

따라서 박 센터장은 비과세 혜택이 있는 장기성 보험을 적극 활용하라고 권한다. 보험사들은 대개 시중은행의 1년짜리 예금 상품보다 연 1~1.5%포인트 정도 높은 이자를 준다. 보험 상품에 빨리 눈을 뜬 고객 중에는 1980~1990년대 10% 장기 저축성 보험에 가입해 지금까지 보험 계약을 유지하고 있는 자산가들도 있다.
[COVER STORY] 상속세 재원 마련…종신보험, 제한 없는 가입 한도…연금보험
장기 보험 상품은 이 같은 금리 혜택 외에 절세 효과도 노릴 수 있다. 매월 수입의 일정 부분을 장기 보험에 5년 이상 적립하고, 10년 동안 유지하면 비과세 혜택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보험 상품의 안정성은 물론 세금이 줄어드는 만큼 추가 수익률을 동시에 얻을 수 있는 것이다.


연금보험 활용한 상속세 절세 가능
보험 전략을 수립할 때는 보험에 가입하는 목적 즉, 자산가들의 니즈 파악이 우선이다. 세제 혜택이 목적인지, 향후 자산 이전 시 절세가 목적인지, 그도 아니면 목돈 형성을 위해 보험에 가입하려는 건지 구체적인 니즈를 파악해야 한다. 현시점에서 남은 생애에 발생할 재무적인 이슈들을 중심으로 보험을 배분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박 센터장은 “자녀가 사회에 나왔을 때 목돈을 마련해 주기 위해 보험에 가입하는 경우도 있다”며 “이때는 증여세 과세를 최소화하는 방법, 다시 말해 계약자·피보험자·수익자 구조를 적절히 이용해서 가입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런 점을 감안해 그는 종신보험과 연금보험을 적절히 이용해서 구성하는 것이 좋다고 말한다. 이상적인 포트폴리오 구성을 위해 종신보험과 연금보험의 장점을 파악하는 게 우선이다.

먼저 종신보험이다. 종신보험은 상속세 재원으로 손색이 없다. 상속 재산은 과세 표준에 따라 누진세율이 적용된다. 이 때문에 자산 규모가 클수록 많은 상속세를 내야 한다. 달리 말해 구체적인 상속 계획이 없다면 부모의 자산이나 기업을 송두리째 잃을 수도 있다. 실제 자산 이전 과정에서 부모 세대가 이룬 자산의 상당 부분을 잃는 사례가 적지 않다.

따라서 많은 자산가들이 상속세 재원 마련을 위해 종신보험에 가입한다. 종신보험은 가입과 동시에 사망보험금이 확정된다. 이 사망보험금으로 상속세를 납부할 수 있어 상속세 걱정 없이 자산을 원활히 이전할 수 있다. 종신보험 가입 금액은 향후 발생할 상속세에 부채액 정도를 더해서 책정하면 된다.

다음은 연금보험이다. 연금보험이란 정해진 기간 일정 금액을 납입한 후 은퇴 시점부터 일정한 생활 자금을 받는 보험 상품이다. 은퇴 이후에도 매월 안정적인 수입을 확보할 수 있어 전문가들에게서 가장 바람직한 노후 준비 수단으로 꼽힌다.

연금보험은 1인당 가입 한도에 제한이 없어 효과적으로 노후를 설계할 수 있고, 10년 이상 유지하면 이자소득세가 비과세돼 절세 측면에서도 유리하다. 특히 연금보험의 연금수령액에 대한 정기금 평가에 대한 규정을 이용하면 상속재산가액을 줄여서 상속세를 줄일 수 있다. 또한 상가 건물의 증여 등을 통해 자녀의 소득 발생 원천을 만들어서 자녀가 보험료를 납입하게 하면 사전에 효율적으로 자산을 이전할 수 있다.


신규섭 기자 wa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