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부자들의 자산 포트폴리오-부동산

부동산 시장이 침체를 면치 못하고 있다. 이에 현명한 투자자들은 포트폴리오 재구성으로 새로운 돌파구를 찾고 있다. 부동산 자산을 줄이고 체질을 개선하는 게 그것이다.
변화된 투자 환경에 맞는 합리적인 부동산 투자 전략을 알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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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5년이 지났지만 한국의 부동산 시장은 여전히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부동산 시장도 저성장 국면에 돌입한 가운데 투자 환경마저 크게 달라졌기 때문이다. 경기 악화와 가계 부채의 증가로 실질 구매력은 떨어졌고 생산인구의 감소와 베이비부머의 은퇴에 따라 수요 시장은 위축됐다. 투자성과 환금성은 악화됐고 비용 부담과 리스크는 커졌다.

부동산 시장이 달라지면서 부동산 자산의 관리와 운영은 점점 중요해지는 추세다. 개인들의 총자산 중 부동산 비중은 여전히 높은 데 반해 장기적으로 보유 가치는 낮아질 가능성이 높은 탓이다. 최근에는 새로운 부동산 자산의 운영 원칙이 대두되고 그에 따라 부동산 자산 포트폴리오도 달라지고 있다. 한국 부자들의 부동산 자산 운영 방식과 달라진 포트폴리오를 통해 성공적인 부동산 자산 관리 원칙을 알아보자.


부동산 자산의 축소와 체질 개선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의 ‘2013 한국 부자 보고서’에 따르면 금융 자산 10억 원 이상의 개인을 부자라고 볼 때 한국의 부자는 2012년 말 기준 약 16만3000명에 달한다. 한국 부자는 서울과 수도권에 집중돼 있는 편으로 이들의 자산 구조를 살펴보면 부동산 비중이 금융 자산 등에 비해 높은 특징을 보인다. 한국 부자의 총자산은 부동산 자산이 55.4%, 금융 자산은 38%를 차지하며 예술품, 회원권 등 기타 자산이 6.6%를 구성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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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근래 부자들의 부동산 자산 비중은 점차 낮아지고 있다. 이것이 부동산 자산 관리 제1원칙으로 부동산 자산의 축소, 즉 다이어트가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 한국 부자의 자산 형성에 부동산 투자와 운영이 핵심적인 역할을 해왔지만 부동산 시장이 급변하면서 부동산 자산의 총량적인 감소가 불가피해진 것이다.

부동산 자산 비중이 상대적으로 더 높고 부동산 투자 경험이 많은 슈퍼 부자(총자산 100억 원 이상의 초고액 자산가) 층에서도 부동산 비중이 하락하고 있으며 부동산 투자 성공을 경험해보지 못한 젊은 층이나 자산 규모가 작은 부자일수록 부동산 자산 비중을 일정 수준 이하로 운영하는 경향이 뚜렷하다.

한 가지 더 주목할 점은 단순한 부동산 자산액의 축소뿐만 아니라 다이어트라는 단어에서 알 수 있듯이 체질 개선이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 부자가 보유한 부동산 자산 중 평균 62.2%가 투자용 부동산이다. 대표적인 투자 대상은 상가, 아파트, 오피스텔, 빌딩, 토지 등이다. 주거용 부동산 보유 비중은 37.5% 정도다. 부자 10명 중 9명은 소유한 상가, 건물, 주택 등을 활용해 월세 등 임대 수입을 얻고 평균 6억 원에 육박하는 보증금도 확보하고 있다. 자산 가치의 변동성을 보완하고 보유 시 발생하는 비용 부담을 충당해 줄 현금 수입을 확보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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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부동산 투자 시장의 트렌드 변화와 가치 하락에 대한 우려와 환금성까지 고려한 포트폴리오의 조정인 동시에 노후 준비에도 적합하다. 장수(長壽)가 고민인 100세 시대가 도래하면서 노후 생활을 위한 자금 마련은 젊은 세대에게도 짐이 된 지 오래다. 한국 부자는 이미 충분한 노후 대비 자산을 축적한 상태지만 현재 보유 중인 부동산 자산의 가치를 좀 더 높이고 안정적으로 관리해 나가면서 지속적인 현금흐름을 창출할 수 있도록 부동산 자산 구조와 구성 종목을 바꿔 나가고 있다. 그 결과 연령대가 높은 부자 그룹에서 임대수익형 부동산 비중을 많이 가지고 있고 꾸준히 임대 수입을 창출하고 있다.


리스크 헤지 위한 저가 매수 전략
두 번째 원칙은 리스크 관리다.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 문제와 유럽 재정위기 여파의 지속 등 글로벌 자산관리 시장의 불확실성과 위험이 지속되는 가운데 한국 부자들은 수익보다는 안전에 우선순위를 두는 투자 경향을 보이고 있다. 투자 변동성이 크고 안전 자산의 수익성마저 하락하면서 안정성 위주의 투자를 하며 새로운 투자 기회를 모색하는 것이다.

투자수익성 면에서 볼 때 여전히 부동산 투자에 대한 관심이 높고 중장기적으로 개선 기대감을 가지고 있지만 무리한 투자는 피하고 신중한 거래 의사 결정 구조를 나타내고 있다. 최근의 투자 경향을 분석해 보면 임대 수익을 발생시켜 보유 비용과 투자 리스크를 헤지하고 있다. 근본적으로는 자본 가치 상승이 가능한 상품에 선별 투자해 중장기 투자 수익을 노리는 형태를 띤다. 저가 매수 전략을 최우선으로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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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품 구성에서는 분산 전략을 쓴다. 자산 규모가 큰 부자들은 국내 부동산뿐만 아니라 미국 등 선진국 시장과 아시아 신흥국 등 해외 시장까지 다양한 투자 상품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한다. 부동산 실물뿐만 아니라 리츠, 펀드 등 부동산 자산 구성을 다각화해 리스크를 분산시키고 최소화한다.

이러한 분산 전략은 투자 상품과 보유 기간 등을 다채롭게 구성해 포트폴리오 운영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근간이 된다. 여기에 금융 자산의 리스크성 투자 비중도 함께 고려해 총자산의 리스크를 관리하고 투자 정보와 전문가 네트워크를 활용해 종합적인 수익 관리와 리스크 운영에 나서는 추세다.

한국 부자들의 부동산 포트폴리오 구성에 영향을 미치는 다음 요인은 부(富)의 대물림이다. 우리나라 속담에 ‘부자는 3대를 못 간다’는 말이 있는데 부동산 자산가들의 최대 욕구 중 하나는 안전하게 부를 이전하고 세금 부담은 최소화하는 것이다. 상속과 관련한 세금 부담을 고려할 때 실물 자산이 유리한 측면이 있기 때문에 총자산 중 적절한 종목의 부동산 자산을 유지하고 적절한 상속 플랜을 세운다.

최근에는 자녀, 배우자, 그리고 손주까지 상속·증여 계획을 세우는 경우가 많아졌고 제도 변화에 따라 부동산 신탁, 보험 등을 고려한 상속·증여 유형이 늘어나고 있다. 이를 위해 상속과 증여에 유리하도록 부동산 포트폴리오를 조정하고 사전 증여와 사후 상속 용도에 알맞은 부동산 상품을 적절히 구성하는 전략을 사용한다. 최적의 상속·증여 플랜에 맞춰 운영할 수 있도록 주택, 상가, 토지 등 부동산 종목을 맞추고 적당한 금액대의 상품으로 부동산 포트폴리오를 만들어 둬야 가능하다.


목적과 플랜에 맞는 포트폴리오
마지막은 소비와 관련된 부동산 포트폴리오의 변화를 살펴보자. 한국 부자 가구는 일반 가구에 비해 평균 소득은 8.6배 높고 월 소비지출은 4.2배 정도다. 소비 여력이 상대적으로 있는 편이다.

부자들은 대체로 자녀 교육과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지출에 과도하게 적극적이고 스스로는 건강한 소비를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부동산 자산에 있어서도 자신을 위한 투자나 보유에 점점 인색해지고 있다. 수익 관점의 운영도 중요하지만 스스로의 만족스런 삶과 안정을 위해서도 일정 부분 소비와 투자를 할 수 있는 여유를 가져야 할 때다.

특히 은퇴 세대들은 현재의 주거 수준을 유지하면서 제2의 삶을 누리길 원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도심 속 주거공간은 물론 전원주택, 실버타운, 세컨드 하우스 등 휴식과 여가를 위한 공간도 마련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한국 부자들은 총자산이 100억 원 이상은 돼야 부자’라는 인식을 갖고 있다. 이에 따라 부자들 중에서도 본인의 자산에 만족하지 못해 스트레스를 받는 것으로 조사됐는데 꼭 필요한 부동산 소비 원칙도 무시해선 안 될 것이다.

최근 1년간 한국 부자들의 자산 포트폴리오를 살펴보면 금융 자산이 증가하고 부동산 자산은 감소하는 경향을 보였다. 하지만 향후 부동산 자산에 대한 기대감은 여전히 높고 투자에 있어서도 부동산 의존도가 높다. 과거 한국 부자의 자산 형성에 부동산 투자와 운영이 핵심적인 역할을 해왔기 때문이다.

부동산 시장의 위기는 결국 위험과 기회로 나뉠 것이다. 적절한 분산투자와 비용 절감, 세테크 등을 통해 리스크는 헤지하면서 장기적으로 보유 가치가 높고 운영 목적과 플랜에 부합하는 부동산 상품을 투자해 나간다면 만족스런 부동산 포트폴리오의 재구성은 물론 성공적인 부동산 자산 관리도 가능할 것이다.


김규정 우리투자증권 부동산 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