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LTH INTERVIEW

최광호 초이스 피부과 원장은 요즘 서울에서 제일 잘나간다는 피부과 의사 중 한 명이다. 주름을 펴고 모발을 이식해 사람들의 외형을 보다 젊게 해주는 것이 일이지만, 한편으로 그는 ‘웰 에이징(well-aging)’의 선두주자이기도 하다. 멋지고 현명하게 나이 드는 법을 누구보다 잘 알고 실천하고 있기 때문이다. 죽을 때까지 멋진 드러머이자 유쾌한 의사로 남고픈 그는 오늘도 일과 삶을 오가며 능숙하게 줄 타는 중이다.
‘드럼 치는 의사’ 최광호 초이스 피부과 원장, 멋지고 스마트하게 나이 드는 법
대학 그룹사운드 출신, 40년째 ‘드럼 전도사’

최광호 초이스 피부과 원장이 취재진을 초대한 곳은 한양대 동문회관. 한양대 의과대 밴드부 ‘메디컬사운드’ 1기 출신인 최 원장은 “드럼 앞에서 사진을 찍자”는 기자의 요청에 동문회관의 밴드 합주실을 섭외했다. 예과 2학년 때 자신이 직접 만들어 애착이 더욱 크다는 이 그룹사운드에서 그는 ‘큰형’으로 불린다. 합주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새파랗게 어린 후배들이 그를 반갑게 맞았다. “형, 오셨어요?” 스무 살 남짓의 재학생과 환갑을 바라보는 병원장의 호형호제라니. 최 원장은 “이 친구들이 38기니 우리는 30년 세월을 뛰어 넘는 우정이다”라고 말하며 껄껄 웃었다.



후배들과 편하게 어울리는 모습이 좋아 보입니다. 전혀 어색하지 않아요.

“젊게 사는 걸 워낙 좋아해요. 그래야 마음도 젊어지거든요. 어린 친구들과 어울리는 걸 불편해하는 동기들도 있는데 저는 그런 거 신경 안 써요. 내가 먼저 격식을 허무니까 아이들도 저를 편하게 대할 수 있죠. 1년에 한 번씩 설악산에 있는 별장으로 불러 고기도 구워 먹고 합주도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냅니다.”

드럼은 얼마나 치셨어요.

“1973년 고등학교 때 처음 드럼과 만났으니 40년 동안 친구처럼 지내고 있네요. 취미생활로만 즐긴 터라 수준급 실력은 안 되지만 가라오케 반주 정도는 얼마든지 할 수 있죠. 별장에 1000만 원대 전자드럼을 들여놨어요. 혼자 이어폰을 끼고 음악을 들으면서 드럼을 치면 스트레스가 저만치 달아나죠. 요즘도 일주일에 2~3번 정도는 연주합니다.”

1970년대 초엔 드럼이 생소한 악기였을 텐데, 어떻게 관심을 갖게 됐나요.

“중학교 때 공부만 하다 보니 너무 인생이 무미건조한 거예요. 악기 연주를 하고 싶었죠. 하루는 고등학생 때 아침 조회를 하는데 행진곡 드럼 소리가 귀에 와서 꽂히는 겁니다. 박자를 착착 맞추면서 음악을 이끌고 나가는 그 웅장한 소리가 어찌나 매력적이던지 완전히 빠져들었어요. 고등학교 2학년 때 작은 북을 시작으로 드럼의 세계에 본격적으로 발을 담갔어요. 40년 동안 치다 보니 지금은 ‘드럼 전도사’ 다 됐습니다. 하하.”

그토록 빠져들게 만든 드럼의 매력이 궁금하군요.

“무언가를 두드리면서 스트레스를 날려버리죠. 그 순간만은 정말 즐겁고 짜릿해요. 합주를 하면서 협동정신을 배우니 대인관계도 좋아지고요. 환자들에게도 항상 밝은 기운을 전하게 돼요. 제가 즐거우니까 환자들도 기쁜 마음으로 만날 수 있는 거죠. 또 드럼이 굉장히 타이밍이 중요한 악기예요. 순발력이나 리듬감을 요하거든요. 연주를 하면서 길러진 습관들이 병원을 경영하는데도 도움이 됐지요. ‘제모 레이저’나 ‘백반증 레이저’를 적재적소에 도입해 히트칠 수 있었던 것도 타이밍이 잘 맞아떨어진 덕분이고요.”

현명하게 나이 드는 삶, 즉 ‘웰 에이징’을 실천하고 있는 듯합니다.

“우리 또래 중에 ‘워커홀릭’들이 있어요. 일만 하다 보니 운동이나 취미생활을 하고 싶어도 몰라서 못하는 경우가 많아요. 안타깝죠. 친구들에게 음악이 인생을 얼마나 윤택하게 하는지 알려줍니다. 최근에는 한 명이 뒤늦게 색소폰을 시작했는데 정말 멋있어 보이더군요. 휴대전화에 연주를 녹음해서 서로 들려줘요. 하고 싶은 것을 하면서 살면 훨씬 행복하고 건강해지죠.”

악기를 배우고자 하는 중년 남성들에게 조언을 해준다면요.

“어려운 것을 배우면 중간에 포기할 수 있어요. 기타나 색소폰과 같이 쉬우면서도 재밌고 혼자서도 잘할 수 있는 악기가 좋은 것 같아요.”
‘드럼 치는 의사’ 최광호 초이스 피부과 원장, 멋지고 스마트하게 나이 드는 법
최광호 원장은…
1981년 한양대 의대 졸업. 1986년 피부과 전문의 자격 취득·초이스피부과 대표원장.
한양의대 외래교수, 을지병원 외래교수, 대한피부과의사회 이사.


‘아타스로봇’ 모발 이식 혁명, 사람들에게 젊음 선물

1980년 초 개원 당시 피부과에 대한 사회적 인식은 어땠나요.

“1988년 서울 올림픽을 기점으로 우리나라 사람들도 미용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어요. 경제가 발전하면 사람들이 피부에 더 많이 투자할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고 주효했지요. 그리고 분초를 다투는 다른 과에 비해 의사의 수명이 길겠다는 생각도 했고요.(웃음) 나도 내 인생이 중요하니까 너무 중압감을 받는 곳보단 즐겁게 일할 수 있는 과를 선택했어요. 실제로 피부과 환자들은 일부를 제외하고는 웃으면서 제 방문을 두드려요. 의사도 사람인지라 괴로워하는 사람들만 보면 힘들거든요.”

‘레이저 1세대’로 불립니다. 미백, 제모 등 각종 레이저 기기를 처음으로 국내에 들여오면서 주목을 많이 받으셨지요.

“첨단 레이저 장비들을 많이 들여와 병원이 잘 됐어요. 일단 환자들의 도움으로 성장했으니까 그걸 돌려줘야 한다고 생각했죠. 제모 레이저는 세계적으로도 몇 손가락에 들 정도로 초기에 들여왔어요. 당시 고지식한 의사들은 새 것을 받아들이려 하지 않았고, 그 결과에 있어서도 반신반의했죠. 저는 새로운 시술을 빨리 들여오고 성공적으로 정착시킨 점에 있어 자부심을 느낍니다.”

최근 화제가 되고 있는 모발 이식 기계 ‘아타스로봇’도 아시아 최초로 초이스 피부과에서 선을 보였습니다. 소개 좀 해주세요.

“후두부 절개를 하지 않는 비절개 모발 이식입니다. 기존의 비절개 모발 이식은 장시간 의사가 일일이 모낭을 채취하는 방식이라 반복 작업을 할 경우 수술에 대한 집중도가 떨어지고 모낭이 손상돼 제대로 자리 잡을 확률이 낮아지는 단점이 있었죠. 이를 보완해 처음부터 끝까지 정확하고 일관된 모낭 채취로 생착률을 높였어요. 중년 남성들의 가장 큰 고민인 탈모 문제를 덜어 드릴 겁니다.”

역시 요즘 피부과에서 대세는 남성이군요.

“내원하는 중년 남성 손님들이 생각 이상으로 많아요. 나이가 들어도 여전히 젊게 살고 싶어 하는 우리네 아버지들이 그만큼 많다는 방증이죠. 여기에 브레이크를 거는 게 모발입니다. 그래서 두피 관리나 모발 이식 수요가 많아요. 처진 피부를 당기거나 레이저로 간단한 검버섯 제거도 하죠. 5년 젊어 보이면 자신감이 붙어 삶에 활력이 생깁니다. 사회적으로도 경쟁력이 올라가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어떤 인생을 살고 싶으세요.

“사람들에게 젊음을 돌려주고 싶어요. 그건 동시에 즐거움을 선사하는 일이거든요. 환자가 좋아하면 나도 덩달아 젊어집니다. 드럼도 죽을 때까지 칠 거예요. 백발이 성성한 채로 무대에 올라 드럼 치는 꿈을 꾼 적이 있는데, 그게 현실이 됐으면 좋겠어요.”



이윤경 기자 ramji@hankyung.com 사진 이승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