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사회공헌 활동은 공익 재단을 설립하면서 공고해지는 경우가 많다. 오랫동안 성공적으로 운영되는 국내외 공익 재단들을 살펴보면, 창업주의 지속적인 기금 출연과 사회적 관심, 대중 참여 등을 공통점으로 꼽을 수 있다.
[COVER STORY] 지속적 기금 출연·창업주 관심 기업 재단 성공 지름길
국내 공익 재단은 대기업을 중심으로 성장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장학, 사회복지, 문화예술 등을 큰 줄기로 각 기업의 성격에 맞는 사회공헌 활동을 펼쳐오고 있다. 분야별 모범적으로 운영되는 기업의 공익 재단과 주요 사업을 정리했다.

『복지』 저소득·소외계층 아동 교육 프로그램 ‘CJ도너스캠프’
CJ는 2005년 7월 보다 체계적이고 지속적인 사회공헌 활동을 추진하기 위해 CJ나눔재단을 설립했다. 그중에서도 저소득·소외계층 아동 교육 지원을 모토로 한 ‘CJ도너스캠프’는 일반인의 참여가 꾸준히 늘면서 개방참여형 사회공헌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했다. 기업 사회공헌 프로그램으로 시작해 저소득·소외계층 아동을 위한 교육 지원 대표 사회공헌 브랜드로 성장했다.
[COVER STORY] 지속적 기금 출연·창업주 관심 기업 재단 성공 지름길
CJ도너스캠프는 교육 프로그램 지원이 필요한 공부방 어린이들과 기부자들이 만나 서로 소통하고 교류하도록 설계된 기부 플랫폼으로, 기부자가 1만 원을 기탁하면 CJ나눔재단이 같은 액수를 더해 집행하는 ‘매칭 그랜트’ 방식으로 운영된다. CJ도너스캠프의 기부 회원은 지난해 말 기준 26만 명을 넘어섰으며, 이 가운데 90% 이상이 일반 기부 회원이다. 2005년 출범 당시 2900명에 불과했던 기부 회원은 매년 꾸준히 늘어 지난해 26만4171명에 달했다. 기부모금액(매칭 펀드 불포함)은 34억6000만 원이다. 권인태 CJ그룹 부사장은 “출범 당시 ‘많은 사람이 공감하고 참여할 수 있는 기부 커뮤니티로 키우라’는 이재현 회장의 지시가 실현되고 있는 셈”이라며 “‘한 우물 정신’이 결실을 맺어가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문화』 지역의 문화예술을 꽃피우다 ‘GS칼텍스 예울마루’
GS칼텍스재단은 2006년부터 2015년까지 매년 100억 원씩, GS칼텍스에서 출연한 총 1000억 원의 기금을 토대로 장학교육과 사회복지, 그리고 문화예술 등 3대 분야의 공익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그중 지난해 2012 여수세계박람회 개최에 맞춰 개관한 GS칼텍스 여수문화예술공원 ‘예울마루’는 이 기업의 대표 사회공헌 사업으로 꼽힌다. 지역시민뿐 아니라 관광객들에게도 다양한 문화 및 휴식 공간을 제공하며 여수시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남해안 문화예술의 랜드마크이자 허브 기능을 담당하고 있다. 특히 GS칼텍스와 여수시의 긴밀한 협조 속에 추진돼 지역사회와 기업체 상생의 모범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이승필 ‘예울마루’ 관장은 “GS칼텍스의 사회공헌 활동 모토인 ‘에너지로 나누는 아름다운 세상’을 실천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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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학』 어려운 환경 학생 돕기·기초 학문 지원 ‘롯데장학재단’
롯데장학재단은 “어려운 경제 환경 때문에 학업에 전념할 수 없는 우수한 학생들에게 학비 걱정 없이 공부할 수 있도록 기회를 베풀어야 한다”는 신격호 롯데그룹 창업주의 뜻에 따라 1983년 그의 고향인 울주군에 설립됐다. 초창기 이름은 ‘삼남장학회’. 당시 신 회장은 1700억 원의 사재를 출연해 기금을 마련했다.

1996년에 재단의 명칭을 ‘롯데장학재단’으로 변경하고 1997년부터는 과학 발전을 통해 국가경쟁력을 강화시키겠다는 정신으로 물리, 화학 등 기초 자연과학 전공 대학생과 대학원생 9286명에게 장학금 329억 원을 지급해왔다. 이 중 182명이 박사 학위를 취득했는데, 재단의 장학생 출신 중 손석우 박사는 미국 과학 잡지 사이언스에 제1저자로 연구 논문을 게재했고, 김현의 박사는 세계적 권위지 셀(Cell)의 자매지인 `몰레큘라 셀(Molecular Cell)`에 논문을 싣는 등 신진 과학자로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재단 관계자는 “롯데그룹의 사업 분야가 특별히 기초 자연과학 분야의 인재를 필요로 하지 않음에도 어려운 학생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고자 지원 대학과 전공을 확대했다”며 “창업주의 꾸준한 기금 출연과 관심이 재단 발전의 견인차 역할을 했다”고 전했다.
[COVER STORY] 지속적 기금 출연·창업주 관심 기업 재단 성공 지름길
『건강』 아모레퍼시픽 여성의 아름다움 위한 ‘한국유방건강재단’
아모레퍼시픽은 지난 2000년 10억 원을 출연해 국내 최초 유방건강 비영리 공익 재단인 한국유방건강재단을 설립했다. 서경배 대표는 취임 이후 ‘여성들의 사랑을 받은 기업인 만큼 여성들을 위해 무언가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던 중 당시 발병률이 증가하고 있던 유방암에 관심을 갖게 됐다.
[COVER STORY] 지속적 기금 출연·창업주 관심 기업 재단 성공 지름길
한국유방건강재단은 ‘유방 건강’이라는 주제 아래 다양한 방법으로 건강 돌보는 습관을 강조하고 있다. 이 중 핑크리본 캠페인은 대표 프로그램. 국내 최대 핑크리본 캠페인 행사인 ‘핑크리본 사랑마라톤’은 2001년에 시작해 올해로 13회를 맞이했다. 서울, 부산, 대전, 대구, 광주 5개 도시에서 연중 릴레이로 개최되며, 지난 12년간 약 21만5000여 명이 참가해 21억 원이 넘는 기부금을 한국유방건강재단에 전달했다.



〈선진국 공익 재단 운영 사례〉
[COVER STORY] 지속적 기금 출연·창업주 관심 기업 재단 성공 지름길
선진국의 공익 재단은 질병이나 환경과 같은 국제사회가 직면한 문제들에 대해 논의하고 해결책을 찾는 데 기여하는 경우가 많다. 또 기업에서 기금을 출연하지만, 기업과는 별개로 재단을 운영해 투명성을 높인다.

전 세계 질병·식량문제 해결 앞장 ‘빌&멜린다게이츠재단’
미국 빌&멜린다게이츠재단은 2012년 3월 기준 재산이 356억 달러로 전 세계 재단 가운데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한다. 기금 집행 내역을 기준으로 미국 재단 전체의 40% 이상을 차지한다.
말라리아, 에이즈 등의 질병 치료부터 식량문제 해결을 위한 농업 개발 및 지원, 교육문제 해결을 위한 도서관 건립과 빈민 아동의 교육 지원 등이 주력 사업이며 그중에서도 특히 에이즈 치료에 가장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빌&멜린다게이츠재단의 자선 활동은 ‘퍼 주기 식’이라기보다는 ‘고기 잡는 법을 가르쳐주는 식’으로 유명하다. 재단 관계자는 “이를테면 식량 지원이라고 해서 먹을 것을 사서 주는 것이 아니라 종자 개발을 지원해 농업 생산성을 높이도록 하는 식으로 자선 활동을 한다”고 밝혔다.
연간 집행 액수는 약 3조 원에 이르는데 오로지 빌 게이츠 부부가 개인적으로 출연한 자금으로만 운영된다.

더 나은 세계 만들기 위한 지식 운동 ‘BMW헤르베르트콴트재단’
독일을 넘어 유럽 대표 재단으로 꼽히는 ‘BMW헤르베르트콴트재단’은 1970년 정치, 경제, 학계, 시민사회가 더 나은 현대사회를 만드는 데 협력하도록 한다는 취지로 설립됐다. 재단의 자본금은 5000만 유로(약 728억 원)로 1970년 BMW그룹의 대주주였던 헤르베르트 콴트를 기리기 위해 BMW그룹이 출자했다.
이 재단은 나은 세계를 만들기 위한 지식 운동을 벌이고 있다. 국제 관계 증진 사업으로 각 분야 30~40대 젊은 전문가들이 모여 현대사회의 다양한 주제를 논의하는 ‘유럽-아시아 영 리더스 포럼’이 대표적이다. 유럽, 아시아, 미국, 아랍권 등 전 세계에서 열리는 행사로 2008년 서울에서도 개최됐다. BMW그룹은 2011년 한국에도 ‘BMW코리아 미래재단’을 설립했다.

아시아에 관심…시민단체 프로젝트 지원 ‘도요타재단’
도요타재단은 ‘일본 1세대 재단’의 대표 주자다. 1974년 도요타 에이지 전 도요타자동차 회장이 “성공한 기업은 모두 사회에 빚을 지고 있으며, 이 빚을 갚는 것은 당연하다”며 그 방법의 하나로 재단을 설립했다.
도요타재단은 시민사회의 도움으로 일본이 직면한 문제를 풀어나가고자 한다. 연구자 및 시민 단체를 대상으로 프로젝트를 공모해 지원금을 주는 방식으로 운영되는데, 설립 이후 지금까지 7000개가 넘는 프로젝트를 지원했다. 연구 보조금 프로그램, 아시아 이웃 프로그램, 국내 보조 프로그램 등이 주요 프로그램으로, 특히 동남아를 타깃으로 다양한 지원 활동을 펼쳐 왔다.
또 재단은 기업과 무관하게 운영된다. 실제 도요타재단 전체 이사회 구성원의 3분의 2가 도요타자동차와 관계없는 외부인이라고 한다.


이윤경 기자 ramj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