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우리들컨트리클럽

코스를 설계한 잭 니클라우스는 롱 홀에 대한 설계에 공을 들였다. 네 개 홀 중에서 한 개 홀은 투 온 도전이 가능하게 만들었고, 또 다른 홀은 투 온 도전을 거의 불가능하도록 만들었으며, 나머지 두 개 홀은 제주 특유의 날씨 여건과 골퍼 개인의 능력에 따라 도전 가부를 결정하도록 만들어 놓았다.
[IN AND OUT] 골퍼의 오감을 자극하는 숨겨진 진주 같은 곳
제주도에는 국내를 대표하는 골프장들이 많다. 사시사철 라운드가 가능하고 천혜의 자연경관과 어우러진 골프장들의 모습은 가히 비경이다. 코스 설계 또한 ‘제주다운’ 코스를 선호한다. 명문 골프장을 지향할수록 이 같은 특징은 더욱 두드러진다. 소위 ‘곳자왈’이라는 제주 특유의 부지 확보는 좋은 곳이라는 기대감까지 주는 게 사실이다.

그래서 많은 골퍼들의 입에서 곳자왈 부지에 만들어진 제주도 소재 골프장의 이름이 술술 나온다. 그에 반해 우리들컨트리클럽(CC)은 좀 낯선 이름이다. 제주 특유의 곳자왈 부지에 세워진 것도 아니다. 다만 인공적인 것을 최대한 배제한 한라산 기슭 산악지형에 만들어진 골프장이다. 그러다 보니 골프를 좀 친다는 사람들도 우리들CC 하면 고개를 갸우뚱거린다. 하지만 그곳에서 라운드를 한 번이라도 경험해 본 골퍼라면 입장은 확연히 달라진다.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 일색이다.
6번 홀 전경
6번 홀 전경
제주도 서귀포시 상효동 일대에 자리한 우리들CC(대표 김수경)는 전장 7200야드, 18홀(파72)로 이루어졌다. 한라산 남동쪽 아랫자락에 위치한 돈내코 일원 중 해발 200m에서 400m에 이르는 큰 경사지에 자리하고 있다. 한라산 서북벽 아래에서 발원한 효돈천의 큰 계곡 두 줄기가 돈내코 주변을 흐른다. 돈내코는 연평균 영상 16.7도의 온화한 기후에 겨울철에는 바람이 없고 눈이 쌓이지 않아 제주도민들이 가장 살기 좋은 명당으로 손꼽는 곳이다.

한라산 남동쪽에 있어 겨울철 중국 쪽에서 불어오는 차갑고 건조한 북서풍의 영향을 받지 않아 따뜻하고 적정한 습도를 유지해 다양하고 풍성한 식생을 볼 수 있다. 탁 트인 시야와 닭이 알을 품고 있다는 금계포란형의 지형은 포근하게 담겨 있는 듯 겨울에는 따뜻하고 여름에는 시원한 곳이다.
12번 홀 그린.
12번 홀 그린.
이런 원시적인 자연은 미국인 이방인의 눈에도 경이롭게 비췄던 모양이다. 설계를 맡은 잭 니클라우스는 코스 설계의 핵심 콘셉트를 ‘룩 앤드 필(Look & Feel)’로 잡았다. 있던 그대로의 자연을 최대한 보호해 지형의 독특함을 그대로 느끼게 하는 것이다. 단지 습관적으로 공을 쳐내는 것이 아니라 티잉 그라운드에서 홀을 바라보며 느껴지는 레이아웃을 그대로 머리와 몸에 반영해 어떻게 세컨드 샷을 공략하고 온 그린을 할 것인지 홀마다 매니지먼트를 하고 티 샷을 하게 만들어 오감을 극대화하자는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우리들CC를 찾은 골퍼들의 평가는 “다이내믹하다”, “재미있다”, “도전적이다”, “핸디캡이 낮은 골퍼들은 좀 어렵기는 하지만 설계가 참 잘 됐다”고 말한다. 특히 골퍼들이 흥미를 더하는 것은 다양성과 공정함, 그리고 뛰어난 샷 밸류다. 이는 홀마다 레이아웃과 느낌이 다르고 난이도 또한 계속 변해 새로운 기분으로 접근하게 하고 다양한 클럽을 사용하면서 플레이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클럽하우스 블루룸.
클럽하우스 블루룸.
또한 우리들CC는 흔히 하는 말로 보너스 홀이 없다. 스코어를 기준으로 코스를 평가(?)하는 일부 골퍼들에게는 다소 불평을 들을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무작정 골퍼들을 힘들고 곤란하게 하는 코스는 절대 아니다. 단순하게 드라이버를 치고 남은 거리는 첫 번째, 두 번째 샷을 하는 것이 아니라 골퍼의 모든 감각을 총동원해 매홀 스토리를 만들어 가야 한다는 의미이며 매우 전략적이라는 의미다.

코스의 전반적인 느낌은 제주에서는 쉽게 보기 힘든 산악형에 가까운 느낌이다. 그래서 평지에서 오는 부담감과는 다르게 상당한 위압감을 준다. 첫 홀(파5·561야드)은 내리막에서 오르막으로 이어지는 홀로 티잉 그라운드에 서면 좁은 페어웨이와 제주 특유의 바람까지 동반하면 강한 압박감을 넘어 오늘 라운드가 만만치 않겠다는 것을 직감케 한다. 페어웨이를 놓치면 로스트볼이 될 가능성이 아주 높다. 그래서 과욕은 절대 금물이다. 짧아도 정확하게 또박 또박 전략을 가지고 공략해야 한다.‘오늘 동반자들에게 뭔가 한번 보여줘야지’, ‘내 핸디가 얼만데’ 했다가는 가지고 간 공이 부족할지 모른다.
클럽하우스 블루룸.
클럽하우스 블루룸.
벤트그라스가 식재된 그린의 특징은 제주도 골프장의 애로사항인 마운틴 브레이크(mountain break)를 최소화하는 설계를 채택했다. 한라산으로 인한 착시현상을 줄여줘서 안정적인 그린 플레이를 할 수 있게 만들었고 언듈레이션이 커서 다소 부담스러워할 수 있으나 몇 홀 돌다 보면 금방 익숙해져 그린에서의 재미를 느낄 수 있다.

코스를 설계한 잭 니클라우스는 파5, 롱 홀에 대한 설계에 공을 많이 들였다. 네 개 홀 중에서 한 개 홀은 투 온 도전이 가능하게 만들었고, 또 다른 홀은 투 온 도전을 거의 불가능하도록 만들었으며, 나머지 두 개 홀은 제주 특유의 날씨 여건과 골퍼 개인의 능력에 따라 도전 가부를 결정하도록 만들어 놓았다.
최정화 작가의 ‘객석’.
최정화 작가의 ‘객석’.
시그니처 홀인 6번(파5·76야드) 홀은 제주 천혜의 풍광과 플레이 난이도, 전략적 선택이 필요한 도그레그 홀이다. 드라이버를 계곡을 넘겨 좌우측 숲 사이로 안전하게 안착시켜야 하며 세컨드 샷 지점에서는 바다를 향한 맞바람 샷을 해야 하고 어프로치는 큰 폰드를 넘겨야 하는 상당히 난이도가 있는 홀이다.

가장 어려운 홀은 핸디캡 1번인 13번(파5·611야드) 홀이다. 약간 오르막으로 거리가 길어 장타자라도 레귤러 온을 위해서는 세 번째 샷을 120야드가 넘는 계곡을 넘겨서 쳐야 하는 홀이다. 설령 계곡을 넘긴다 해도 방향이 조금이라도 틀어지면 환상적인 어프로치를 해낼 수 있어야만 파 세이브를 할 수 있는 아주 힘겨운 홀이다.
레스토랑에서 즐기는 피자.
레스토랑에서 즐기는 피자.
한편 우리들CC에는 다양한 볼거리가 많다. 로비에 설치된 ‘더 테이블’은 헝가리의 소도시 페에치에서 1902년에 태어난 마르셀 브로이어의 작품으로 그는 바우하우스에서 교육을 받아 근대 건축의 선도자 중 한 사람으로 우뚝 서게 됐으며, 근대 건축가로서, 가구디자이너로서 명성을 날렸다.

이 밖에도 최정화 작가의 ‘제주의 폭포’, 설치미술가 김승영의 ‘누드 엘리베이터’, 미국 출신의 빛 예술가 제임스 투렐의 ‘스카이 스페이스’ 등 국내외 유명 작가들의 미술품을 감상할 수 있다. 옥빛 반짝이는 제주 서귀포 앞바다를 한눈에 담고 한라산 기슭에 숨겨진 진주 같은 우리들CC에서 가족들과 또는 지인들과의 골프 여행은 이 여름 최고의 선물이 될 듯하다.


이승재 기자 fotolees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