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 비중 확대…美 ETF 관심‘쑥’

재테크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 핵심 동력은 글로벌 자금 흐름의 변화다. 글로벌 자금 흐름의 변화에 따라 재테크에 대한 전통적인 믿음도 위협받고 있다. 재테크 패러다임의 변화에 대처하는 전략을 찾아본다.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미국 등 각국 정부는 공격적인 유동성 확대 정책을 폈다. 선진국에서 대규모로 풀린 자금은 주식, 채권, 원자재 등 모든 자산 가격을 끌어올렸다. 신흥국으로도 유동성이 흘러들었다. 하지만 최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양적완화(QE) 축소를 시사하면서 글로벌 자금 시장이 흔들리고 있다. 미국 금리가 상승하면 낮은 금리로 돈을 빌려 신흥국 등 고위험 자산에 투자했던 형태에 제동이 걸리게 된다. 채권이나 원자재의 경우 먼저 빠져 나올수록 손실 폭이 작기 때문에 투자자들은 경쟁적으로 투매를 벌인다. 미국 경기가 회복되고 있긴 하지만 과거와 달리 소비가 급증하지 않아 신흥국 수출 경기 회복에 큰 도움이 안 된다. 반면 선진국은 느리지만 견조한 회복세가 유지되고 있는 데다 글로벌 자금도 유입된다.


지금 같은 시기에는 월별 또는 분기별로 자산 포트폴리오를 조정하면서 리스크를 관리하고 수익성 있는 상품으로 자산을 재배분하는 게 유리하다.



뒤집어지는 ‘재테크 상식’
전문가들은 이 같은 글로벌 자금 흐름의 변화로 인해 재테크에 대한 전통적인 믿음이 도전받고 있다고 설명한다. 최근엔 채권 가격 급락으로 인한 피해가 두드러진다. 문홍철 동부증권 연구원은 “금리가 사상 최저 수준으로 내려오면서 듀레이션(금리 변화에 따른 채권 가격 변화 수준)이 높아진 상태”라며 “금융 위기 이전보다 금리 상승으로 인한 채권 가격 하락폭이 크다”고 설명했다. 금리가 사상 최저 수준으로 하락했던 지난해 10년 이상 장기채를 매입한 투자자의 경우 낮은 금리로 이표이자를 몇 년간 계속 받든지 아니면 큰 폭의 손실을 입고 손절매를 하든지 선택해야 하는 상황이다.

신흥국이 선진국보다 수익률이 높다는 인식도 깨지고 있다. ‘브릭스(BRICs)’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낸 골드만삭스는 지난달 말 발간한 보고서에서 “신흥국 시장이 구조적으로 좋은 성과를 낼 수 있었던 시기는 끝났다”고 주장했다. 이들 국가의 수출지향형 제조업이 수요 둔화와 과잉 설비로 수익성이 악화된 데다 이에 따라 원자재 수요도 줄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분산투자가 적합한 전략인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유동성 장세가 끝나면서 주식, 채권, 원자재 가격이 동시에 급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경제신문이 동부증권에 의뢰해 6월 7일부터 7월 5일까지 자산 가격 간의 상관계수를 구했다. 국내 주가는 신흥국 주식(0.92), 국내 채권(0.89), 미국 채권(0.89) 등과 국내 채권은 미국 채권(0.95) 및 신흥국 채권(0.92)과 아주 밀접한 관계를 가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상관계수가 1이면 완전히 함께, -1이면 완전히 반대 방향으로 움직인다는 의미다. 0에 가까울수록 서로 무관하다. 자산 가격의 변동성이 커지면서 무조건적인 장기 투자는 피하라는 전문가들도 있다.

김소정 KDB대우증권 컨설팅지원부장은 “월별 또는 분기별로 자산 포트폴리오를 조정하면서 리스크를 관리하고 수익성 있는 상품으로 자산을 재배분하는 게 유리하다”고 조언했다. “불확실성이 큰 만큼 예상되는 상황에 따라 대응 시나리오를 설정한 뒤 기동력 있게 자산을 배분하는 방식이 ‘지키는 투자’에 있어서 최적의 방법”이라는 것이다. 아예 현금 비중을 높이라고 권하는 전문가도 많다. 불확실성이 해소됐을 때 유망한 자산에 투자할 실탄을 마련해 두는 게 더 낫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자산가들은 최근 급격히 현금 비중을 늘리고 있다. 이재경 삼성증권 SNI강남사업부장(상무)은 “예전 같다면 현금 비중이 아무리 높아도 전체 자산의 5% 밑이었지만 지금은 상당수 고객들이 현금성 자산의 비중을 10~20% 정도로 늘렸다”며 “현금 비율이 30%에 달하는 자산가들도 있다”고 전했다. 이 상무는 “현금 비중이 낮은 고객들에 대해서는 손절매를 해서라도 현금을 확보할 것을 조언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에선 투자 목표를 확실히 정하고 여기에 맞춰 수익률과 리스크를 관리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김소정 부장은 “수익성 등 특정한 장점만 보고 투자했다가 큰 손실을 볼 수 있다”며 “투자자 자신이 중심을 잡고 본인에게 맞는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투자자의 니즈에 맞는 자산 배분이 강조되는 이유는 저성장·저금리의 진전으로 해외 투자나 중위험·중수익 상품이 확산되는 상황과 연관이 있다. 글로벌 금리가 상승하더라도 국내 금리는 일정 수준 이상으로 상승하기 힘들다는 게 대부분의 견해다. 이 때문에 수익성을 연 5~6% 정도로 끌어올리기 위해서도 상당한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김현수 우리투자증권 100세시대연구소 연구위원은 “이들 자산은 기대 수익률이 높아질수록 그만큼 위험도 커지기 때문에 자산 배분 전략을 명확히 짜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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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진국 주식·채권에 관심
최근 자산가들이 가장 관심을 기울이는 투자 상품은 미국 증시에 상장된 상장지수펀드(ETF)다. 미국 주식을 비롯해 채권, 외환, 원자재 등에 투자해 수익률을 높이겠다는 계산이다. 미국 내 리츠(REITs)에 전체 자산의 95%를 투자하는 ‘아이셰어즈 다우존스 미국 부동산(IYR)’, 장기 미 국채 가격과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는 ‘프로쉐어즈 울트라숏 바클레이즈 20+미 국채(TBT)’ ETF, 달러화 가치에 따라 가격이 움직이는 ‘파워셰어즈 DB 달러 인덱스(UUP)’ ETF 등에 대한 문의가 늘어나고 있다. 이 밖에도 미국 제약 및 의료 관련 종목을 담은 ‘헬스케어 부문 SPDR(XLV)’나 미국 대표 에너지기업에 투자하는 ‘에너지 부문 SPDR(XLE)’ ETF 등도 투자자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고 있다.

일부 자산가들은 ‘시니어론(senior loan)’에 대한 투자도 늘리고 있다. 시니어론은 은행 등 금융사가 미국 투자부적격 기업에 담보를 받고 자금을 빌려준 변동금리 대출 채권이다. 시니어론의 장점은 변동금리가 적용된다는 점이다. 또 은행 대출이다 보니 담보가 있고 부도 시 가장 먼저 변제된다는 점도 부각되고 있다. 미국 등의 고위험 회사채에 투자하고 싶지만 채권 금리 및 기업 부도율 상승을 우려한 투자자들에게 매력적인 대안인 셈이다. 하지만 하이일드채권보다 유동성이 떨어져 신용등급에 다른 가산금리(스프레드)가 상승하면 손실 폭이 상대적으로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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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귀동 한국경제 기자 claymo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