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쇼크 등 악재 겹친 코스피


산 넘어 산이다. 2분기 어닝 시즌의 포문을 연 삼성전자가 기대치에 훨씬 못 미치는 실적을 발표하면서 국내 증시의 발목을 잡고 있다. 코스피 시장이 삼성전자 쇼크와 엔화 약세, 고유가 등 삼재(三災)를 뚫고 반등할 수 있을지 점검해본다.



삼성전자가 기대에 못 미치는 실적을 발표한 가운데, 미국 중앙은행(Fed)의 양적완화(QE) 조기 축소 발언으로 달러화 가치가 오르면서 엔화 약세가 재개됐다. 이런 가운데 이집트를 비롯한 중동 국가의 정국 불안으로 유가마저 치솟았다. 안팎으로 기댈 구석 하나 안 보이지만 ‘가장 안 좋을 때가 사야 할 때’라는 증시 격언처럼 지금이 좋은 주식을 싼값에 살 수 있는 기회라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3분기 주식시장이 ‘삼성전자 쇼크’와 엔화 약세, 고유가 등 ‘삼재’를 뚫고 반등할 수 있을까.


삼성전자는 기존 제품에 ‘노트2’등 신제품 라인이 강화되면서 실적이 개선될 가능성이 충분하다.


삼성전자, 130만 원 이하는 ‘싸다’
지난 6월 외국계 증권사인 JP모건이 이익 전망치를 낮추면서 시작된 삼성전자의 주가 하락은 7월 초 잠정 실적을 발표하면서 가속화됐다. 10조 원을 넘을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삼성전자의 2분기 영업이익은 애널리스트들의 평균 추정치(10조1000억 원)를 밑도는 9조5000억 원으로 집계됐다. 사상 최대 수준이지만 기대치가 워낙 높았던 탓에 시장에선 오히려 ‘어닝 쇼크’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JP모건 보고서가 나온 뒤 한 달간 외국인은 3조1000억 원가량의 삼성전자 주식을 내다팔았고, 주가는 20% 가까이 급락해 지난해 9월 이후 최저치인 120만 원대 초반까지 밀렸다. 대장주 삼성전자의 부진은 전기전자업종 전반으로 확산되면서 코스피 지수가 하락하는 주요 원인으로 작용했다.

전문가들은 130만 원 이하 주가는 부진한 실적을 감안해도 지나치게 저평가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송종호 KDB투자증권 IT팀장은 “2분기 실적 부진으로 향후 이익 전망 역시 낮아질 수 있지만 ‘갤럭시S3’와 ‘갤럭시S4’의 판매가 지속되는 가운데 ‘노트2’ 등 신제품 라인이 강화되면서 실적이 개선될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말했다. 130만 원 아래에서는 ‘팔자’로 대응하기보다 저가 매수에 나서는 것이 유효한 투자 전략이라고 조언했다.

곽현수 신한금융투자 연구원도 “과거 실적과 추정치의 최대 오차 범위인 20%를 반영해도 내년 순익 규모는 24조~25조 원에 달할 전망”이라면서 “이를 기준으로 한 주가수익비율(PER)은 6.5배로 바닥 수준”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추가적인 주가 급락 가능성은 낮다는 판단이다.

다만 하반기 이후 성장 둔화 우려로 주가가 빠르게 반등하기는 힘들 것이란 분석이 많다. 오승훈 대신증권 시장전략팀장은 “7월 이후 시가총액 비중이 정보기술(IT)과 비슷한 자동차, 조선, 화학 등이 반등하면서 코스피 지수 낙폭을 제한하는 효과를 주고 있다”며 “삼성전자 주가가 안정되기만 해도 증시 반등 폭은 커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KOSPI] ‘서머랠리’ 기대 접고 실적 중심 접근
엔화 약세와 고유가엔 내성이 생겨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 계획으로 글로벌 유동성이 달러 자산으로 회귀하면서 내림세를 보이던 엔·달러 환율이 다시 치솟고 있다. 여기에 국제유가가 1년 만에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하며 고공행진하고 있다. 수출 기업 비중이 높은 국내 주식시장에선 엔화 약세와 고유가 모두 걱정거리가 아닐 수 없다.

하지만 한 차례 데인 국내 기업들이 대비책을 마련해둔 데다 주식시장도 어느 정도 내성이 생긴 터라 크게 악재로 작용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유승민 삼성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상반기와 달리 엔화와 함께 원화도 약세를 보이고 있다”며 “수출 기업들의 실적에 미치는 영향은 상대적으로 제한적”이라고 말했다. 오히려 엔화 약세의 원인인 글로벌 유동성 회수 과정이 완료되고 나면 펀더멘털이 양호한 한국 증시로 외국인 자금이 복귀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엔·달러 환율이 가파른 오름세를 보이긴 힘들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유익선 우리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일본이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아베노믹스’의 부작용을 경계하며 기존 정책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엔화 약세가 진행되더라도 그 속도는 더딜 것”으로 예상했다. 이어 그는 “외환시장의 변동성이 점차 완화되면서 수출 기업들의 실적에 대한 우려도 잦아들 전망”이라고 덧붙였다.

국제유가 역시 배럴당 110달러를 넘어가면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질 수 있지만 현재 상황에선 가능성이 낮다는 분석에 힘이 실리고 있다.
[KOSPI] ‘서머랠리’ 기대 접고 실적 중심 접근
전문가들은 삼성전자의 부진과 엔화 약세 및 고유가 부담이 증시의 발목을 잡고 있지만 추가적인 가격 조정 가능성은 낮다는 데 의견을 같이 하고 있다. 하지만 당분간은 강한 반등 역시 기대하기 힘들 것이란 분석이다. 어찌됐든 미국의 출구전략이 시작됐고, 그에 따른 글로벌 유동성 흐름의 변화가 단기적으로는 국내 증시에 그다지 우호적이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강한 반등보단 박스권 유지 가능성 커
김병연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중앙은행의 발언이나 중국의 경제지표, 국내 기업 실적 등 확인하고 넘어가야 할 변수들이 많아 외국인뿐 아니라 국내 투자자들도 관망세를 유지하고 있다”며 “거래대금이 정체돼 있는 상황에서는 증시가 방향성을 잡거나 크게 오르긴 힘들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올여름 ‘서머랠리’에 대한 기대는 접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오성진 현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유동성의 힘으로 오른 자산들이 한 차례 차익 실현 과정을 거치고 나면 미국과 일본, 유럽의 경기 회복을 배경으로 실적이 뒷받침되는 종목들에서 강세가 나타날 것”이라며 “지금은 그런 종목들을 먼저 사들이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KOSPI] ‘서머랠리’ 기대 접고 실적 중심 접근
동양증권은 “피할 수 없다면 누리는 전략도 유효하다”고 조언했다. 달러 강세는 환율에 민감한 자동차와 자동차부품주에 호재가 될 수 있다. 미국 기업들이 출구전략 종료 이후 금리가 오르기 전에 투자 확대에 나설 경우 원자재나 중간재 성격이 강한 제품을 취급하는 국내 기업들이 수혜를 받을 것으로 내다봤다. 또 저성장 국면에서는 적은 금액으로 만족도를 높일 수 있는 영화나 레저 관련 산업이 호황을 누릴 수 있다.



강지연 한국경제 기자 sere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