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5일 서울대 어린이병원 3층 회의실에서는 피오 체사레의 피오 보파 대표와 오병희 서울대학교병원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뇌 산소도 측정기’ 기증식이 있었다. ‘뇌 산소도 측정기’는 보파 대표와 서울대 김재찬 박사가 주최한 와인 경매 수익금으로 마련됐다.
[SPOT INTERVIEW] 서울대 어린이병원에 의료기기 기증한 피오 체사레 피오 보파 대표
“피오 체사레의 철학은 사람들에게 기쁨을 주는 것입니다. 이번 기증은 그 연장선에서 아이들에게 기쁨을 주는 것입니다.”

서울대 어린이병원 3층 회의실에서 만난 피오 보파 대표의 말이다. 피오 체사레는 안젤로 가야, 프레스코발디와 함께 이탈리아 3대 와인 명가 중 하나다. 보파 대표가 머나먼 이탈리아에서 한국 어린이들을 위해 ‘뇌 산소도 측정기’를 기증한 데는 12년 지기인 서울대 어린이병원 소아성형외과 김재찬 교수와의 아름다운 인연이 연결고리가 됐다.


8병의 와인 경매로 2180만 원 후원금 마련
두 사람의 만남은 2002년 한국에서 열린 한 와인 시음 행사에서 이루어졌다. 와인 행사를 찾은 보파 대표의 눈에 당시만 해도 낯설던 피오 체사레 와인을 음미하던 김 교수가 들어온 것이다.

시음회를 계기로 김 교수와 교류를 이어오던 보파 대표는 5년 전부터 선천성 안면기형 환자를 돕는 모임인 ‘동그라미 캠프’ 후원 행사에 와인을 기증했다. 1996년 설립된 동그라미 캠프는 김 교수가 설립 단계부터 관여한 모임으로, 보파 대표는 후원금 모금 자선 와인 행사에 와인을 기증한 것이다.

지난 4월 자선경매 행사는 그 연장선에 있다. 이번 경매를 위해 보파 대표는 패밀리 셀러에 잠자고 있던 피오 체사레 바롤로 1974년 매그넘, 피오 체사레 바르바레스코 2005년 제로범 등을 내놨다. 그중에는 최근 30년간 바롤로 와인 중 최고 빈티지로 꼽히는 1989년과 피오 체사레 창립 100주년을 맞아 VIP들에게 헌정한 1974년 빈티지가 포함돼 있었다.

경매에서는 피오 체사레 바롤로 오르나토 2005년 제로범이 600만 원으로 최고가에 팔렸다. 피오 체사레 바르바레스코 2005년 제로범이 420만 원, 피오 체사레 바롤로 1990년 매그넘과 피오 체사레 바르바레스코 1997년 매그넘이 각각 400만 원에 주인을 찾았다. 경매를 통해 조성된 총 금액은 2180만 원. ‘뇌 산소도 측정기’는 이 기금에 경매 행사에 참석한 애호가들의 후원금을 더해 구입했다.

행사를 주관한 김 교수는 “어린이병원은 구조상 대부분 적자를 면치 못 한다”며 “선진국처럼 한국에도 후원회 문화가 하루 빨리 정착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김 교수와 보파 대표는 앞으로도 어린이들을 도울 수 있는 활동을 함께 할 계획이다.


신규섭 기자 wawoo@hankyung.com
사진 서울대 어린이병원 후원회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