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만 원대 빙수에서 12만 원짜리 불도장까지

무더운 날씨엔 잘 먹는 것만큼 좋은 보약이 없다. 단백질과 섬유질, 비타민이 풍부한 제철 식재료로 만든 보양식은 땀을 많이 흘리는 여름철 기를 보하고 영양을 채워준다. 생소한 이름만큼이나 각종 진귀한 재료를 넣어 만든 호텔가 최고급 보양식 메뉴가 미식가를 유혹한다.
[GOURMET REPORT] 특급 호텔의 시원~한 최고급 보양식 납시오!
불공 드리던 스님도 담 넘는다! ‘불도장’
[GOURMET REPORT] 특급 호텔의 시원~한 최고급 보양식 납시오!
불도장은 여름철 보양식 중에서도 단연 일인자로 손꼽힌다. 중국 광둥(廣東) 지방의 고급 요리인 불도장은 10여 년 전부터 특급 호텔 중식당을 중심으로 선보이고 있다. ‘불공 드리던 스님이 냄새에 이끌려 담을 넘는다’는 이름의 뜻처럼 쌉싸래하면서도 구수한 향이 특징. 불도장이 건강식일 수밖에 없는 이유는 재료에 있다. ‘육(陸)·해(海)·공(空)’을 기본으로 각종 몸에 좋다는 재료들은 다 들어간다고 보면 된다. 오골계, 인삼, 전복, 상어 지느러미, 도가니, 표고버섯이 주재료며 나머지는 주방장들이 자유자재로 사용한다. 리츠칼튼 호텔 중식당 ‘취홍’의 조경식 총괄셰프는 불도장에 해삼, 장뇌삼, 감초를 더하고 능이버섯, 백화고, 상황버섯, 자연송이 등 진귀한 버섯을 넣어 ‘장뇌삼 불도장’을 완성했다. 불도장은 중국 음식 가운데 유일하게 기름에 지지거나 볶지 않고 8시간 넘게 찌는 요리로, 곰탕처럼 무겁지 않고 가벼우면서도 깔끔하게 즐길 수 있다. 뜨끈한 육수 국물을 맛보고 푹 고아 흐물흐물해진 육·해·공을 골고루 먹으면 어느새 땀이 송글송글 맺히면서 몸이 따뜻해진다. 조 셰프는 “맑은 국물을 연속해서 떠먹은 뒤 재료들을 두반장과 곁들이면 맛이 좋다”고 조언했다. 12만 원(세금 및 봉사료 포함). 02-310-7333


용왕님의 보양식, 진한 국물 ‘해신탕’
[GOURMET REPORT] 특급 호텔의 시원~한 최고급 보양식 납시오!
‘바다의 신’ 용왕이 즐겨 먹는다는 ‘해신탕’은 각종 한방 재료를 우려낸 진국에 활전복과 영계, 세발낙지를 넣어 끓인 전복 삼계탕이다. 자양강장에 좋아 진시황제가 불로장생을 위해 구해 먹었다는 전복은 단백질과 비타민이 풍부해 예로부터 고급 수산물로 인정받았다. 세발낙지는 정약전이 ‘자산어보(玆山魚譜)’에서 그 효능을 인정한 음식으로 각종 무기질과 아미노산, 단백질 등이 풍부하다. 쉐라톤 그랜드 워커힐 호텔의 한식당 ‘온달’은 조리 팀이 10년 동안 직접 연구·개발했다는 해신탕을 반상차림으로 선보인다. 황기, 당귀, 가시오갈피 등 한방 재료를 10시간 동안 우려내고 녹두, 찹쌀, 잣, 흑임자 등 견과류를 곱게 갈아 넣어 진하고 고소한 국물 맛을 내는 데 주력했다. 각각의 재료를 하나하나 음미하다 보면 올여름 ‘바다의 신’이 된 듯 든든해진다. 9만6000원(세금 및 봉사료 포함). 02-450-4518


여름 생선은 내가 최고 ‘장어·농어·민어’
농어회
농어회
장어구이 세트
장어구이 세트
삼계탕과 함께 ‘보양식 양대 산맥’의 한 축을 담당하는 장어는 원래 일본에서 여름철에 즐겨 먹는 음식이다. 일본은 복날 아침 장어 음식점 앞에 인파가 몰리는데, 이는 검정 음식이 정력에 좋다는 속설에서 비롯된 풍습이다. 이들은 주로 구이와 덮밥으로 즐겨 먹는다. 실제, 장어는 여름철 부족하기 쉬운 비타민A가 소고기의 200배에 이르며, 단백질 함량이 높아 원기를 북돋워준다. 스태미나에 좋다고 입소문이 나면서 남성들이 즐겨 찾지만, 실제로는 비타민A가 피부 노화를 막아줘 여성에게도 좋은 보양식이다.

‘복더위에 민어찜이 일품’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여름철 대표 보양식으로 손꼽히는 민어는 지방이 적고 단백질이 풍부하며 비타민, 칼륨, 인 등 각종 영양소가 함유돼 더위에 지친 기력을 회복하는 데 효과가 있다. 밀레니엄 서울힐튼 일식당 ‘겐지’에 가면 장어와 농어 요리를 맛보자.

장어는 ‘장어구이세트’, ‘장어와 현미 찜밥’, ‘장어와 야채초밥’ 등으로 구성됐으며, 여름 제철생선 농어와 민어는 농어회, 농어냄비, 농어구이, 민어지리로 즐길 수 있다. 특히 민어지리는 뜨끈하면서도 시원한 국물이 일품이다. 5만2000~15만 원(세금 및 봉사료 포함). 02-317-3240


우럭과 버섯의 기막힌 만남 ‘백우렁농탕’
[GOURMET REPORT] 특급 호텔의 시원~한 최고급 보양식 납시오!
우럭은 담백하고 육질이 부드러워 임금님 수라상에 빠지지 않고 올라가는 생선 중 하나였다. 이 귀한 생선이 송이, 노루궁뎅이, 황금팽이 등 몸에 좋은 각종 버섯과 만나 진한 국물 요리로 재탄생했다. 임피리얼팰리스서울의 중식당 ‘천산’에서 판매하는 ‘모둠버섯 백우렁농탕’은 정확히 말해 대만 출신 셰프가 만든 한국식 보양식이다. 최근 이 중식당 총괄 주방장으로 영입된 친쉬린(秦續林) 셰프는 일반적인 지리 조리법과 다르게 다채로운 채소를 고소한 육수와 함께 중식 팬에 볶아 끓여냈다. 그는 “한식의 모습이지만 중식의 맛도 함께 느낄 수 있어 이색적”이라고 말했다. 우럭의 뼈를 오랫동안 정성스럽게 고아냈기 때문에 일반 생선 지리와는 다른, 고기 국물같이 뽀얀 육수를 맛볼 수 있다. 건강을 위해 조미료 대신 과일 ‘리치’를 넣어 단맛을 내고, 특별히 공수한 히말라야산 솔트, 백후추로 간을 맞췄다. 12만 원(세금 및 봉사료 포함). 02-3440-8141


제주의 여름 향기를 담은 ‘녹차 회냉면’
[GOURMET REPORT] 특급 호텔의 시원~한 최고급 보양식 납시오!
냉면은 원래 이북 평안도 사람들이 겨울철에 먹던 간식이다. 그 옛날 먹을거리가 귀했던 시절 추운 날이면 군불 뗀 방 안에서 국수를 사다가 동치미 국물에 말아 덜덜 떨면서 먹었다. 아무리 ‘이열치열’이라지만 살얼음 육수에 만 시원한 냉면 한 그릇이면 더위가 저만치 달아나니 그 자체로 힐링이다. 올여름 호텔 냉면으로는 하얏트 리젠시 제주의 ‘제주녹차 회냉면 세트’가 인기다. 제주녹차냉면은 제주산 녹차를 넣은 반죽으로 호텔에서 직접 뽑아 만든 쫄깃한 면발과 신선한 제주의 활어회를 고명으로 얹은 비빔 회냉면. 여기에 제주 삼다 표고버섯이 들어간 제주 흑돼지 바비큐 폭립이 함께 제공되니 한 그릇으로 배가 두둑해진다. 왕의 식탁에 올랐다고 전해지는 제주 한라산 표고버섯과 제주산 전복 및 샐러드가 전채요리의 코스로 제공되니 온전히 제주의 기운을 받을 수 있는 보양식이라 하겠다. 4만5000원(세금 및 봉사료 포함). 064-733-1234


부드러운 우유 얼음과 눈맞은 ‘애플망고빙수’
[GOURMET REPORT] 특급 호텔의 시원~한 최고급 보양식 납시오!
아삭아삭 시원한 간 얼음에 각종 고명을 얹은 팥빙수를 여름철 보양식 명단에서 빼면 아쉽다. 웬만한 커피전문점이 저마다 화려한 위용을 뽐내는 빙수를 내놨지만 호텔 빙수는 아무래도 퀄리티 측면에서 앞서간다. 롯데호텔 더 라운지에서 맛볼 수 있는 ‘애플망고빙수’는 올여름 등장한 여러 빙수들 가운데 최고가를 자랑한다. 보기만 해도 상큼한 ‘애플망고빙수’는 3만9000원(세금 및 봉사료 포함). 사과향이 살짝 배어있어 달콤하면서도 부드러운 식감의 애플망고는 비타민이 풍부해 맛과 영양을 동시에 챙길 수 있는 여름 과일이다.

우유를 베이스로 곱게 간 얼음 위에 달콤한 애플망고를 올린 것이 전부. 언뜻 시시해 보이지만 다른 재료를 과감히 빼고 주인공 애플망고에만 집중하겠다는 전략이다. 작은 그릇에 따로 담겨 나오는 홈 메이드 팥과 망고 시럽을 기호에 따라 더하면 한층 조화로운 맛의 향연이 펼쳐진다. 02-317-7131


이윤경 기자 ramji@hankyung.com
사진 서범세 기자·각 호텔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