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

KB금융그룹의 새 역사를 쓸 임영록 호(號)가 닻을 올렸다. 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은 7월 12일 취임식을 갖고 공식 일정을 시작했다. 향후 임 회장의 행보에 따라 KB금융은 물론 전체 금융권에 큰 태풍이 몰아칠 것으로 예측돼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CEO OF THE MONTH] 부드러운 카리스마로 KB호 ‘키’를 잡다
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은 경기고와 서울대를 졸업한 뒤 행정고시 20회로 경제관료 생활을 시작한 전형적인 엘리트다. 재정경제원 자금시장과장, 재정경제부 은행제도과장·경제협력국장, 외교통상부 다자통상국장, 재경부 금융정책국장·차관보·정책홍보관리실장 등 대외 경제와 금융정책 분야의 주요 보직을 두루 거쳤다.

논리적이고 딱 부러지는 성격의 임 회장에게 ‘엄친아’, ‘차도남(차가운 도시 남자)’이라는 수식어가 붙지만, 겉으로 드러나는 이미지와 달리 관료 시절 마음고생도 많이 했다. 승진 때 번번이 누락되며 ‘만년 국장’이라는 오명을 썼고, 외교통상부로 밀려나기도 했다. 어렵게 차관보로 승진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물러나는 굴욕을 겪었다. 2008년 재경부 2차관으로 공직을 떠난 후 칩거하다 2010년 8월 KB금융 사장으로 취임했다. KB금융 사장으로 온 이후에도 결코 순탄하지 않았다. 지주사 사장 시절 한 게 별로 없다는 지적도 받지만 사실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았다. 지금 KB금융지주 회장 자리에 오르기까지 이런 인고의 세월이 있었던 것이다.

임 회장은 3년간 사장으로 재직해 KB금융의 내부 사정에 밝은 데다 정부와의 소통이 원활하다는 점을 높이 평가 받아 회장에 선임됐다. 특히 부드러운 카리스마와 소통은 그가 가진 장점 중 하나인데, 취임 첫날부터 이 능력은 제대로 발휘됐다.‘회장 및 행장 내부 인사 선임’을 주장하던 국민은행 노조는 임 회장의 출근길을 가로막으며 투쟁에 나섰다. 그는 노조를 전격 방문해 허심탄회한 이야기를 나누며 매듭을 말끔하게 풀었다. 이번 KB국민은행장 인선 과정에서 이건호 리스크관리그룹 부행장을 내정한 것을 두고 또 한 번 노조와의 갈등이 예상되는 만큼 어떻게 풀어나가느냐가 앞으로의 조직 경영에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임 회장의 취임과 함께 가장 관심을 끄는 부분은 KB금융이 우리투자증권과 우리은행 인수전에 뛰어들지 여부다. KB금융그룹은 이미 금융권에서는 가장 유력한 인수 후보 중 하나로 꼽힌다.

우리투자증권에 이어 우리은행까지 인수할 경우 KB금융은 총자산 600조 원 규모의 거대 공룡으로 거듭난다. 타 은행들을 압도하는 것은 물론 증권과 보험업계 모두 막강해지며, 카드업계에서도 신한카드를 따돌리고 정상에 올라서게 될 가능성이 높다. 앞으로 3년, KB금융의 운명은 그의 손에 달렸다. 임 회장이 그리는 청사진에 금융가의 모든 ‘눈’이 쏠리는 이유다.


이윤경 기자 ramji@hankyung.com
사진 한국경제 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