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금리 시대 자산관리법

저금리가 지속되면서 이자 수입에 의지한 은퇴 생활에 빨간불이 켜졌다. 투자 상품은 지금과 같은 저금리 시대에 적절한 대안이 될 수 있다. 단, 투자 상품을 운용할 때는 분산투자와 장기 투자라는 원칙을 항상 기억해야 한다.
[RETIREMENT PLAN] 저축·자산 형성·트레이딩 등으로 분산하라
지금과 같은 초저금리 시대에 개인들은 노후 자금 마련을 위해 어떤 대책을 강구해야 할 것인가.

다른 대책 없이 정년퇴직을 맞은 이들의 경우에는 재취업이나 창업을 해서 적은 금액이라도 근로소득을 얻는 방법밖에 없다. 저금리 시대에는 돈의 가치는 떨어지고 일의 가치는 올라간다. 어떤 사람이 허드렛일을 해서라도 매월 50만 원의 수입을 얻을 수 있다면, 2.5% 금리를 적용할 경우 2억4000만 원의 정기예금을 갖고 있는 것과 동일한 효과가 있다. 오래 일하는 것 자체가 그만큼의 가치를 갖는다는 뜻이다.


투자 상품으로 초저금리에 대응하라
40대 이전의 젊은 세대라면 국민연금, 공무원연금과 같은 공적연금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방법이 있다. 공적연금의 경우에는 연금 수령 시기가 되면 금리 수준에 관계없이 약속된 연금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아직까지도 국민연금에 가입하지 않은 사람이라면 서둘러 부부가 같이 국민연금부터 가입할 필요가 있다. 가정주부가 30세부터 매월 8만9000원씩 국민연금에 임의가입을 한다면, 60세부터 세상을 떠날 때까지 매월 46만 원씩 연금을 받을 수 있다. 인플레이션이 되면 연금 수령액도 늘어난다. 그런데 연금의 경우에는 젊은 시절부터 장기간 가입하지 않으면 혜택을 볼 수 없다는 문제가 있다.

어느 정도의 금융 자산을 보유한 이들은 그 금융 자산을 주식이나 채권, 펀드, 변액보험, 변액연금과 같은 투자 상품에 운용해 고수익을 얻는 방법을 생각해 볼 수 있다. 금융 자산 운용을 예금처럼 금융기관이 운용의 결과를 책임져 주는 저축 상품 중심의 운용에서, 원금 손실의 리스크가 따르더라도 고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투자 상품 중심으로 바꾸는 것이다. 문제는 투자 상품의 경우 잘하면 고수익을 낼 수 있지만 잘못하면 원금을 까먹을 수도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투자의 원칙과 투자 상품의 내용에 대한 공부를 하지 않고서는 투자 상품 운용에서 성공할 수 없다.

지난 수십 년 동안 국내 투자자들은 투자 원칙과 투자 상품에 대한 공부를 제대로 하지 않고 목적 없고 충동적으로 투자했다가 크게 실패한 경험이 여러 번 있다. 2008년 세계 금융 위기 직전까지 투자자들은 중국 펀드나 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 등에 투자하는 이른바 브릭스(BRICs) 펀드만 찾았다. 그런데 금융 위기 이후에는 반대로 이런 펀드는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국내 주식형 상품, 특히 특정 종목에 집중 투자하는 자문형 랩어카운트 등으로 자금이 쏠렸다. 그러나 연이어 유럽 재정 위기가 닥치면서 자문형랩의 수익률도 급락했다. 투자자는 공황 상태에 빠졌고, 마땅한 새 투자처를 찾지 못하면서 결국 은행 정기예금 위주의 보수적인 투자로 돌아갔다.

원금 보장 성향이 있는 주가연계증권(ELS) 등 구조화 상품에도 자금이 몰렸는데 이 또한 많은 문제점을 노출했다. 지금과 같은 초저금리 시대에는 자신의 형편에 따라 보유한 금융 자산의 일정 부분을 리스크가 따르더라도 고수익을 낼 수 있는 투자 상품에 운용하지 않으면 안 되는데, 정작 그 투자 상품은 거들떠보지도 않는 상황이 된 것이다.


투자 상품 운용에 성공하려면?
그렇다면 개인들이 투자 상품 운용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을 해야 할 것인가?

첫째는 자산을 하나의 금융 상품에 집중 투자해서는 안 된다. 분산투자의 원칙이다. 둘째는 투자 상품을 단기간에 샀다 팔았다 해서는 안 된다. 차분하게 물을 데워간다는 생각으로 보유해야 하는 것이다. 장기 투자의 원칙이다. 어려운 투자 이론 관련 도서를 읽는 것보다 이 두 가지 원칙을 지키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하다.

이 원칙들을 구체적으로 실천하는 방법의 하나로 필자는 투자자들에게 세 개의 주머니를 제시한다. 금융 자산의 규모에 관계없이 세 개의 주머니, 즉 ‘저축 주머니’와 ‘트레이딩 주머니’, ‘자산 형성 주머니’에 나누어 관리하라는 것이다.

첫째 주머니는 저축 주머니인데 이 주머니는 누구나 반드시 갖고 있어야 하는 주머니다. 몇 개월 이내에 써야 할 생활비, 자녀학자금, 그리고 예기치 않은 사태를 대비한 비상금 등은 여기에 넣어 관리한다. 그런 의미에서 생계용 주머니라고도 할 수 있다.

이런 자금은 필요하면 언제든 꺼내 써야 하기 때문에 은행예금이나 종합자산관리계좌(CMA)와 같이 원금 손실의 염려가 없는 저축성 상품에 넣어두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는 저축 주머니다. 필자는 40년 가까이 증권업계에 종사하면서 저축 주머니에 들어갈 자금을 리스크가 큰 주식에 투자했다가 엄청난 손해를 입은 사례를 여러 번 보았다.

두 번째 주머니인 트레이딩 주머니는 좀 노골적으로 표현한다면 투기 주머니, 또는 대박 주머니라고 할 수 있다. 트레이딩이란 주식, 채권, 선물·옵션 등의 개별 종목을 단기에 사고 팔아서 수익을 내는 것이다. 트레이딩 주머니는 여기에 쓸 돈을 넣어두는 주머니다.

물론 ‘트레이딩’도 투자의 한 종류임에는 틀림없다. 다만, 투자는 위험을 관리하면서 자산을 안전하게 운용한다는 의미를 갖고 있는 반면, 트레이딩은 위험을 각오하고 ‘단기에 승부를 건다’는 의미가 강하다. 그렇다고 투자는 좋은 것이고 투기에 가까운 트레이딩은 나쁜 것이라는 뜻은 아니다. 실제로 어떤 투자 종목이나 시황을 열심히 분석해서 단기에 투자에 성공하는 사람도 많이 있다. 특히 요즘은 인터넷으로 주식 트레이딩을 하는 투자자들이 늘고 있다. 미국에서는 60~70세의 노인들이 정년퇴직 후에 머리 회전이 둔해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 인터넷 트레이딩을 많이 한다고 한다.

다만, 트레이딩에 임하는 자세가 문제다. 트레이딩의 성공은 실력보다는 운에 의한 요소가 훨씬 크기 때문에 매번 성공하기가 불가능하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리스크가 큰 만큼 기대할 수 있는 수익도 큰 반면 크게 손해를 보는 경우도 생각해야 한다. 운이 좋아 수익을 많이 냈을 때는 그 돈으로 부부가 같이 여행을 하기도 한다. 그러나 2008년 금융 위기와 같이 예기치 않은 상황을 만나 큰 손해를 보는 경우에도 ‘오락을 했다’고 체념할 수 있어야 하며, 노후 생활에 타격을 줄 정도로 큰 비중을 차지해서는 안 된다. 미국 가정의 경우 금융 자산의 20% 이상은 트레이딩 주머니에 넣지 않는다고 한다. 또한 모든 사람이 트레이딩 주머니를 갖고 있어야 할 필요도 없다.


저금리·고령화 시대에는 젊은 시절부터 ‘자산 형성 주머니를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따라 노후의 생활수준이 결정된다.



세 개의 주머니 중 가장 중요한 주머니는 자산 형성 주머니다. 자신의 꿈을 실현하기 위한 자금을 비롯해서 자녀들의 교육 자금, 노후 생활 자금 등을 마련하기 위한 주머니이기 때문이다. 특히 지금과 같은 저금리·고령화 시대에는 젊은 시절부터 이 주머니를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따라 노후의 생활수준이 결정된다고도 할 수 있다.

자산 형성 주머니를 운용하는 전략은 ‘투자 대상의 분산’과 ‘장기 투자’에 두어야 한다. 일반 투자자의 경우에는 주식, 채권의 개별 종목에 직접투자하기보다는 전문가가 운용하는 펀드 투자가 좋다. 선진국의 직장인들은 대부분 펀드를 이용해서 노후를 대비해 자산 형성 주머니를 운용하고 있다.

이제 우리나라 가정에서도 저축 주머니와 트레이딩 주머니만을 드나드는 ‘모 아니면 도’ 식의 자산 운용에서 벗어나 ‘자산 형성 주머니’를 이용한 장기·분산투자 방식이 하루 속히 정착돼야 할 것이다.


강창희 미래와금융 연구포럼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