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지금까지 국내 외환시장은 급변하는 대외 요인에 전적으로 흔들림에 따라 변동성이 유난히 심한 시기로 요약된다. 올 1월 중순까지 원·달러 환율이 1050원대 초반까지 떨어지자 대부분 예측기관과 금융사들은 1000원이 조만간 붕괴될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이런 예상과 달리 1100원 이상으로 올라가면서 이제는 그 수준이 정착되는 분위기다.



많은 변수가 예상되지만 요인 분석(factor analysis)으로 본 향후 원·달러 환율은 크게 네 가지 요인에 의해 좌우될 가능성이 높다. 대외적으로는 달러화 위상을 계속해서 찾아갈 것인가 여부와 이보다 못하지만 엔화, 위안화 가치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대내적으로는 우리 경제 회복 여부와 국내 유입될 외국 자금의 향방도 변수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출구전략이 계속 필요한 상황이 된다면 유동성 환수, 기준금리 인상과 같은 적극적 의미의 출구 전략을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역시 최대 변수는 달러 강세 재현 여부다. 올 들어 주요 통화에 대해 오르내림을 반복하던 달러 가치가 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의 출구전략 추진 언급으로 미국 시장금리가 일제히 오르면서 강세로 전환되고 있다. 이 때문에 하반기 이후 달러 가치는 미국 경제 전망과 이에 따른 출구전략 추진 여부가 최대 변수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미국 경제 여건을 감안해 출구전략 추진의 성숙도를 평가해 보면 당장 추진될 가능성보다는 단계별로 추진될 것으로 예상된다. 앞으로 추진될 단계별 출구전략 시나리오를 예상해 본다면 첫 단계로 금융 위기 극복 대책과 관계없이 출구전략을 빨리 가져가게 할 수 있는 착시현상부터 제거하는 것이 중요한데, 현재 이 단계를 진행시키고 있다.

착시현상이 제거되면 투자자를 비롯한 모든 경제주체들에게 사전에 예고하는 ‘립 서비스(lip service)’를 본격적으로 시작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 후 계속해서 자산 부문 거품과 인플레이션이 우려된다면 기준금리를 곧바로 올리기보다 소극적 의미의 출구전략을 먼저 추진하는 것이 다음 수순이다.

이런 정책을 추진했음에도 출구전략이 계속 필요한 상황이 된다면 유동성 환수, 기준금리 인상과 같은 적극적 의미의 출구전략을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책금리를 올리는 경우 미국 등 선진국처럼 금리 체계가 잘 잡혀 있는 국가에서는 기준금리를 올리는 것이 효과적인 방안이다.

중장기적으로 금융 위기 이후 약화될 조짐을 보였던 ‘브레턴 우즈 체제’가 어떻게 될 것인가도 변수다. 브레턴 우즈 체제란 1944년 국제통화기금(IMF) 창립 이후 미국의 달러화를 기축통화로 하는 금환본위 제도를 말한다. 이 제도하에서는 달러화만이 금과 일정한 교환 비율을 유지하고 각국 통화는 기축통화와의 기준 환율을 유지함으로써 환율을 안정시켰다.

1970년대 들어 세계 교역 증대로 더 이상 달러의 금태환성을 보장하지 못하자 미국과 아시아 국가 간 묵시적 합의를 바탕으로 ‘강한 달러-약한 아시아 통화’를 유지해 왔다. 시각차가 있으나 국제 금융사에서 제2브레턴 우즈 체제는 이런 미국의 의도를 충분히 달성했던 것으로 평가됐다.

그 후 제2브레턴 우즈 체제에 균열을 보이기 시작한 때는 1980년대 초다. 아시아 통화에 대한 의도적인 달러화 약세로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는 더 이상 용인할 수 없는 위험 수준에 달했다. 당시 레이건 행정부는 여러 방안을 동원했으나 결국은 선진국 간의 미 달러화 약세를 유도하기 위한 플라자 합의로 이 문제를 어느 정도 극복할 수 있었다.

제2브레턴 우즈 체제에 또 한 차례 균열을 보이게 된 직접적인 계기를 제공한 것은 1995년 4월 달러화 가치를 부양하기 위한 역(逆)플라자 합의(anti-plaza agreement)와 아시아 외환위기 발생 당시다. 역플라자 합의에 따라 미 달러화 가치가 부양되는 과정에서 외환위기로 아시아 통화가치가 환 투기로 폭락하면서 ‘강한 달러-약한 아시아 통화’ 간의 구도가 재현됐다.

그 결과 2000년대 들어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가 불거지기 시작하면서 1980년대 초 상황이 재연됐다. 특히 2008년 발생했던 금융 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쌓인 미국의 쌍둥이 적자로 달러화 가치가 폭락할 경우 더 이상 기축통화 역할을 하지 못하지 않느냐는 시각도 제기돼 왔다. 이런 상황에서 2010년에 열렸던 서울 주요 20개국(G20) 정상회담 직전에 글로벌 환율전쟁 해결과 금융 위기 재발 방지 차원에서 제기된 ‘듀얼 Ⅲ’ 구상이 제기돼 눈길을 끌었다.

‘듀얼 Ⅲ’ 구상이란 금융 위기 이후 재연된 글로벌 환율전쟁을 해결하기 위해 로버트 졸릭 전 세계은행(WB) 총재가 새롭게 제시했던 ‘브레턴 우즈 Ⅲ’ 구상 중 하나다. ‘브레턴 우즈 Ⅲ’ 구상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1971년 닉슨의 금태환 정지 선언까지 지속돼온 ‘브레턴 우즈 Ⅰ’ 체제, 과도기인 스미드 소니언 체제를 거쳐 1976년 킹스턴 회담 이후 지금까지 지속돼온 ‘브레턴 우즈 Ⅱ’ 체제에 대비되는 개념이다.

기본 배경은 세계무역질서로 봤을 때 중국 등 신흥국의 위상이 높아진 데 반해 국제통화질서는 달러 중심 체제가 유지되는 과정에서 이들 두 질서 간 불일치(mis-match) 현상으로 환율전쟁과 같은 각종 마찰이 빈번하게 발생한다는 인식에서 출발한다. 특히 중심통화 역할을 해오던 달러화가 가치를 유지하지 못하는 게 더 큰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고 봤다.

이 때문에 ‘브레턴 우즈 Ⅲ’ 체제는 달러화와 함께 엔화, 유로화, 위안화를 중심통화로 인정하는 복수통화바스켓 제도를 추진하고, 이들 통화가치를 금과 연계시켜 유지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2010년 당시 세계은행 총재였던 졸릭과 지난해 미국 선거 과정에서 롬니 공화당 후보가 주장했던 금본위제 구상이다.
[MARKET INSIGHT]하반기 이후 원·달러 환율 어떻게 움직일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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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국제 금값 추락을 계기로 ‘듀얼 Ⅲ’ 구상은 급속히 퇴조되고 중심통화로서 달러 위상은 다시 높아지고 있다. 앞으로 달러 위상은 꾸준히 회복될 것으로 보이지만 ‘브레턴 우즈 Ⅰ기’, ‘브레턴 우즈 Ⅱ기’ 때보다는 약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의회예산국(CBO)이 예측한 향후 미국 경제 성장 경로를 보면 금융 위기 이전의 추세선에서 하향 이동된 수준에서 정상을 찾을 것이라는 예측도 완만한 달러 강세를 뒷받침한다.


성장의 덫에 걸린 한국 경제
대내 요인 가운데 향후 원화 가치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변수는 각종 비관론이 일고 있는 한국 경제가 언제 회복되느냐 여부다. 대부분 예측기관들은 올해 성장률은 2% 중반, 내년에는 3%대 초반으로 내다보고 있다. 현재 우리 경제 잠재성장률이 3.7% 내외인 점을 감안하면 국내총생산(GDP) 갭 상으로 올해는 1%포인트, 내년에도 0.5%포인트로 2년 연속 디플레 갭이 발생한다는 의미다.

기관에 따라 차이가 있으나 우리 경제 앞날과 관련해 나라 안팎에서 각종 비관론이 끊이지 않고 있다. 단기적으로 경기 순환 측면에서 연착륙과 경착륙 간의 논쟁이 지속되는 가운데 시간이 갈수록 후자에 무게를 두는 시각이 늘어나는 추세다. 중장기적으로 지속 성장 여부와 관련해 ‘성장의 덫(growth trap)’에 걸릴 것이라는 비관론과 극단적으로 ‘중진국 함정(middle income trap)’에 빠질 것이라는 경고가 좀처럼 해소되지 않고 있다.

최근 들어서는 부동산 경기가 좀처럼 살아나지 않음에 따라 1990년대 이후 일본 경제가 겪었던 5대 함정(정책 함정·유동성 함정·빚의 함정·구조조정 함정·불확실성 함정)이 우리 내부에서 나타남에 따라 ‘일본화(japanization)’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정책당국이나 정책에 대한 우리 국민의 신뢰가 종전만 못해 좋은 정책 신호를 준다 하더라도 국민은 정작 반응하지 않는 ‘좀비 국면’을 우려하는 시각이 늘고 있다.

이미 국가 채무와 국민의 빚은 위험 수위에 도달했기 때문에 경제주체들이 느끼는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여전히 높다. 이런 상황에서 기준금리는 이미 적정수준 밑으로 떨어졌고 유동성 조절 정책도 통화승수, 통화유통속도와 같은 경제활력지표가 떨어진 상황에서는 앞으로 돈을 공급한다 하더라도 경기 회복에 별다른 도움이 안 될 것이라는 시각이 공감대를 얻어가고 있다. 이 때문에 예측기관들은 직전 전망치의 잉크가 채 굳기도 전에 또 다른 전망치를 내놓기에 바쁘고 최소한 6개월 원칙을 지켰던 전망 시점도 2개월로 단축됐다.
[MARKET INSIGHT]하반기 이후 원·달러 환율 어떻게 움직일 것인가
갈수록 떨어지는 우리 경제 활력과 각종 비관론을 감안하면 원화 가치가 강세가 될 요인이 특별히 많아 보이지 않다. 오히려 수출이 갖고 있는 상징성 등을 감안하면 우리 경기가 다시 한 번 도약하기 위해서는 인위적인 고환율 정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현 정부도 인위적으로 원화 절하를 유지하지 않겠지만 고환율 정책에 대해서는 특별히 부정적인 시각을 갖고 있지 않다.

피셔의 국제 간 자금 이동 이론에 따라 통화가치를 감안한 우리와 미국 등 캐리자금 원천 국가와의 관계를 보면 출구전략 추진 등으로 급격한 자금 이탈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금리차 면에서 기준금리가 미국 등 선진국에 비해 여전히 높은 수준인 데다 출구전략 추진 우려로 시장금리는 이미 많이 오른 상황이기 때문이다.

환차익 면에서 원화 가치의 적정 수준이 달러당 1070∼1080원 내외인 점을 감안하면 현재 1140원대에서 움직이는 수준은 저평가 국면으로 환차익을 기대할 수 있다. 금융 위기 이후 최근까지 환율 수준별 외국인 순매수 규모를 보면 원화 환율이 1100원 내외에서 매수 강도가 크게 약해지고 일부 외국인 자금은 이탈하는 움직임을 보였다. 설령 Fed가 출구전략을 추진한다 하더라도 내부 완충 역량으로 가장 중시되는 외환보유액이 충분히 확충돼 있는 점을 감안하면 환율이 급격하게 상승할 가능성은 적다. 직간접적으로 갖고 있는 우리나라 외환보유고는 4200억 달러를 넘어 IMF, 기도티 모형, 갭티윤 방식 등 어떤 기준으로 봐도 적정 수준을 넘는다.

올 하반기 이후 원·달러 환율은 상승과 하락 요인이 혼재돼 있는 가운데 출구전략 추진 등 굵직굵직한 외환시장 현안이 많이 예정돼 있다. 올 상반기와 마찬가지로 금융 위기 이후 자주 나타났던 커다란 파동 뒤에 이어지는 ‘잔물결 효과(riffle effect)’로 환율 변동성이 커질 가능성이 높다.

그런 만큼 기업들이 효과적인 환위험 관리 방안을 마련해 놓지 못하면 2008년 예기치 못한 환율 급등과 연초 떨어지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던 환율의 급락으로 이중고를 당한 데 이어 올 하반기에 환위험으로 또 한 차례 어려움을 당할 가능성이 높다. 금융 위기 이후 어느 때와 마찬가지로 환위험 관리에 특별히 신경을 써야 한다.


한상춘 한국경제 객원논설위원 겸 한국경제TV 해설위원 sc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