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만 하더라도 골프장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였다. 최근 들어서는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졌다. 현재 운영되는 골프장 다섯 곳 중 한 곳은 ‘잠정적 매도 대상’이라는 게 당면한 현실이다. 골프장 인수·합병(M&A) 및 컨설팅업체 KS레저개발(주) 김기세 대표에게 향후 골프장 투자에 대한 전망을 들었다.
[Realty Interview] 대중 골프장, 잘만 하면 황금알 낳을 수 있다
KS레저개발(주)의 조사에 따르면 최근 4년간 운영 중인 골프장의 주인이 바뀐 곳은 모두 24곳이다. 건설 중인 골프장이 M&A 된 곳은 6곳이다. 전국적으로 현재 운영 중인 골프장 386곳 중 매물설이 구체적으로 나도는 곳만 약 55곳에 이른다. 전체 골프장의 약 15% 정도가 금액만 맞으면 매각을 하려는 것이다.
개발 단계인 골프장은 상황이 더 심각하다. 건설 중이거나 인허가가 마무리된 골프장은 전체의 3분의 2 이상이 공사비를 못 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금융비용을 감당하지 못해 투자금의 50%를 손해 보더라도 매각하거나 투자자를 구하는 곳도 적지 않다.
하지만 마땅한 매수자를 찾는 게 쉽지는 않다. 입회금 반환과 심각한 경영 적자, 과도한 투자비 등으로 운영 중인 회원제 골프장 가운데 막상 거래가 가능한 골프장은 찾기가 어렵다. 반대로 수익률이 그나마 괜찮은 대중 골프장은 모기업이 심각한 위기에 처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사실상 매물이 없다.
김기세 KS레저개발(주) 대표는 “대중 골프장 중에서는 수년간 쌓은 ‘이익잉여금’을 바탕으로 골프장 인수에 적극적인 곳도 있다”고 말한다. 단, 이런 골프장은 ‘대도시 인근의 값싸고 좋은 입지의 인허가가 완료된 사업부지’라는 조건을 만족시켜야 한다.

최근 M&A를 성사시킨 골프장은 어떤 곳이 있나.
“2011년 GS건설이 짓다 자금난으로 공사가 중단됐던 경남 사천의 서포리조트가 있다. 지난해부터는 강원도에 있는 골프장 M&A를 진행하고 있다. 올 상반기에는 경기도 포천의 골프장 M&A를 성사시켰다. 두 곳 모두 인허가가 끝난 곳이다.”

골프장 수익률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그럼에도 매수 희망자들이 있나.
“운영을 잘 하는 오너들은 투자비를 적게 들이면서 수익률은 높이는 방법을 안다. 골프장은 대도시 인근에 있는 게 아무래도 수익성이 좋다. 서울, 부산, 울산, 대구 등 광역시에서 차로 1시간 거리에 있는 골프장은 대체로 입지가 좋다고 보면 된다.”

어떤 이들이 매수를 희망하는가.

“5~6개의 계열사를 거느린 회장들 중에 자기 골프장 하나 갖는 게 꿈인 사람들이 있다. 골프장에 관심을 보이는 사람들을 보면 기업 법인세 낼 돈으로 골프장 하나 만들겠다는 이들도 있고, 상속이나 증여를 위해 골프장에 관심을 갖는 이들도 있다. 부동산 시장 침체와 저금리 상황으로 돈 굴릴 데가 없으니까 안정적으로 수익을 내면서 자식에게 물려줄 투자처로 골프장을 택하는 것이다. 실제 대중 골프장을 운영하면 꾸준한 수익을 얻을 수 있다. 800억 원 투자해서 좋은 골프장을 사면 매년 50억 원 이상 이익을 내는 건 일도 아니다. 지난해에는 대선 등의 영향으로 문의가 적었지만, 올 들어서는 매수 문의가 많다.”
[Realty Interview] 대중 골프장, 잘만 하면 황금알 낳을 수 있다
골프장 운영이 힘들어진 것은 과다한 투자가 가장 큰 원인이다. 18홀 기준으로 1년에 100억 원 매출을 올리는 건 어렵지 않다. 그렇더라도 투자비가 과다하면 수익률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골프장을 건설하려면 1000억 원은 있어야 한다는 말이 있다. 실제 투자금은 어느 정도 수준인가.
“골프장이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인식되던 예전에는 그랬다. 수도권은 1000억 원, 지방도 800억 원은 있어야 골프장을 했다. 지금은 700억 원 이내로도 골프장을 지을 수 있다. 최근 들어 프로젝트파이낸싱(PF)이 잘 이루어지지 않으면서 이전보다 금융비용이 15~20% 가까이 줄어든 게 큰 원인이다. 공사비 거품도 많이 빠졌다. 전체 투자비도 예전의 절반 수준이다. 현재 수도권에서 골프장을 하려면 인허가와 땅값 등만 600억 원 정도를 예상하면 된다. 지방은 300억~400억 원 정도다. 개발 중에 자금 문제로 M&A 시장에 나오는 경우가 많은데, 투자금의 40~50% 선에 거래되는 곳도 있다. PF 등을 통해 자금을 받았다 엄청난 이자를 감당하지 못해 매물로 나오는 것이다. 그중에는 인허가 완료 후 땅값도 약 98% 지불한 것도 있다. 그런 곳은 조금만 손보면 바로 골프장을 지을 수 있어서 투자성이 좋다.”

한때 잘나가던 골프장의 수익성이 나빠진 직접적인 원인은 무엇인가.

“골프장 운영이 힘들어진 것은 과다한 투자가 가장 큰 원인이다. 18홀 기준으로 1년에 100억 원 매출을 올리는 건 어렵지 않다. 그렇더라도 투자비가 과다하게 들었기 때문에 수익률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최근에는 과다하게 투자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 수익률을 올리기 위한 골프장의 마케팅도 철저하게 하고 있고. 예전에는 골프장끼리 그린피 단합도 했지만, 요즘은 서로 손님이 없어 무한 경쟁하는 상황이다. 골프장마다 그린피를 할인해주는 등 마케팅에 주력하고 있다. 카트비나 캐디피라도 받자는 식으로 인식이 바뀌었다. 회원제 골프장도 대중 골프장 룰을 따르는 곳이 많다. 골프장 객단가가 많이 떨어졌다는 반증이다. 과거에는 회원권도 비쌌고, 문만 열어놓으면 고객들이 찾아와서 배짱 영업이 가능했다.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고객 입장에서 저렴하게 골프를 칠 수 있는 시장이 온 것이다.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본다. 처음부터 그랬어야 했다.”

외국계 펀드와 국내 기업들이 경영난에 빠진 골프장을 사들여 프랜차이즈 사업을 하겠다고 한다. 골드만삭스와 론스타가 일본에서 이런 비즈니스 모델을 선보여 성공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한국에서도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가.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본다. 골드만삭스와 론스타가 일본에 진출한 시기는 2000년대 초반으로 거의 망가진 골프장을 사들였다. 기존 투자비의 10~20% 수준에서 줍듯이 골프장을 사들였지만, 국내 상황은 그때와 다르다. 최근 골프장산업이 그렇게까지 어려운 상황은 아니다. 회원제 골프장 중 20~25%가 회원권 반환 문제로 어려움을 겪는 것은 사실이지만 일본처럼 시장이 망가진 것은 아니다. 골프장 수익률과 직결되는 내장객만 봐도 일본의 2배 수준이다.”

가능성이 전혀 없다는 것인가.
“현재 운영 중인 골프장 중 법정관리에 들어간 골프장은 18홀 기준으로 수도권이라면 800억 원은 줘야 한다. 10개만 하더라도 8000억 원이 필요하다. 그나마 매물로 나온 건 회원제 골프장이다. 대중 골프장은 매물이 거의 없다. 따라서 프랜차이즈를 하려면 회원제 골프장을 사서 대중 골프장으로 전환해야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다. 물론 그전에 기존 회원들과의 관계 등 해결해야 할 문제도 적지 않다. 골프장 프랜차이즈의 가능성을 낮게 보는 이유다.”

회원제 골프장을 대중 골프장으로 전환한 사례는 없나.

“전환한 곳이 있기는 하다. 그럴 경우 자금이 너무 든다. 회원들을 주주로 참여시킬 수도 있지만 일일이 주식 인수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현실성이 떨어진다. 그럴 바에는 인허가가 끝난 골프장을 헐값에 사서, 건설한 후 체인화하는 게 더 현실성이 있다고 본다.”

대중 골프장의 경우 수익률은 어느 정도 기대할 수 있나.

“대중 골프장은 수익률이 25% 정도는 나온다. 수도권에 있는 대중 골프장 중에는 운영 시간 등을 타이트하게 관리해 40~50%의 수익률을 내는 곳도 있다. 최근에 운영을 잘 하는 곳이 충주의 대영베이스컨트리클럽(CC), 대영힐스CC 등이다. 이런 곳은 빈 시간이 있으면 가격을 깎아서라도 손님을 바로 바로 넣는다. 총 45홀에 영업이익률 45% 가까이 나온다.”

회원제 골프장 중에는 어떤 곳이 수익률이 좋나.
“회원제 골프장은 회원 중심이기 때문에 비회원에 대한 골프장 비용이 너무 비싸다. 따라서 고객 확보가 쉽지 않다. 회원제 골프장의 절반이 적자라고 보면 된다. 회원제 골프장 중 흑자를 내는 곳은 오픈한 지 15년 이상 되고, 회원들이 많으며, 무엇보다 접근성이 좋은 골프장들이다. 용인CC, 태광CC, 리베라CC, 레이크사이드CC, 안산 제일CC 등이 이익을 많이 내는 곳이다.”

스카이72골프클럽(GC)도 수익률이 좋은 대표적인 곳이다.
“그렇다. 하지만 최근 인천 송도나 시흥 등 인근에 골프장들이 생기면서 소비자들의 선택권이 넓어졌다. 향후 객단가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Investment Tip 골프장 M&A의 성공 조건


[Realty Interview] 대중 골프장, 잘만 하면 황금알 낳을 수 있다
첫째 인허가가 난 골프장 중 토지가 100% 확보된 곳을 고른다. 그중에서 대도시 인근 대중 골프장으로 지방은 18홀 기준 150억 원 미만, 수도권은 250억 원 미만으로 매입이 가능한 곳이어야 한다. 기존 사업시행자를 지주로 보고 지주 공동 사업 개념으로 약 350억 원 내외의 공사비를 투자하는 것도 합리적인 투자법이다.

둘째
입회금 반환 등 문제가 많은 골프장이다. 이런 곳은 회원권 가격이 시중의 절반 또는 그 이하로 형성돼 있기 때문에 매수하려는 골프장을 선정하고 중장기적인 측면에서 회원권을 싸게 매집하는 방법이 있을 수 있다. 이 방법은 기존 오너와 사전에 정확한 로드맵을 정한 후 진행해야 하기 때문에 상당한 리스크가 따를 수 있다.

셋째
제1·2금융권에서 부실 채권을 대손상각처리하는 차원에서 골프장을 내놓는 경우다. 이 경우 기회도 많지 않을뿐더러 매력적인 골프장이 거의 없고, 경쟁자가 많아서 실제 인수·합병(M&A) 사례는 적다.

넷째
전문가 그룹과 협업을 통해 전략을 수립하고 실행해야 한다. 개발과 인허가, 운영, M&A, 각종 통계 정보 등이 함께 어우러질 때 비로소 그 진가를 발휘한다. 따라서 전문가와 협의해 리스크를 최소화하고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는 전략과 전술을 수립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