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러리는 그 특수성답게 일반 창업과는 준비 과정이 다르다.
초기 투자비용이 많이 들지만, 그렇다고 단순히 돈만 있다고 뚝딱 문을 열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업계 관계자들의 조언을 토대로 갤러리 오픈을 위한 모든 준비 과정을 정리했다.
[SPECIAL] 사전 준비에서 개관까지 갤러리 오픈의 모든 것
STEP1 사전 준비…목적 및 형태
purpose 갤러리를 왜 하는 것인지 목적을 먼저 정해야 한다. 크게는 수익을 추구하는 상업형 갤러리와 비영리 재단 혹은 미술관 등 비영리(non-profit)형 갤러리로 나뉘지만, 비영리라고 해도 갤러리 유지비 정도는 나와야 장기 운영이 가능하다. 자신의 기호나 성향, 취미와 잘 맞는지도 고민해봐야 한다. 남들 보기에 좋은 화려한 면만 보고 시작했다가는 낭패 보기 십상이다.

licence 자격증이 필요한 것은 아니지만 미술관의 경우 박물관 및 미술관진흥법에 따라 일정 요건을 갖춰야 한다. 그러나 미술관 등록은 의무사항이 아니다. 미술관 등록을 하지 않고도 미술관 명칭을 사용할 수 있고 입장료도 받을 수 있다는 얘기. 하지만 법적 절차에 따라 미술관으로 정식 등록을 할 경우에는 사회적 공공기재로서의 문화시설로 공인을 받는 것이다. 일반 갤러리는 사업자 등록만 하면 되는데, 개인 갤러리가 아닌 법인으로 하려면 투자액, 3인 이상의 이사 등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법인 갤러리는 세무 서류가 복잡하고 비용도 발생하지만 규모가 커질 경우 경비 처리를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소규모로 한다면 개인 갤러리 형태가 좋다. 자격증은 필요 없어도 안목은 반드시 필요하다. 아무리 전문 큐레이터가 있다고 하더라도 기본적인 소양과 지식은 갖추고 있어야 한다.

finance 자신의 자금 상황을 먼저 파악해야 한다. 갤러리는 초기 비용이 많이 드는 데다 오픈 이후 자리를 잡는 몇 년 동안은 투자가 불가피하기 때문에 최소 2~3년간 지속할 수 있는 예산을 확보하고 있어야 한다. 갤러리 설립 비용과 별도로 요즘은 보통 1년간 갤러리를 운영, 유지하는 데 1억 원 정도가 필요하다는 게 보편적 의견이다.

contents 갤러리를 어떤 콘텐츠로 운영할 것인지를 결정해야 한다. 현대미술을 할지, 조각을 할지, 공예를 할지 장르를 정하고, 더 구체적으로는 그 안에서도 어떤 아이템들을 특화할지 범위를 좁혀보는 등 방향을 정해야 한다. 이때는 시장조사와 함께 트렌드를 살펴보는 것도 중요하지만, 자신의 관심사를 살펴 더 오래할 수 있는 분야가 무엇인지를 따져봐야 한다.

network 갤러리를 오픈하는 데 있어 탄탄한 네트워크는 대단한 경쟁력이다. 여기서의 네트워크는 컬렉터군과 작가군, 또 미술계 네트워크 등을 말한다. 인적 네트워크를 만들어가는 건 전적으로 본인의 몫이고 노력에 달려 있다. 갤러리를 오픈한 후에도 관련 협회 활동을 통해 정보를 교류하고 네트워크를 쌓아가야 한다.
[SPECIAL] 사전 준비에서 개관까지 갤러리 오픈의 모든 것
STEP2 실전 단계…공간에서 운영까지
location & space 위치를 선정할 때는 갤러리의 목적과 성격이 반드시 고려돼야 한다. 가령 고급 컬렉터에게 작품을 판매할 목적으로 갤러리를 오픈하면서 위치를 서울 인사동으로 하면 망하는 식이다. 즉 일반 관람을 위주로 한다면 사람들이 많은 곳, 갤러리들이 모여 있는 곳이 좋고, 컬렉션이 목적이라면 주차가 가능한 조용한 곳이 좋다. 마케팅에서 가장 중요한 게 바로 위치인데 갤러리는 좀 특수하다. 아무리 좋아도 너무 멀면 안 가기 때문에 접근성도 따져봐야 한다. 공간의 규모도 갤러리 성격에 따라 달라지는데 기본적으로 전시 공간을 비롯해 사무실, 창고, 휴식 공간 등 꼭 필요한 공간은 확보해야 한다.

interior 좋은 건축가를 섭외해 오너와 협의해 근사하게 만들면 가장 좋겠지만, 작품 전시라는 갤러리의 기본을 잊어서는 안 된다. 작품을 걸 수 있도록 못을 박고 칠도 할 수 있게 돼 있어야 하고, 작품의 무게를 버틸 수 있는 바닥과 가시거리 확보도 중요하다. 보통 벽은 하얗게 하는 게 일반적인데 콘텐츠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미디어 전시를 한다면 주변을 어둡게 할 수도 있고, 앤티크라면 브라운이나 베이지 톤으로 할 수도 있는 것이다. 공통적으로 작품의 유지, 관리를 위한 온도, 습도, 그리고 조명 설치에도 신경 써야 한다.

human resource 실력 있는 큐레이터와 함께 일한다면 든든한 힘이 될 터. 특히 관장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줄 수 있는 큐레이터라면 금상첨화다. 지금처럼 경기가 좋지 않을 때는 좋은 인력을 비교적 쉽게 확보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도 기회다. 주변 사람들에게 추천을 받을 수도 있고, 네오룩(neolook.net)이나 김달진미술연구소(daljin.com) 등에서 공개 구인을 할 수도 있다.

opening exhibition 작가들은 물론 대중에게도 첫선을 보이는 개관전은 대단히 중요하다. 이름 있는 유명 작가의 전시로 이슈를 끈다면 더없이 좋겠지만, 사실 쉽지 않은 일. 개관전 작가 섭외는 최소 6개월 전, 길게는 1년 전에 미리 해야 한다. 국내 작가로 할지 외국 작가로 할지도 정해야 한다. 외국 작가의 경우 직접 섭외해야 하는데, 최소 얼마 이상의 판매를 보장해 주거나 일부 작품을 갤러리에서 미리 사주는 것으로 성사시키기도 한다. 하지만 외국 작가라도 무명이거나 젊은 작가의 경우는 그런 ‘조건’없이 섭외가 가능하다. 보통 일반 갤러리 개관전은 그룹전을 많이 하는데, 작가들에게도 갤러리를 알릴 수 있다는 측면에서 장점이 있다.

sales 판매는 두 가지 측면에서 중요하다. 하나는 갤러리 운영의 주요 수단이 된다는 것이고 또 하나는 작가들 사이에 갤러리에 대한 신뢰감의 문제다. 작품이 팔리지 않는다는 입소문이 돌기 시작하면 지속적으로 전시를 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판매를 하기 위해서는 작품의 가격을 책정할 수 있는 지식과 시장 감각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SPECIAL] 사전 준비에서 개관까지 갤러리 오픈의 모든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