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건물 허물고 부티크 호텔·스크린골프 빌딩 짓기

서울 도심의 토지는 개발의 여지가 항상 있다. 특히 660㎡ 이상의 대지는 지역에 따라 호텔, 상가 등 다양한 형태로 개발이 가능하다. 오래된 주택과 건물을 헐고 그 위에 부티크 호텔과 특화된 상가를 지어 새로운 사업에 나선 두 가지 사례를 소개한다.
[COVER STORY] 사업과 연계한 수익형 부동산
부동산 개발은 아파트나 산업단지 조성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자신이 보유한 부동산을 가장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데도 부동산 개발이 필요하다. 발 빠른 투자자들은 나대지나 단독주택, 노후한 중소형 빌딩을 활용해 사업에 적극 활용하고 있다.

보유 중인 부동산을 활용한 개발 사업은 해당 지역의 특성을 감안해 디자인하는 게 투자 리스크를 줄이는 방법이다. 갤러리와 개성 있는 상가가 들어선 서울 북촌이나 인사동, 통인동 등지는 이와 관련된 수익형 부동산으로 개발하는 것이 좋다. 이와 달리 강남이나 신사동 등 상업지역에서는 토지의 용도를 확인한 후 리테일 상가나 오피스 빌딩으로 개발하는 게 합리적이다.

지역적인 특징과 함께 주변 건물과의 조화도 부동산의 가치를 높이는 방법이다. 최근 3층 상가 건물을 5층 빌딩으로 리모델링한 사당동 중소형 빌딩이 그에 해당한다. 리모델링 이전 이 건물은 주변의 5층 중소형 빌딩들 사이에 가려 제대로 빛을 보지 못했다. 건물주는 노후한 건물을 리모델링하며 두 층을 더 올렸다. 리모델링으로 5층 중소형 빌딩으로 변신한 후 임대료와 함께 건물의 가치도 상승했다.

이처럼 아이디어에 따라 다양한 개발이 가능한 게 부동산이다. 앞으로 소개하는 두 가지 사례는 부동산 개발에 아이디어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준다.



단독주택을 스크린골프 전용 빌딩과 주차타워로 변신
이경호 오렌지나인 사장

오렌지나인은 올 4월 서울 강남구 역삼동 차병원 사거리 인근에 오픈한 스크린골프 전용 빌딩이다. 원래 이곳은 653.4㎡ 대지의 단독주택이었다. 그러던 것을 이경호 오렌지나인 사장이 형제들과 함께 지하 1층, 지상 8층짜리 건물로 건축했다. 건물 옆에는 고객 편의를 위해 에쿠스급 승용차 26대가 들어갈 수 있는 5층짜리 주차타워를 지었다.

건축비와 인테리어비, 주차타워 설치비 등을 합쳐 모두 58억 원이 들었다. 지상 1층부터 7층까지는 15개의 방을 넣었다. 15개는 스크린골프를 넣었고, 나머지 하나는 프라이빗 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다. 지하 1층은 당구장을 준비하고 있다. 지하라고는 하지만 반대편에서는 지상층이기 때문에 햇볕도 들고, 공기도 잘 통한다는 게 이 사장의 설명이다.
[COVER STORY] 사업과 연계한 수익형 부동산
8층은 스크린골프장 고객을 위한 일식 레스토랑 ‘스시자리’가 들어섰다. ‘스시자리’는 한정식으로 유명한 용수산과 손잡고 만든 레스토랑으로, 신선한 생선 초밥과 튀김 등 일식 퓨전 음식을 제공한다. 원래 식당은 백화점을 빼고는 지상 3층 이상 올라가지 않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전망을 중시하는 오렌지나인의 콘셉트에 맞춰 8층에 자리를 잡았다.



2년 투자금 회수 후 재투자 가능
이 사장은 처음부터 이 건물을 스크린골프 전용 센터로 계획했다. 골프 마니아인 그는 이미 잠실에서 골프 연습장을 운영해온 터라 골프 비즈니스에 밝았다. 골프 연습장에 몇 대의 스크린골프를 운영하던 그는 보다 쾌적한 공간에서 스크린골프를 즐길 방법을 찾게 됐다. 오렌지나인의 시작이었다.

이 사장의 지적대로 대부분의 스크린골프는 지하에 있다. 거기에는 그럴 만한 사정이 있다. 스크린골프를 설치하려면 높이가 3.2~3.4m가 돼야 한다. 여기에 에어컨 설치에 필요한 공간까지 더하면 높이가 4.2~4.4m는 돼야 한다. 서울에 있는 건물치고 지상 층고가 이 정도 되는 건물은 특별한 경우를 제하고는 거의 없다. 스크린골프가 지하로 들어간 이유다.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지만 지하는 아무래도 공기가 탁할 수밖에 없다. 풍수적으로도 음기가 강할 뿐 아니라 습하다. 외부 공간과 단절된 데다 담배까지 피우면 건강에도 해롭다. 골프장과 환경이 완전히 다르다.

그는 필드에 나가서 스크린골프도 이렇게 자연 공기가 들어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스크린 전용 골프 빌딩을 계획하고 스크린골프 본사와 전국에 있는 스크린골프장을 견학했다. 스크린골프는 90% 이상이 지하고, 지상이라도 방이 좁거나 높이가 너무 낮았다. 테라스는 당연히 없었다. 오랜 연구와 준비 끝에 탄생한 오렌지나인은 그간 스크린골프가 가진 문제점을 해결하는 데 초점을 맞추었다. 골프채가 천장이나 뒷벽에 부딪힐 걱정 없이 공간을 최대한 넓혔고, 원활한 공기 순환을 위해 각 방마다 테라스를 뒀다.

“오렌지나인은 체육관이나 갤러리같이 산뜻하고 액티비티한 느낌을 주고 싶었습니다. 이 같은 분위기를 위해 스크린골프에 딱 맞는 최적의 방을 만들었습니다. 길이는 가로 9~10m, 세로 4.4~5.8m, 높이는 4.2~4.4m, 여기에 테라스까지요.”
[COVER STORY] 사업과 연계한 수익형 부동산
이 사장은 오렌지나인이 스포츠와 놀이를 동시에 할 수 있는 공간이 되기를 희망한다. 그가 스크린골프장에서도 골프 매너가 중요하다고 말하는 이유다. 골프는 매너를 중시하는 스포츠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스크린골프에서는 매너가 잘 지켜지지 않는다.

이 사장은 클럽을 함부로 다루는 게 가장 문제라고 말했다. 클럽을 함부로 다루면 마음도 함께 풀어진다. 그걸 바로잡기 위해 오렌지나인은 방에 클럽을 두지 않고, 카운터에서 클럽을 대여하게 했다. 스키장에서 스키 장비를 대여하듯 카운터에서 신분증을 맡기고 골프채를 대여해야 한다. 물론 대여료는 없다. 클럽도 값싼 중국제가 아니 투어스테이지 정품을 들여놨다. 그는 이렇게 해야 골프클럽에 대한 책임감이 생기고, 자세도 흐트러지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지금까지만 보면 고객들의 반응은 굉장히 좋다. 환경이 좋다 보니 가족 단위나 여성 골퍼들도 많이 찾는다. 낮에는 회사원들이 주 고객이다. 주변에 사는 연예인들도 많이 찾는다. 가격은 3만7000원(인터넷 회원 가입 시 2000원 할인)으로 일반 스크린골프장과 큰 차이가 없다. 오전 9~10시는 골프 마니아를 위한 이벤트로 1만 원에 가격을 책정했다.

오픈 후 하루 평균 100명이 오렌지나인을 찾는다. 스크린골프 1대당 하루 2.5회전이 되는 셈이다. 이 사장은 앞으로는 더 나아질 거라고 믿는다. 스크린골프는 많은 골퍼들이 필드에 나가는 4~6월, 9~10월이 비수기이기 때문이다. 그는 2년 내 기계와 인테리어비 등을 회수해 재투자할 계획이다.



섬유업 경력 살려 비즈니스호텔 경영
류병기 N.포시즌 서울 대표

지난해 문을 연 N.포시즌 서울은 변하는 명동 지형도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곳이다. 원래 이곳은 5층짜리 소형 건물이었다. 류병기 N.포시즌 서울 대표는 오랫동안 섬유업을 했다. 한때는 건물 전체에 공장으로 쓰며 사업을 벌인 적도 있다. 하지만 섬유업 자체가 사양화되면서 공장을 줄여 건물 일부는 임대를 주었다. 건물이 노후화되면서 부동산을 활용한 새로운 사업을 고민하게 됐다.

처음에는 한창 유행하는 도시형 생활주택으로 재건축할 생각이었다. 그러나 도시형 생활주택은 생각만큼 수익률도 높지 않았고, 위치상 공실률의 위험도 컸다. 컨설팅을 의뢰한 건축사는 처음에는 도시형 생활주택보다 수익률이 높은 고시원을 추천했다. 고민에 고민을 거듭한 끝에 류 대표는 부티크 호텔을 짓기로 마음먹었다.
부티크 호텔은 비즈니스호텔보다 레스토랑 등 부대시설 운영에 따른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레스토랑 등 부대시설에서 수익을 올려야 한다.
부티크 호텔은 비즈니스호텔보다 레스토랑 등 부대시설 운영에 따른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레스토랑 등 부대시설에서 수익을 올려야 한다.
부티크 호텔과 비즈니스호텔의 장점 고루 살려 운영
외국 관광객만을 상대로 하는 부티크 호텔을 짓기로 하고 내부 인테리어까지 공사 기간만 꼬박 1년이 걸렸다. 이렇게 탄생한 N.포시즌 서울은 660㎡ 대지에 전체 건평이 2211㎡다. 지하 객실 층을 포함해 7개 층, 총 43개의 객실을 갖춘 비즈니스호텔로 탈바꿈했다.

객실 규모는 객실당 23.1㎡ 수준이다. 3.3㎡당 건축비는 평균 약 600만 원이 들었다. 여기에 인테리어 비용과 침대, TV 등 소품 비용을 합하면 3.3㎡당 약 1000만 원이 들었다. 현재 오픈 이벤트 중으로 객실 단가는 12만 원이다.

류 대표는 11월 정식 오픈 전 2개월간 가오픈했는데 공실이 거의 없었다고 했다. 비즈니스호텔과 달리 레스토랑 등 부대시설에 신경을 많이 쓴 덕에 손님의 대부분이 패키지가 아니라 인터넷을 통해 예약한 개별 관광객이었다.

부티크 호텔은 비즈니스호텔보다 레스토랑 등 부대시설 운영에 따른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객실비만으로는 높은 수익을 거둘 수 없다. 이 때문에 레스토랑 등 부대시설에서 수익을 올려야 한다.

그는 관광객을 대상으로 자체 여행 프로그램을 개발해 또 다른 수익원을 개발한다는 구상이다. 또한 오랫동안 섬유업을 한 경험을 살려 해외 바이어를 대상으로 한 마케팅도 펼칠 계획이다. N.포시즌 서울 호텔이 들어서면서 주변에 이와 유사한 부티크 호텔을 계획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고 한다. 주변 땅값도 뛰었다. 호텔 가오픈 직후 3.3㎡당 2000만~2500만 원 하던 땅값이 지금은 2500만~3000만 원으로 뛰었다.




신규섭 기자 wawoo@hankyung.com
사진 이승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