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KET ISSUE KOSDAQ

코스닥을 주도하던 정보기술(IT)주들이 주가 하락으로 영향력이 약해지고 있다. 그 자리를 파라다이스, CJ오쇼핑 등 유통·소비주들이 대신하고 있다. 새로운 벤처기업의 수혈도 쉽지 않아서 코스닥 시장에서 IT주의 약세는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KOSDAQ] 코스닥 대표주가 바뀌고 있다. 유통·소비주 강세…IT 종목 영향력 ‘뚝’
코스닥 시장이 기술주 중심의 시장이라는 특성이 약해지고 있다. 1년 새 IT주 중심에서 ‘유통·소비주’ 중심으로 판이 바뀌었다. 올 들어 코스닥 시장의 시가총액 상위권 판도를 살펴보면 CJ오쇼핑과 GS홈쇼핑 등 홈쇼핑주가 약진했다. 식음료·문화·도박산업의 강세도 두드러졌다.

반면 안랩(옛 안철수연구소), 포스코ICT 등 IT주 대표 업종들은 1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바이오주 대표주자이자 코스닥 대장주인 셀트리온은 재무 리스크가 불거지면서 시총 규모가 급감했다. 여기에 지난 3년간 코스닥 시장 신규 상장기업 중 벤처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80% 이상에서 50% 선까지 떨어졌다.



쪼그라든 IT·쑥쑥 큰 홈쇼핑

지난 5월 6일 한국거래소(KRX)에 따르면 코스닥 시장 시총 10위 업체는 셀트리온, 파라다이스, CJ오쇼핑, 서울반도체, 동서, SK브로드밴드, GS홈쇼핑, CJ E&M, 다음, 에스에프에이 등이었다.

1년 전인 2012년 5월 7일과 비교할 때 IT주 약세가 두드러진다. IT 대표 주자인 다음(2위→9위)과 서울반도체(3위→4위)는 순위가 뒤로 밀렸다. 다음은 시총 규모가 2000억 원 이상 위축됐다. 5위였던 안랩은 주가가 40% 이상 하락하며 29위까지 급전직하했다. 4위였던 시스템총합(SI)업체 포스코ICT는 12위로 밀렸다. 바이오주는 코스닥 시장 대장주 셀트리온이 실적 논란과 공매도 논쟁, 외국사 매각 이슈에 휩쓸리면서 시총이 쪼그라들어 2위권과 3조 원 가까이 차이가 나던 시총 격차가 1조 원 안팎으로 줄었다.

반면 홈쇼핑주는 1년 새 시총 규모를 2배 안팎으로 키우며 급성장했다. 6위였던 CJ오쇼핑은 3위로 상승했다. 시총 규모도 1조1494억 원에서 1조9622억 원으로 늘었다. 1년 전 22위(6890억 원)였던 GS홈쇼핑은 6위(1조4542억 원)로 껑충 뛰었다. 경기 불황으로 일반 유통 채널보다 홈쇼핑 소비가 늘어나면서 1분기 실적이 개선된 것이 주가 상승을 이끌었다.

카지노업체 파라다이스가 9위(9912억 원)에서 2위(2조598억 원)로 급성장했고, 식음료주인 동서(10위→5위)가 내수주 강세에 힘입어 순위를 5단계 끌어올렸다.

전문가들은 지난해 하반기 이후 철강, 화학, 조선 등 대형 경기민감주들의 부진이 계속되고 내수소비주 강세가 이어진 점이 코스닥 시장의 지형 변화를 가져온 요인으로 분석하고 있다. 조용준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성장성과 실제 실적 모두 내수주가 좋게 나오면서 코스닥 시장에서도 기술주보다는 내수주 우위가 두드러졌던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경수 신한금융투자 투자전략팀장은 “연말, 연초 스마트폰 관련주의 주가가 너무 오른 데 따른 부담이 생긴 데다가 애플, IBM 등 해외 IT업체의 부진에 따라 IT산업 전망에 대한 우려가 커진 점도 영향을 미쳤다”며 “IT주 차익 실현 물량이 음식료주 쪽으로 이동하는 흐름도 관측된다”고 거들었다.
[KOSDAQ] 코스닥 대표주가 바뀌고 있다. 유통·소비주 강세…IT 종목 영향력 ‘뚝’
줄어드는 신규 벤처기업

코스닥 시장의 벤처기업 새 피 수혈도 쉽지 않다. 한국벤처캐피탈협회에 따르면 코스닥 시장의 신규 상장기업 중 벤처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 3년간 80% 이상에서 50% 선까지 떨어졌다. 성장 ‘가능성’이 있는 기업보다 ‘이미 성장한’ 기업이 코스닥 시장에 진입하는 추세가 뚜렷해지고 있다는 평가다.

구체적으로 코스닥 시장의 신규 상장기업 중 벤처기업의 비중은 2003~ 2008년 연평균 70% 이상이었지만 2009년 이후 급격히 줄었다. 2009년 52.27%로 떨어진 데 이어 2010~ 2012년 3년간 평균은 53.41%로 하락했다. 업력이 짧은 소규모 기업이 상장 문턱을 넘기 어려워진 현실을 보여준다는 게 증권업계의 분석이다.

반면 신규 상장기업의 ‘덩치’는 커져만 가고 있다.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매년 말 기준으로 신규 상장기업 시총 평균은 2000년 440억 원에서 2003년 630억 원, 2005년 905억 원으로 늘었다. 2009년에는 사상 처음으로 1197억 원까지 올랐다.

창업 후 코스닥 시장에 입성하는 기간도 길어지고 있다. 협회에 따르면 코스닥 신규 상장기업이 창립부터 기업공개(IPO)까지 걸리는 시간은 2004~ 2006년 평균 9년에서 2008년 이후 10년을 넘겼다. 2011년에는 13년, 2012년에는 12년 2개월이었다.

이에 따라 벤처캐피털 등이 곧 상장할 가능성이 높은 기업에 투자하는 비중이 급격히 높아졌다. 업력이 길고 어느 정도 자리 잡은 기업만이 벤처캐피털의 선택을 받는다는 얘기다. 벤처캐피털들이 주로 IPO를 통해 투자 자금을 회수하는 특성 때문이다.

협회에 따르면 창업 후 7년이 넘은 후기 기업에 신규 투자하는 금액 비중은 2006년 18.9%에서 지난해 44.6%로 대폭 늘어났다. 반면 자금 수요가 많은 중기 기업(업력 3~7년)에 투자하는 금액 비중은 2006년 50.8%에서 지난해 25.4%로 반 토막 났다.

전문가들은 신(新)시장을 창조해낼 혁신 기업이 사라지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한다. 손세훈 우리투자증권 스몰캡팀장은 “저성장 시대에 중소기업들이 성장할 기회가 예전보다 줄었다”며 “2000년대 초반 인터넷 기업 상장이 줄을 이었듯이 산업의 새 패러다임을 제시할 혁신 기업이 나타나야 한다”고 했다.

최현재 동양증권 스몰캡팀장은 “최근 IPO 기업 중 대기업 협력업체가 늘었다”며 “미래 신성장 사업이 나타나 성장해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코스닥 시장의 역할에 대해 고민해봐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김준석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코스닥 시장은 창의적 아이디어로 시작한 기업이 자금을 조달하라는 취지로 생긴 시장”이라며 “미국 나스닥은 중소기업 진입과 퇴출도 잦지만 마이크로소프트(MS), 애플 등 대형 혁신 기업들이 버텨주며 기술주 시장의 정체성을 지키고 있다”고 말했다.

최홍식 KRX 코스닥시장본부장은 “기술력이 인정되면 상장 규정을 완화하도록 문턱을 낮춘 상태로, 준비 중인 기업들의 상장 사례가 곧 늘어날 것으로 본다”며 “금융당국에서 코스닥 시장 상장기업들에 세제 혜택을 주는 등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동욱 한국경제 기자 kimdw@hankyung.com